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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병원과 네트워크병원 - 대법원의 결론
사무장병원과 네트워크병원 - 대법원의 결론
  • 전성훈
  • 승인 2019.06.17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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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41)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치과계의 사건이지만 ‘유디치과’ 사건을 모르는 의사는 없을 것이다. 2011년 유디치과는 개당 200만 원을 웃돌던 임플란트를 개당 80만 원 선에 공급하는 저가 임플란트 시술을 무기로 급속하게 지점을 확대하였다. 이에 치과계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젊은 치과의사들을 중심으로 ‘덤핑 공세로 환자를 끌어 모은 뒤 질 낮은 시술 서비스를 제공한다’라는 비판이 거세졌다.

게다가 네트워크병원은 의료민영화 논란까지 유발하였는데, 네트워크 형태의 의료기관을 영리병원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보는 입장에서는 네트워크병원을 허용하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기업형 진료를 확산시킬 것으로 우려하였다.

그래서 당시 야당에서는 ‘의료인의 의료기관 중복개설 금지’, 이른바 1인1개소법을 발의하였고, 의료계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해당 개정안은 2011년 말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2013년 모 병원 A 원장은 1인1개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1인1개소법에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A 원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서울동부지방법원은 1인1개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네트워크병원을 운영하는 B 원장은 1인1개소법 위반을 이유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거부당하였는데, 1인1개소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들을 아직 심리 중이다.

헌법재판소에 대한 심판청구와는 별개로, 대법원에도 많은 1인1개소법 관련 소송이 계류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① 네트워크병원장이 요양급여비용 지급정지처분을 취소하여 달라는 청구, ② 네트워크병원에 고용된 봉직의가 네트워크병원장과 연대하여 자신에게도 내려진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취소하여 달라는 청구 등이다. 그렇다. 대부분 돈에 관한 소송들이다. 세상사 분쟁의 종착점은 결국 돈 문제 아니겠는가.

이런 수많은 법적 분쟁들은 ‘네트워크병원은 1인1개소법을 위반하여 설립되어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네트워크병원에는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할 수 없고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은 전액 부당이득으로 환수한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민건강보험법에 대한 해석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런데 최고법원인 대법원은 지난 5월말, 관련 소송들에 대한 판결을 통하여 ‘네트워크병원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지급 여부’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하였다. 이번 판결은 정책당국에 네트워크병원에 관한 중대한 방향 전환을 우회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네트워크병원에 관한 현행법, 이번 판결, 향후 예상을 살펴본다.

의료법은 1명의 의료인이 1개의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 즉 개설자와 운영자가 동일한 의료인인 경우만을 적법한 의료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비적법 의료기관들을 분류하면, ① 비의료인이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사무장병원), ② 1명의 의료인이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경우(중복개설병원), ③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경우(명의차용병원)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 중 중복개설병원은 ‘노골적인 네트워크병원’, 명의차용병원은 ‘숨은 네트워크병원’이라 볼 수 있다.

의료법은 위 3가지 모두를 금지하고 있지만, 각각의 처벌에는 큰 차이가 있다. 첫째 사무장병원은 1) 실질적 개설.운영자인 사무장에 대하여는 5년 이하 징역으로 무겁게 처벌하고, 2) 그에 고용된 명의상 개설.운영자인 의료인도 3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둘째 노골적인 네트워크병원인 중복개설병원은 1) 네트워크병원장은 5년 이하 징역으로 무겁게 처벌하지만, 2) 그에 고용된 봉직의에 대하여는 처벌 규정이 없다. 셋째 숨은 네트워크병원인 명의차용병원은 네트워크병원장과 봉직의 모두 처벌 규정이 없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입법자가 위 3가지 비적법 의료기관 관련자의 처벌에 차이를 두었다는 점, 그리고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은 그 입법목적과 규율대상이 다르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에 근거하여 대법원이 판시한 결론을 간략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① 중복개설병원, 명의차용병원 역시 의료인에 의하여 ‘개설’되었다는 점에서 적법한 의료기관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 ② 또한 거기에 고용된 봉직의가 제공하는 ‘진료행위’도 적법한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진료행위와 질적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③ 그렇다면 어떤 의료기관이 중복 또는 명의차용되어 개설되었다는 사정만을 가지고 그 의료기관이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④ 따라서 중복개설병원, 명의차용병원 역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고, 지급받은 요양급여비용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필요는 없다.’

대법원이 내린 결론을 쉽게 말하면 이런 것이다.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에 대하여는 의료법이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 의료기관의 개설.운영은 의료법으로 규제해라. 그리고 그와 별개로, 의사가 실시한 요양급여에 대하여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서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해라. 의사가 진료한 것은 똑같은데 돈은 줘야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앞으로는 네트워크병원임이 적발된 경우에도 그곳에서 고용되어 일하던 명의상 원장인 봉직의들에게 실질적 원장과 연대하여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액수의 부당이득 반환청구가 제기되거나, 네트워크병원이라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이나 지급정지처분이 내려져 병원이 순식간에 파산 위기에 몰리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물론 이번 판결과 무관한, 사무장병원에 대한 환수 및 처벌, 그리고 노골적인 네트워크병원인 중복개설병원의 병원장에 대한 처벌은 계속 이뤄질 것이다. 이 부분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달려 있다.

의료계 입장에서 보면 가끔씩은 불만스러운 판결을 내리기도 하지만, 법원은 상식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하여 고민하는 조직이고 이번 판결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인하여 앞으로 네트워크병원 관련 정책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대응에 대하여 주의 깊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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