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의 ‘견물생심’
한의사들의 ‘견물생심’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6.1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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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한의사협회의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선언’이 발표된 지 언 한 달이 지났다.

수년을 이어온 갈등의 종지부를 끝내기라도 하듯 의료계는 일제히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의협회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하는 등 초강수를 두는 모습을 보여 연일 화제가 됐다.

그에 대한 고발 이유는 한의사들의 무면허의료행위를 교사‧방조했다는 것이었는데 이 부분에서 의문이 들었다. 과연 현행 법률에는 의사와 한의사의 의료행위 범위를 어떻게 정하고 있고 수차례 의료계와 한의계가 업무영역을 두고 법적 갈등을 겪으면서도 법적 공방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의료법 제12조 제1항에서는 의료행위를 의료인이 하는 의료‧조산‧간호 등 의료기술의 기행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대법원도 몇 번에 걸쳐 의료행위의 개념을 변경하고 있는데 1972년에는 의료행위에 대해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라고 좁은 의미로 판단했다.

그 이후에는 '의료법의 목적, 즉 의학상의 전문지식이 있는 의사가 아닌 일반사람에게 어떤 시술을 하게 함으로써 사람의 생명, 신체상의 위험이나 일반 공중위생상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여부 등을 감안해 사회통념에 비춰 의료행위의 내용을 판단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한편 의료법에서 정한 의료행위의 주체는 의사로서 국가에서 인정한 의료면허를 받은 사람을 뜻한다. 한의사 또한 국내에서는 독립적인 의료인으로 규정되며 이에 대해 대법원은 '(한방의료행위는) 우리의 옛 선조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2011)'로 정의하고 있다.

정리하면 의사와 한의사 모두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권한이 부여된 의료인으로 의료인이 되기 위해서는 의료면허가 있어야 한다. 또한 이 의료면허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해당 분야의 기술이 뛰어나거나 경험이 많은가 여부가 아닌 의학교육을 공인 교육기관에서 이수하고 시험에 합격했는지 여부다.

즉 과학적·의학적으로 검증된 교육 과정을 거쳐 법적으로 면허가 부여된 자여야만 의료인으로서 자격을 갖추는 것이며 법에서 정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의료행위와 한방 의료행위의 판단여부는 의료행위의 학문적 원리와 교육과정, 국가시험 등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판단의 근거가 된다. 이는 현재 의료면허 제도에서 정하고 있는 의료행위의 정의와도 일맥상통한다.

이런 점은 대법원 판례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2014년 대법원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당해 의료행위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 당해 의료행위의 경위와 목적, 의과대학 및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나 국가시험 등을 통해 당해 의료행위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에 비춰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의과대학과 한의대학에서 전혀 다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2011년 대법원에서는 한의사가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이용하는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이미 판결한 바 있다.

이미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결난 이번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선언은 더 이상 진정 국민들의 건강권을 위한 주장이 아닌 직역 이기주의로 희화화되며 정당성을 잃었다고 보인다.

의료행위나 한방 의료행위의 목적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사이든 한의사이든 국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힘쓰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엄연히 법적으로 의료인은 면허에 의해 규율되고 있는 제한된 직종이다. 의료면허를 위해 감수하는 수십 년을 무시한 채 단기간 일정 교육을 받았다는 이유와 한방 의료를 돕는다는 이유로 의료범위를 침범한다면 이는 감히 견물생심이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의협은 현행 법률에는 의사와 한의사의 의료행위 범위를 어떻게 정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숙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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