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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잘 재잘’ 꽃들이 반기는 서울을 걷다
‘재잘 재잘’ 꽃들이 반기는 서울을 걷다
  • 김진국
  • 승인 2019.06.03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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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51) ‘남산 둘레길’

남산둘레길은 서울타워를 중심으로 남산을 한 바퀴 돌아보는 코스로 조성되어 있다. 원래 자동차가 다니는 길로 예전에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했던 곳이다. 지금은 북측 순환로를 완전히 차단해 보행자들의 천국으로, 남측 순환로는 순환버스만 일방통행으로 다니는 것을 허용해 보행자를 배려한 길로 바꾸었다. 해 질 무렵의 저녁 시간에 걸으면 한여름 무더위도 피하고 아름다운 서울 야경까지 볼 수 있어 일석이조다.

■ 직장인부터 꼬마까지, 한국인부터 외국인까지, 함께 즐기는 길
차를 몰아 남산 공원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무렵, 구름이 적당히 해를 가려줬지만 아직 어둡지도 않았고 간간히 바람도 부는 시간이다. 사실 남산은 내게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창시절의 정겨운 추억이 있는 곳이다. 현재는 남산도서관인 건물도 예전에는 내가 자주 찾던 어린이 회관이었다. 도서관을 뒤로 하고 남산으로 향하니 제일 먼저 시원한 분수가 우리를 반겨준다.

빨리 도망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잡히지도 않으며 약을 올리는 비둘기를 따라다니느라 귀여운 꼬마 하나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왕복 2차선의 탁 트인 길에 들어서니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양복 차림으로 퇴근하는 직장인들, 지도를 보며 열심히 고민하고 있는 외국 관광객들, 깔깔깔 소리가 경쾌한 아주머니 부대, 제대로 된 복장을 갖춰 입고 진지하게 뛰고 있는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 등 사람 구경만으로도 즐거운 걷기 코스다.

여름 가뭄으로 길가의 시냇물은 모두 말라 버렸지만 다행히 척박한 땅 위에서도 예쁜 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려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 구름다리를 건너 한옥마을로 향한다. 이곳에 도착하자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여러 나라 언어가 한데 뒤섞여 들린다. 중국어, 영어, 일본어, 알아들을 수 없는 말까지. 남산 걷기 코스가 외국인에게는 필수 관광지임이 분명해 보였다. 외국인 방문객들이 많은 만큼 연못 속 돌그릇에도 여러 나라 동전들이 가득하다. 

■ 무더위 날리는 여름 야간 보행, 아름다운 서울야경은 ‘덤’
남측 순환로로 넘어가니 전기 순환버스로와 보행자 길이 나란히 있다. 왼쪽으로는 한강과 함께 서울의 아름다운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사진 찍으면 제일 잘 나오는 장소라고 친절히 포토 아일랜드도 만들어 놨다. 산과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 그 사이에 어우러진 빌딩 숲이 아름답다. 여러 각도로 풍경 사진을 찍던 중 반가운 서울병원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야외식물원에 다다라 소나무 숲 속 맑은 공기를 음미하며 천천히 걸어본다.

수많은 나무 계단을 올라 서울타워를 향한 시각은 8시로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데크 전망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 수 만개의 사랑의 열쇠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 없다. 조금 더 어두워지길 기다려 서울타워 1층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으니 창 너머로 하나 둘씩 불이 켜진다. 식사를 마치고 2층 데크로 올라가니 좀 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려 저마다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한 두 장의 사진을 남기고 인파를 피해 다시 남측 순환로로 향한다. 사진촬영 명소인 포토아일랜드에서 못 다 감상한 서울의 야경을 여유를 갖고 둘러본다. 이곳은 비교적 덜 붐벼서 이야기도 나누며 아름다운 서울야경 감상이 가능하다. 색색이 변하는 서울타워의 변신도 덤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어느덧 2만보, 4시간여의 남산 여행을 마치며 집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에도 자전거족들은 남산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Tip. 남산 둘레길로 가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남산 주변의 지하철역인 서울역, 명동역, 충무로역, 동대입구역에서 여유가 있으면 걸어서 가도 되고, 순환버스를 이용해 둘레길 시작점이나 서울타워 주차장에서 내릴 수도 있다. 서울타워에서 경치를 감상하며 식사를 즐기는 것도 좋고 명동역에서 남산으로 오르는 길에 있는 맛집 식당도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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