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8:07 (화)
“이번 의협 수가협상은 ‘답정너’였다”
“이번 의협 수가협상은 ‘답정너’였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6.03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의총, 기울어진 운동장서 어린아이 사탕 쥐어주는 한편의 쇼
약국보다 적은 수가 인상률 분노…체급 다른 건보공단 어떻게 이기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열심히 싸워준 의협 협상단에게 가슴속 치미는 무거운 격려와 더 큰 싸움을 준비하라는 뜨거운 응원을 함께하고 싶다.”

결렬된 내년도 의원 수가 협상 결과에 대해 한 임의 의사 단체가 강한 분노를 나타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2020년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협상을 종료 시한인 지난 5월 31일 자정을 넘겨 1일 오전 8시 30분까지 10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밤샘 마라톤 협상에도 불구하고 공단이 제시한 2.9%의 수가 인상률과 간극을 줄이지 못해 결국 의협은 협상 결렬을 선언한 바 있다.

이번 수가 협상 결과와 관련해 전국의사총연합(이하·전의총)은 “매년 벌어지는 의료수가 협상은 정부가 답을 정해 놓고 공급자 단체를 한편으로는 겁박하고 한편으로는 적당히 구슬려 어린아이 사탕 쥐어주는 한편의 쇼를 보는 듯하다”고 허탈감을 나타냈다..

전의총은 “공단과 의료 공급자 간에 수가를 놓고 협상이라는 형식을 갖췄지만, 그 힘의 크기가 대등하지가 않아 절대로 협상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일반적인 노사 간 임금 단일 협상의 경우 정부는 공정한 중재자적 역할을 하겠지만, 의료수가협상은 사실상 정부의 대리역인 건보공단과 해야 하므로 애초에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그렇다고 상대의 체급이 같은 것도 아니다. 여러 통계와 자료로 중무장하고, 시민단체마저 등 뒤 응원꾼으로 열광적 지지를 업고 무소불위 힘을 과시하는 건보공단을 상대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것”이라며 “노사 간 협상의 경우 이런 약자들을 위해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의 노동 3권을 보장하여 기울어진 힘의 평형을 유지하도록 하지만 의료계만은 위 3권은 철저히 봉쇄되어 있다”고 억울함을 나타냈다.

그래서 해마다 정부 입맛대로 이미 정해진 답대로 한바탕 쇼를 벌인 후 언발에 오줌 누기식으로 찔금 수가를 올려주고는 생색을 내고 있다는 것. 이번 수가 협상 시작 전 건보공단 강청희 수가협상단장은 공급자들도 근거자료를 가지고 와서 목소리를 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번 수가협상은 병협 1.7%, 약사회 3.5%, 치협 3.1%, 한의협 3.0%, 조산원 3.9% 로 타결되었고 의협에는 2.9%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의총은 “우리는 문케어로 인한 상급병원으로 환자 쏠림현상 강화, 더 많은 직원들의 최저시급인상으로 경영악화가 약국보다 훨씬 많은 의원이 약사회보다 훨씬 더 적은 인상폭을 제시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며 “공단도 꼭 그 근거를 제시하기 바란다. 하지만 아마도 그 근거를 제시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의총은 그 차이가 결국 정치적, 사회적 또는 복지부 내의 보이지 않는 힘의 차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협상 결렬로 의원급의 수가는 이달 말까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건정심)에서 결정하게 됐다. 지난 2008년 유형별 수계계약 도입 이래 현재까지 공단과 공급자단체 간 수가협상이 결렬돼 건정심행이 정해지면 건정심에서는 일종의 페널티처럼 공단의 최종 제시안보다 소폭 감소된 수가인상률이 확정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에 전의총은 “결렬 책임을 의협에 두고 페널티를 운운하는 것도 그렇지만, 건정심 자체가 주로 친정부인사로 구성되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의료수가 결정의 비민주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렇게 이중 삼중 철장의 안전장치에 갇힌 사자에게 창끝을 겨누는 안전요원을 배치해 두는 이유는 그 사자가 무섭고 표독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전의총은 “그렇다. 비록 지금은 묶여있더라도 우리는 영원한 사자”라면서 “억압되고 잘못된 수가 결정 구조를 깨뜨려 균형되고 똑바른 운동장에서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것이 어떤 것인지 공단과 진검 승부를 겨뤄야 할 사자”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전의총은 “지금은 수가협상 실패로 고뇌에 찬 우리의 리더들에게 질책보다는 더 큰 싸움을 준비하는 격려와 따뜻한 마음의 박수가 필요할 때”라고 이번 수가협상을 진행한 의협 수가협상단과 수뇌부에 대해 격려를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