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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건강축제] 걷기의 행복...몸과 마음으로 이어진다
[시민건강축제] 걷기의 행복...몸과 마음으로 이어진다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6.02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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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회 의사의날 기념 청계천 시민건강축제 의미

지난 2일 서울시의사의 날을 맞아 시민들과 함께 진행된 시민건강축제는 매우 의미 있는 행사였다.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청계천에 모인 서울시민들은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모전교에서 광교, 관수교로 이어지는 청계역사길을 함께 걸으며 삶의 활력을 찾았다.

배오개다리를 반환점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는 약 4km 남짓, 특히 이번 걷기 코스는 교각미의 정점인 모전교부터 조선시대 석공의 흔적이 남아있는 정교한 광통교, 정조의 8일간의 화성행차를 그린 정조반차도, 전태일노동복합시설까지 볼거리가 넘쳤다.

26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시원한 청계천 풍경과 파란 하늘을 벗 삼았다. 이날 시민건강축체에 참가한 김지은 씨는 “화창한 날 가족과 청계천을 찾아 함께 걸으니 몸과 마음 모두 새로워지는 것 같다”며 “이번 행사에는 걷기 이외에도 다양한 부스에서 건강 상담과 더불어 경품이 준비돼 있어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이번 시민건강축제가 걷기대회로 진행된 이유는 뭘까. 더 나아가 현대사회에서 걷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가장 빠르고 신속한 이동수단으로 자동차나 비행기가 대체돼 버린 지금, 바쁜 현대인에게 걷는다는 행위는 효율적이지 못하고 시간 낭비적인 것으로 치부되기 쉽다. 또한 시간 많은 상류층, 혹은 할 일 없는 노인들이 즐기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걷는다는 것은 한 개인에게 그렇게 간단하다거나 가볍지 않은 행위다. 걷기와 산책은 예로부터 많은 지식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덴마크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평생을 정신병을 앓았다. 그는 어머니와 형제들을 잃고 사랑하는 연인과도 파혼하게 되면서 실의에 빠진 삶을 살며 혹독한 불안에 시달렸다. 그랬던 그에게 걷기는 유일한 삶의 낙이었다. 그는 걷는 것에 대해 날마다 그를 행복으로 바래다주고 모든 아픔에서 걸어오는 것으로 정의했다. 때문에 걷고자 하는 열망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

프랑스의 사상가 루소도 자신의 저서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에서 “걷는 시간은 고독과 명상의 시간으로 이 시간은 하루 중에서 유일하게 방해받거나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는 때다. 이 때 비로소 나는 나 자신이 되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고 저술했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이토록 걷는 시간을 즐거워하고 예찬했을까. 아마 이들은 한 지점에서 출발해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 온전히 자신의 다리와 발로 한 걸음씩 내딛으며 자신의 내면의 길을 성찰했으리라.

그리고 다시 그 먼길을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걸으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인생의 길은 지름길이 아닌 온전히 내 육체와 고뇌로서 천천히 걸어가는 것임을 깨달았을 것이다. 걷기는 느리지만 오롯이 육체를 느끼고 온전히 향유하며 나와 완벽히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한편 걷기는 신체적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걷기는 근력 강화와 심폐기능 활성화, 뼈 조직 강화 등 많은 운동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나아가 삶의 질과도 관련이 있는데 ‘우리나라 성인의 걷기운동과 삶의 질의 관련성(2013)’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삶의 질과 걷기운동실천 여부는 통계적으로 연관성이 높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신체 활동을 통한 삶의 질이 비활동군에 비해서 고강도, 혹은 중등도 운동보다도 걷기운동이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프랑스 작가 다비드 르 브르통은 “걷는 사람은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 모든 것과 다 손잡을 수 있는 마음으로 세상의 구불구불한 길을, 자기 자신의 내면의 길을 더듬어간다”고 했다. 이번 서울시의사회에서 주최한 이번 시민건강축제는 평상시 걷는다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이들에게 걷기의 행복을 전해줬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번 행사를 통해 서울시민들이 마음먹은 것처럼 될 리 없는 세상의 구부정한 길을 조금 더 현명하고 건강하게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서울시의사회가 이번 행사를 계기로 반복되는 일상에 허덕이는 서울시민들의 육체와 정신을 모두 보듬을 수 있는 당당한 서울시민의 의료전문가 단체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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