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성없는 '한방 난임' 서울시 혈세만 '펑펑'
유효성없는 '한방 난임' 서울시 혈세만 '펑펑'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06.10 1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맘 카페·한의원, '한약재 한방치료' 난임 해결책인 듯 '현혹 홍보'
의료계,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가임여성 건강 위협

난임 여성들이 한약 복용 후 부작용과 함께 난임 시술 시기까지 놓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오히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한약정책사업’에 예산을 확대 투입해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일부 인터넷 '맘 카페'와 한의원들이 한약 및 한방치료가 난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인 것처럼 ‘임신 성공’ 사례를 소개하면서 난임 여성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한의원 홍보, 맘 카페 성공사례 글 ‘난무' 

현재 인터넷 맘 카페 등에서 ‘난임’이나 ‘한약’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한약 먹어도 될까요?’, ‘난임 병원 Vs 한약’, ‘시험관 준비 한약’, ‘한약 드시고 임신 하신 분들’과 같은 글을 흔히 볼 수 있다.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난임을 겪은 여성들이 난임 병원에서의 시험관 시술 진행상황이나 실패담을 털어놓으며 ‘한약이 도움이 될까요’라고 묻거나 ‘잠시 병원 시술을 중단하고 몸을 만들기 위해 한약을 먹어도 되는지’ 질문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글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 마치 ‘한약과 한방치료(침, 뜸)’를 통해 임신이 된 것 같은 ‘자가 진단 및 결론’ 형태의 글이 태반이다.

#. 사촌 둘 다 한약 먹고 임신됐어요. 시험관 준비해도 한약 도움 됩니다. 간혹 병원에서 먹지 말라는데, 그건 병원이라 그런 말하는 겁니다. 한약이 몸 따뜻하게 해주고 자궁 따뜻하게 해줘서 착상되는데 도움 된대요. 난자채취 전 호르몬주사 맞을 때랑 시험관 난자 이식 전까지 전후로 드셔도 됩니다. 

#. 한약은 1재 먹어선 안 되고, 3재는 먹어야 효과가 있대요. 차라리 뜸이나 침을 맞아 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한약만 3재 지어먹고 염소즙 2번 먹고 기다리다 안 돼서 시험관 시술한 결과 성공했습니다. 임신 9개월 동안 몸 힘들지 않았고, 결론은 한약 먹은 것이 정말 도움됐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뿐만 아니라 포털 사이트에 검색되는 ‘난임 전문’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한의원들도 마치 ‘한방’이 난임을 해결할 수 있는 것 마냥 홍보하고 있다. 

일부 한의원들이 ‘임신률 63.3% 100인의 명인’, ‘시험관 성공률 54% 달성’, ‘난임 치료 이제는 한방으로 받아봐’ 등의 문구로 환자를 현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난임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의학적·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한방치료’에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 한방치료로 ‘임신’ 사례 全無

하지만 한약을 권유하는 난임 여성들의 댓글이나 한의원들의 홍보 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약과 한방치료로 ‘임신’을 했다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평소 손·발이 찼는데, 한약을 먹고 몸은 물론 손발이 따뜻해졌다. 이것이 임신에 도움을 받은 것 같다’는 등의 내용인데, 대부분 난임전문 의료기관을 다니면서 한약을 복용한 사례를 올려놓은 글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바른의료연구소는 ‘서울시 7개구에서 실시한 한방 난임’ 사업 결과, 임신 성공률이 평균 8.1%였다는 분석을 통해 “서울시 한방난임사업은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이 전혀 없음을 몸소 입증해준 것”이라는 비판을 내놨다.

이 같은 분석 결과 뿐만 아니라 ‘한약과 한방 치료’가 오히려 임신 성공에 장애물이 됐다는 사례도 발견됐다.

#. 시험관 시술을 앞두고, 한약을 먹으면 좋다는 주변의 의견에 따라 한약을 먹었는데, 오히려 손발이 차고 오한이 생겼다. 한의사는 ‘진맥상’ 난소 기능 회복이 느껴진다는데, 병원 진료 결과 ‘난소기능’이 저하됐단다. 시험관을 앞둔 상황에서 화가 난다. 

#. 시에서 지원하는 ‘한방난임지원사업’을 통해 2달째 한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생리주기가 늦어지고, 생리통이 심해지고, 얼굴에는 지루성피부염이 생기기까지 했다. 여기에 자궁에 뜸 시술 받다 아랫배가 데어 상처도 남았다. 지금 생각하면 한의사 실적을 위한 한약실험을 당한 것 같다. 

#. 한약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거지, 태아 착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난임 시술을 받으면서 한약을 같이 병행해 봤지만, 큰 효과나 도움은 없었다. 그리고 병원을 다니면서 한약을 함께 복용하는 것은 호르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 예산 낭비 그만… 근거 중심으로

서울시는 강동구, 중구, 금천구, 노원구, 성동구, 성북구, 은평구 등 총 7개 자치구에서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강서구 등 11개 지자체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 

이 사업은 1년 이상 임신이 어려운 여성을 대상으로 한방진료와 탕약을 지원하는 것으로, 150만원 상당을 지원하게 된다.

7개 구 중 5개 구에서는 남성도 지원 대상자에 포함, 사업비만 총 3억813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중구가 7255만원으로 가장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관계자는 “지자체의 한방난임사업은 마치 선심을 베푸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난임 부부의 간절한 마음을 악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전략적으로 난임부부들을 현혹해, 오히려 치료의 시기와 기회를 놓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약과 한방치료를 받는 난임 부부들 대부분이 난임 전문 의료기관에서 ‘시험관과 인공수정’을 하면서 한의학을 함께 하는 것으로, 한방으로 난임을 치료했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가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으로 내 놓은 ‘한방난임시범사업’ 정책에 약 1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서울시의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며 “이제는 한의학도 ‘근거중심’ 진료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서울시는 난임부부들이 ‘난임 문제’를 해결하고, ‘임신’이 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이들이 필요한 제도와 지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특별시의사회는 10일 오후 7시 의사회관 5층 강당에서 ‘서울시의사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와 함께하는 전국 순회 교육’을 실시한다.

이번 교육은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의 지역의사회 순회 교육홍보 활동의 일환이다. 

'한방의학의 문제점과 해결책'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날 교육에서는 △박광재 중앙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이 '한방문제의 개요와 이슈' △강석하 중앙한방대책특별위원회 전문위원·과학중심의학연구원 원장이 '한방문제의 현황과 대처방안' △김성원 바른의료연구소 소장이 '한방난임사업의 문제와 대안'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