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낙태죄 개정안, 헌재 취지 반한다”
“이정미 낙태죄 개정안, 헌재 취지 반한다”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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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료법학회·서울서부지검, 15일 춘계공동학술대회 개최
법학계 · 검찰 “형사처벌 원칙적 배제, 헌재 결정 몰각하는 것”
"의료인 낙태시술 거부권 보장...교육 필수 여부는 신중해야"

낙태죄 폐지 1호 법안으로 불리는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헌재 취지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위반적 낙태행위에 대한 임산부나 의사의 형사처벌을 원칙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다.  

대한의료법학회 및 서울서부지검은 15일 서울고등검찰청에서 2019년 춘계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해당 법률안은 형법에서 제269조제1항과 제270조제1항을 삭제하고 부동의 낙태죄의 처벌을 강화하면서 모자보건법 제14조에서 낙태허용사유를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관련기사:‘낙태죄’ 폐지 법안 발의..."22주내 이내 중절 가능")

낙태허용의 구체적 사유로는 △임신 14주 이내에는 임산부의 판단에 따른 요청만으로 가능하게 하고 △임신 14주부터 22주까지는 태아의 건강상태가 중대한 손상을 입고 있거나 뚜렷한 경우 △성폭력범죄 행위로 임신한 경우 △임신과 출산이 모체의 건강을 해칠 경우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모자보건법 규정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이 따로 없다는 점이 문제라는 게 이석배 교수의 설명이다. 해당 안에는 모자보건법 위반에 대한 과태료 규정만을 명시하고 있다.

이석배 교수
이석배 교수

학술대회에 참석한 이석배 단국대학교 법학대학 교수는 “이정미 의원의 개정안은 헌법재판소의 취지에 비춰볼 때, 기간·사유와 관련된 점에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처벌 규정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규정을 위반한 의사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은 두지 않고 이 규정을 위반한 임산부에게 상해 또는 사망의 결과를 야기한 경우에만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이 법률을 위반한 낙태의 경우에 과태료 규정만을 명시하고 있다.

안 제27조의2와 27조의3에서는 모자보건법규정을 위반해 임산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인공임신중절을 하게 한 자에 대해서는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의사의 경우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돼 있다.

때문에 모자보건법규정을 위반해 이뤄진 낙태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이 과태료 규정만 있다는 점에서 태아의 생명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는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성기범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 검사도 우려를 표명했다.

성기범 검사는 “개정 모자보건법 위반 낙태행위에 대해 임산부나 의사의 형사처벌을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헌재 결정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우려된다”며 “임산부에 대한 상담절차, 숙려기간 및 의사만이 낙태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추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동조했다.
 
■ "의료인 낙태시술 거부권 보장...교육 필수 여부는 신중해야"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의료인의 낙태시술 거부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같은 조치가 없으면 자신의 신념과 양심에 따라 낙태시술을 거부하는 의료인들에 대한 형사 처벌 등 불이익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김천수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낙태죄 관련 법령 개정은 종래에 비해 낙태를 합법화하는 범위가 확대될 것이 명백하다”며 “초기 태아에 대해 임부가 요청하면 사유를 불문하거나 사회경제적 사유만으로 낙태가 허용될 경우 의료인들의 낙태 시술 거부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운을 뗐다.

헌재 결정이 나온 직후 청와대 청원이 등장했을 정도로 해당 쟁점이 생명옹호론 계열의 의료인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천수 교수는 “합법적인 연명의료의 보류 내지 중단에 대한 의료인의 거부권을 인정한 국내 입버례를 참조해 낙태죄 개정 법률에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첨언했다.

김 교수가 언급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2항’에서는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의 이행을 거부할 때에는 해당 의료기관의 장이 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담당의사를 교체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해당 항목을 통해 의사의 거부권을 간접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참고해 낙태죄 개정법률에서 직접적으로 거부권을 인정하는 문구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론이다.

나아가 김 교수는 ‘의료기관의 장은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의 이행 거부를 이유로 담당의사에게 해고나 그 밖에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낙태죄 개정 법률에서도 그대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에 더해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도 “임부의 낙태에 대한 요청을 받은 의사가 신념과 종교적인 이유로 거부해도 의료법상 진료거부로 보지 않아야 하고 불가피하게 낙태수술을 한 의사를 처벌해서도 안 된다는 조항이 신설돼야 한다”고 보탰다.

낙태시술에 대한 교육을 필수 과정으로 도입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은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천수 교수는 “낙태시술을 산부인과 전문의 수련과정에 필수 과정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데 만약 낙태 시술 교육이 필수과정이 된다면 산부인과를 전문으로 하고자 하는 의학도로서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낙태 사유에 따라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김재연 법제이사는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경우는 질병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그러나 우생학적‧윤리적 적응과 강간 및 태아의 심각한 기형이 확인된 경우와 임신의 지속이 보건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을 때는 건보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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