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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까지 침투한 포퓰리즘 정책
의료계까지 침투한 포퓰리즘 정책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6.24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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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점심이었다. 기자가 한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기자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남루한 행색의 한 남자가 길을 막아섰다. “죄송하지만 며칠을 굶어서 너무 배가 고파서 그러는데 천 원만 주시면 안될까요?”

기자도 그리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밥은 굶지 않기에. 기자의 외모와 분위기가 그리 만만(?)해 보이는 편이 아닌데도 기자보다 덩치도 왜소한 그 남자가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그랬을까’라는 ‘측은지심’에 별 망설임 없이 얇은 지갑을 열었고 “기왕 주는 거 2천 원 주시면 안될까요”라는 그 남자의 읍소에 천 원의 ‘팁’까지 더해줬다.

그런데 ‘팁’을 받고 돌아서며 기자보다 날렵한 걸음새와 꽤나 균형 잡힌 그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젊고 멀쩡해 보이는데 왜 일을 하지 않고 구걸을 할까?”

결국 땀흘려 노동하는 것보다 구걸이 더 쉽다고 생각해 자립의지를 잃고 평생 ‘동냥아치’로 전락한 게 아닌가 싶었다. 물론 모든 가난한 자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 현 정부 출범 2년 만에 상·하위 20% 가구의 소득 격차가 5.47배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청년 실업률은 20년 전 외환 위기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진보를 표방한 정부에서 법인세·부동산 보유세 등을 올리고 최저임금을 인상하여 부자의 돈을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고 있는데 취약 계층의 고통은 오히려 더 가중되는 역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년간 30%에 달하는 ‘역대급’ 최저임금 인상으로 동네의원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신음하고 있고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무분별하고 급진적인 보장성 강화 정책은 정부의 의지대로 속속 강행되고 있다.

큰 병원이나 동네의원이나 진료비의 차이가 없게 되자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되어 지난해 소위 ‘빅5’ 병원의 진료비 점유율은 8.5%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중소병원의 폐업건수는 개업건수를 최초로 역전했다.

의료전달체계는 붕괴되고 생명을 다루는 필수진료과의 의사 지원 기피 등 각종 병폐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어 결국 의료의 하향 평준화와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와 여당은 소득격차를 완화하겠다며 최저임금을 더 인상하려 하고 있고 일자리 안정 자금을 투입해 폐업한 자영업자에게 매월 50만 원씩 6개월간 지급하는 등의 포퓰리즘 대책 마련에 더 혈안이다. 대권까지 노리는 여당 출신의 어느 광역지자체장은 기본소득 도입까지 주장하고 있다.

모두 부자의 돈을 뺏어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가난한 자에게 나눠주는 ‘로빈후드식 경제’ 프레임에 갇혀 있어 결국에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땜질처방’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는 나랏돈을 한없이 퍼주다 경제가 파탄난 베네수엘라, 그리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기회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에만 집착함으로써 잘 살아보고자 하는 개개인의 의지마저 무력화시키는 현재의 정책 기조를 더 늦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수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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