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난임’과 전쟁… 환자만 ‘끙끙’ 앓아
대한민국은 ‘난임’과 전쟁… 환자만 ‘끙끙’ 앓아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06.20 1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난임부부, “아이를 빨리 만나고 싶어… 현실적인 대안 달라”
의료계, “충분한 수요조사 통해 접근 중요… 환자 아픔 같이 해결”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정책과 제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난임 여성들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은 나오지 않아 환자들의 가슴앓이만 깊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에 거주하는 난임 여성들은 서울시의 시범사업 및 대책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며 난임부부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의 1.54명에서 2015년 이후 하락세가 뚜렷해져 2018년에는 0.98명까지 떨어진 상태다.

난임 진단 환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8년 2만6682명이던 난임 진단 환자는 2018년 6만7270명으로 10년새 2.5배 늘었다. 

■ 한방치료·난임센터 개설 등 방안 쏟아져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정부와 시·도 지방자치단체, 국회는 앞다퉈 난임 부부들을 향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바른미래당 유의동 의원은 최근 난임 치료를 위한 시술비 지원, 난임 관련 상담 및 교육 등 난임 생식건강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자금대여 사업 실시’ 등의 내용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도 임신·출산 진료비 지급 기준에 자궁외 임신을 포함시키기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비롯해 보건소의 기능 및 업무에 난임의 예방 및 관리를 명시하는 내용의 지역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에 질세라 보건복지부도 난임시술 지원 대상의 월 소득 상한 기준을 종전 370만원 이하에서 512만원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원횟수도 체외수정의 경우 신선배아 4회, 동결배아 3회와 인공수정 3회까지 건강보험과 연동된 횟수만큼 늘렸다. 

서울시를 비롯한 44개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우 ‘한방 난임 시범사업’을 시행하면서 한약조제 및 침술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초 ‘난임 부부들과의 만남’을 통해 난임 여성들의 고충인 ‘난임 주사’를 어려움 없이 맞을 수 있도록 서울시 의료기관의 협조를 구하는 한편 서울의료원에 공공난임센터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 난임 여성, ‘현실적인 해결책’ 촉구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난임 부부’들의 원성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근 서울시 ‘민주주의 서울’ 게시판에는 ‘서울의료원 공공난임센터 신설’에 반대하는 글이 올라와 서울시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서울시는 ‘난임부부’을 위해 39억원의 시 예산을 투입해 서울의료원에 공공난임센터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의료원 공공난임센터 신설을 반대합니다,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은 “난임 부부와 시장과의 간담회까지 진행했는데, 정책을 만드시는 분들은 난임부부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글에 따르면, “우리들은 난임병원이 없어 시험관 시술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닌 시험관 시술 비용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커 고통 받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난임시술은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부분으로 아무 병원이나 가지 않는다”며 “난임 부부들은 최고의 의료진과 기술을 가진 병원을 찾아 최대한 빨리 아이를 만나고 싶은 것이다. 이제 시작단계인 공공난임센터에서 '마루타 시술'을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호소했다. 

특히 글쓴이는 “공공난임센터에 대한 수요조사는 하고 진행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우며, 지난 간담회를 통해 만들어진 ‘난임정책협의체 시민자문단’의 의견만 들었어도 이런 식의 예산낭비는 없었을 것”이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난했다. 

아울러 “공공난임센터를 설립할 예산으로 시술비를 지원하면 많은 난임부부들이 자신이 원하는 의료기관을 선택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며 “센터 건립을 위한 39억원을 실수혜자인 난임 부부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서울의료원 공무원 늘리기에 사용하는지, 이 정책의 수혜자는 누구인지 알고 싶다”고 일갈했다. 

이 글에 달린 답글도 글쓴이의 의견과 다르지 않다. 시민들은 박 시장에 대한 실망과 함께 서울의료원 센터 건립이 아닌 난임환자들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원성을 쏟아내고 있다.

■ 의료계, ‘시민 입장에서 저출산 극복할 것’

의료계 역시 난임여성들을 위해 서울시가 내놓은 ‘한방 지원 사업’ 및 센터 건립과 관련해 '수요조사를 통해 실효성을 따져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서울의료원의 공공난임센터 건립 반대와 함께 센터 건립비용으로 소요되는 39억원의 예산 사용을 두고 난임 부부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서울시는 서울의료원 공공난임센터 건립 목적과 함께 실효성 등에 대한 수요를 조사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난임부부들은 아이를 만나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려 왔다. 그만큼 간절한 마음이 표출된 것 같다”며 “의료계는 난임 부부들이 제대로 된 진료와 시술을 통해 임신에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시가 강동구, 중구, 금천구, 노원구, 성동구, 성북구, 은평구 등 총 7개 자치구에서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하고 있고, 올해만 해도 강서구 등 11개 지자체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까지 가지고 있는데, 난임부부들이 아이를 갖는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한방 난임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결국 그 피해는 오로지 난임부부들에게 갈 것”이라며 “서울시민의 건강을 위해 의료계는 저출산 원인과 근본적인 난임 치료 방법 등에 대해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 시민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바른의료연구소는 ‘서울시 7개구에서 실시한 한방 난임’ 사업 결과 임신 성공률이 평균 8.1%였다는 분석을 통해 “서울시 한방난임사업은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이 전혀 없음을 몸소 입증해준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연구소 측은 "지자체에서는 '임신성공률이 25~30%'라며 의료기관 난임치료 성공률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연구소 조사 결과 평균 11.8%에 불과했다. 지자체들이 거짓주장을 하고 있다"며 지자체의 한방난임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