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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1개소' 요양급여 판결싸고 갑론을박
'1인1개소' 요양급여 판결싸고 갑론을박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6.0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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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변호인 “설득력 있는 논거 위반병원 승소”
건보공단 변호인 “형평성 반하고 논리적 모순 있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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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인1개소법 위반 의료기관에 대해 공단의 요양급여 환수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내려진 가운데 해당 판결을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현재 의료기관 변호인 측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이 간결하지만 설득력 있는 논거 제시해 그동안 건보공단이 주장해 오던 입법오류를 바로 잡았다는 평을 내고 있는 반면 건보공단 변호인은 이번 판결이 논리적 모순이라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의료법 33조8항, 즉 의료인 1인1개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이 건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 취소 및 진료비지급보류정지처분취소 청구 등 소송에서 모두 공단 측 패소를 판결했다.

즉 1인 1개소법 관련 요양급여 논란이 이번 판결로 인해 종지부를 끊은 것이다.

또한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이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에게 큰 손실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향후 1인1개소법의 실효성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번 판결은 향후 예정된 1인1개소 위헌 관련 헌법재판소 판결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현재 헌재에는 의료법 제33조8항, 1인 1개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이 계류 중인 상태다.

우선 본지에서 입수한 이번 대법원 판결문을 살펴보면 재판부는 중복개설 의료기관에서 이뤄진 진료행위도 정상적인 의료기관의 진료행위와 비교해 요양급여로서 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봤다.

때문에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해 의료법을 위반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 사정만으로 요양급여에 대한 비용을 지급 거부하거나 환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중복개설 의료기관도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인에 의해 개설됐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의료기관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진료행위도 법에서 정한 요양급여의 기준에 미달하거나 요양급여로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이어 "의료법 조항을 위반해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하는 의료인에게 고용돼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해 의료법이 처벌규정을 두지 않는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김성수 변호사 “간결하지만 설득력 있는 논거 제시”

이에 대해 의료기관 측 변호를 맡았던 김성수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대법원의 판결을 보면 분량은 적지만 간결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했다"면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건보공단이 의료법 규정을 위반한 의료기관이면 건보법상 급여 청구를 받을 수 있는 요양기관이 될 수 없다는 단순하고 기계적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이번 판단의 근거가 된 건보법 규정 내용을 중심으로 그 규정에서 예상하거나 예정한 정도의 요양기관이라면 당연지정제도의 취지상 진료에 대한 보수 청구 자체에 허위나 과장이 없으면 지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운을 뗐다.

덧붙여 "의료법은 반면 국민에게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통한 건강증진이 목적인 법으로 이를 위한 의료인, 의료기관 등에 대해 적정한 자격을 규정한 것"이라며 "양법의 적용 대상이나 입법목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건보법과 의료법은 적용 대상과 입법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의료법을 어긴 의료기관이라고 하더라도 건보법 상 급여 청구를 거부할 수는 없다는 논리인 것이다.

한편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점을 대법원이 중복개설 의료기관과 사무장병원의 위법성에 차이가 있다고 해석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사무장병원의 경우 병원의 실질 개설자인 사무장과 고용 의료행위자 모두에게 중한 처벌이 가능토록 명시하고 있지만 중복개설 의료기관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견해다.

김성수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서는 중복개설 의료기관의 명의상 개설자가 사무장병원의 고용원장에 대한 처벌과 같은 처벌규정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나아가 명의차용개설기관의 경우 명의차용자인 실질개설자에 대한 처벌 규정도 없다. 이는 법률자체에서 이미 이 두 가지 위법성에 대해 차이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번 판결을 통해 중복개설기관 명의 원장이 환수나 지급거부의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돼 있는 기존 건보공단의 부당이득 징수 처분은 의료법이 예정한 제재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과도한 처분으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해석됐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건보공단의 방식대로 하면 오히려 진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적정한 진료가 제공됐음에도 공단이 그에 대해 비용 지불을 면제 받거나 강제 상환한 것이 돼 공단이 부당이득을 누리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 김준래 변호사 “형평성에도 반하고 논리적으로 모순”

반면 건보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인 김준래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형평에 반하며 논리적으로도 모순되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사무장병원의 경우에도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기 때문에 의료의 질은 담보된다는 것. 또한 의료인이 개설, 운영했다는 기준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 근거가 없어 향후 추가적인 검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래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의료서비스의 질이 보장된다면 환수가 불가하다는 판단인데, 사무장병원의 경우에도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한다"며 "때문에 의료서비스 내지 요양급여의 질은 담보된다. 그런데도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비용을 환수하라고 판단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형평에도 반하는 판단이며 논리적으로도 서로 모순된다"고 비난했다.

또한 그는 "이번 판결은 배후의 의료인이 개설 운영했다면 여러 개 개설해도 적법하다는 것인데, 과연 ‘의료인이 개설 운영하였다는 것’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없어 향후 추가적인 판단을 받아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즉 배후의 실질 개설 운영자가 의료인이라고 주장하며 △주식회사를 도구로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비의료인을 대리인으로 보내서 개설명의 의료인들을 지휘 감독하는 것도 가능한 것인지, 향후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논리다.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현행법을 사문화 시키는 판단으로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을 여러 개 개설하는 것을 허용하는 취지라면 판결이 아닌 법을 개정해서 허용해야 한다"며 "이는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입법자의 입법의도에도 반하는 판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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