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보건소 진료 확대법 추진 실효성 있을까?
[초점] 보건소 진료 확대법 추진 실효성 있을까?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6.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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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의료기관-보건소 무분별한 경쟁 야기 주장
신보라 의원, 산모 선택권 늘리기 위한 발의
보건소 “야간 진료 원하는 민원 없어…개정안 황당해”
사진=신보라 의원실 제공
사진=신보라 의원실 제공

신보라 의원이 보건소 진료시간을 확대하고 보건소 산전검사 지원을 의무화한 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해당 법안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산부인과 의료기관에서 이미 주말·야간 진료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소 진료시간을 확대하는 행위는 효과가 없을뿐더러, 일차의료기관과 보건소를 무분별하게 경쟁시키는 것 밖에 안 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 의원실 측은 환자들의 선택권 확대 차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일차의료기관과 보건소의 역할을 제대로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12일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지역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고 건강한출산 패키지 법안’으로 명명했다.
 
해당 안은 맞벌이 가구의 경우 보건소의 다양한 보건의료 지원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견해로 보건소에서 주 1회 이상 야간 진료 및 월 1회 이상 토요일 오전 진료를 실시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시장·군수·구청장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산부 및 가임기 여성에 대한 산전 검사를 지원하도록 명시했다.(관련기사: 보건소 주말·야간 진료 확대, 산전검사 지원 추진)
 
■ “산부인과 접근성 떨어진다?…말도 안돼”
 
이에 대해 의료계는 산부인과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제기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이다.
 
전영미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전영미 산부인과의원장)은 “현재 24시간 열려있는 산부인과도 많고 토요일 같은 경우는 100% 개원 의사들이 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보건소에서 저출산 문제를 담당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에서 산부인과 관련 접근성이 떨어져 환자들이 진료를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에 해당 법안은 사실상 필요 없고 실효성도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당 개정안이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김동석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산모들에게 더 해준다는 식의 보여주기 입법인데 현실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울분을 토했다.
 
김동석 회장은 “산부인과는 특수과로 보건소에는 산부인과 전문의조차 없다. 피 검사만 하는 것이 산전검사인가”라고 반문하며 “제대로 된 검사를 위해서는 초음파 검사, 환자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단해야 하는데 산부인과 전문의도 없는 곳에서 야간·주말 진료까지 하게 되면 문제가 심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그는 “보건소에서 주말 근무를 할 경우 휴일수당을 추가로 받고 산전검사에 대해 보험청구도 할 것인데 이게 모두 세금 낭비”라며 “현재 산부인과의사회 차원에서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며 신 의원과 직접 대면해 문제점을 알리는 등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 “산모 선택권 늘리기 위한 발의”
 
반면 신보라 의원실 측은 산모들의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평일 직장 때문에 일반 병·의원을 다닐 수밖에 없는 산모들에게 보건소를 갈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신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보건소에서는 산전검사 이외에도 예방접종, 산모 교육 세미나 및 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데 워킹맘들은 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배제되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최근에는 서초모자보건지소처럼 산모나 모성보호를 위해 전문적으로 운영되는 곳도 존재하는 만큼 전업맘들 이외에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문제를 제기한 민원도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계 반대 의견에 대해서는 비용적인 면에서 효과적인 측면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일반 병·의원에서의 산전검사는 보건소보다 가격이 비싸다”며 “비용적으로 부담되는 환자들을 위해 이번 개정안은 꼭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야간·주말 진료 원하는 민원 한건도 없어”
 
사진=서초 모자보건지소 제공
사진=서초 모자보건지소 제공

한편 정작 보건소에서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야간·주말 진료를 원하는 민원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야간진료도 수요조사를 통해 없애고 있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 결과, 신보라 의원실에서 언급한 서초 모자보건지소 및 서초 보건소에서는 한 건도 야간진료를 해달라는 민원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 모자보건지소 고위 관계자는 “서초 모자보건소는 영유아 검진 및 임산부 초음파 검사 등과 함께 각종 건강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유아, 임산부 특화 보건소”라며 “그런데 개소 이후 한 번도 야간에도 진료를 해달라는 민원은 받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콜센터, 개인 휴대전화, 홈페이지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접수된 민원들에 대해 확인 절차를 거쳐 반영하는 편인데 보건소 진료시간 관련 민원은 금시초문이라는 것.
 
또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야간진료가 보건소에서 필요 없다는 견해도 밝혔다.
 
보건소 관계자는 “서초구 보건소에 지난해까지는 야간진료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요조사를 해보니 수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의료자원과에서 야간진료를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임산부가 저녁 늦게 보건소를 찾아 검사하는 행위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해당 개정안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일차의료기관-보건소 역할 재정립 필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의료계에서는 일차의료기관과 보건소의 무분별한 경쟁을 막고 각자의 영역에서 업무를 특화시킬 수 있는 특단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본래 보건소에서 각종 질병 예방·관리와 보건사업 등 업무를 하던 만큼 해당 업무를 강화하는 한편 일차의료기관에서는 환자 진료에 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도 ‘서울케어-건강돌봄’ 체계 구축·운영을 위한 업무 협약식에서 “서울시에는 25개 구의사회와 보건소, 보건지소라는 조직이 있다”며 “보건소가 진료기능이 아닌 시민의 건강을 돌보며 진료는 일차의료기관에 연계하는 이상적인 진료체계가 갖춰지길 바란다”고 발언한 바 있다.
 
즉 서울시 관내 25개 구 보건소에서 각종 질병 예방·관리와 보건사업, 위생교육 강화 등이 주요 업무임에도 불구, 일차 진료에 치중하며 동네의원과 경쟁하고 있다는 견해다.
 
이에 대해 김동석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의협 측에 보건소의 역할 재정립을 위한 해결책 마련을 정식으로 건의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전문의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각 보건소에서 지속적으로 환자 진료를 강화하는 행태는 절대적으로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의사회 관계자 A씨는 “의료기관이 많지 않은 도서지역은 모르겠지만 서울은 한 골목 지나 병·의원이 넘쳐나는 상황”이라며 “보건소와 동네의원의 역할을 제대로 확립하고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무분별한 예산 낭비와 비효율이 파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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