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수가협상 결렬…2.9%로 건정심행
의협 수가협상 결렬…2.9%로 건정심행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6.0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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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총 밴드 1조 478억 원, 전체 유형 평균 인상률 2.29%
병원 1.7%, 치과 3.1%, 한방 3.0%, 약국 3.5%, 조산원 3.9% 타결
종료 시한 31일 넘겨 아침 8시까지 밤샘 마라톤 협상 이어져

2020년도 수가협상에서 결국 의사협회가 건보공단이 제시한 인상률과 간극을 줄이지 못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결렬됐다. 2020년 전체 유형 평균 인상률은 2.29%, 추가소요재정은 총 1조 478억 원으로 추계됐다.

공단은 2.9%의 내년도 의원 수가인상률을 의협에 최종적으로 제시했지만 의협은 이를 거부해 6월 말까지 건정심에서 결정하게 됐고, 병원협회는 1.7%의 인상률에 합의해 전 유형 중 가장 먼저 타결됐으며, 나머지 유형은 치과 3.1%, 한방 3.0%, 약국 3.5%, 조산원 3.9%, 보건기관 2.8%으로 결정됐다.

2020년도 유형별 요양급여비용 협상이 6월 1일 오전 8시 30분경 종료됐다.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가협상단과 협상 종료 시한인 5월31일 자정을 훌쩍 넘겨 1일 오전 8시까지 10차례나 걸친 밤샘 릴레이 협상을 거듭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의협 이필수 수가협상단장(전남의사회장)은 1일 오전 8시경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하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다만 정부와 대화는 계속 이어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 단장은 “2020년 의원 수가협상은 결렬됐다. 처음에 공단이 굉장히 낮은 수치를 제시해 나름 노력해서 많이 올라왔고 정부의 노력도 알고 있지만 공단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2.9% 인상률 수치로는 회원들의 기대감을 반영하기 어려워 결국 회원들의 정서를 반영해 협상을 결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수가협상 결렬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이번 일을 계기로 의정관계는 서로 이해하고 상생하는 관계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수가협상단장으로서 회원들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나타냈다. 이 단장은 “단장으로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되어 회원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그래도 공단이 최초로 제시한 1.3%의 인상률에서 시작해서 10차례나 밤샘 협상을 거듭한 끝에 2.9%로 끌어올리기까지 협상단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점에 대해서는 선처해 주시기 바라며 앞으로도 회원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수가협상에서 공단에서 최종적으로 제시했지만 의협이 받아들이지 않아 결렬된 환산지수 조정률에 따라 산출된 2.9%의 의원 수가 인상률과 3367억 원의 추가소요재정분이 이달 말 건정심에서 최종 확정되면 내년도 의원급 의료기관의 외래초진료는 올해 1만 5690원에서 450원 증가한 1만 6140원으로, 본인부담액은 올해 4700원에서 100원 증가한 4800원으로 인상된다.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는 모든 공급자단체와 밤샘 수가협상을 마친 1일 아침 8시 40분경 기자들과 만나 의협과 계약 체결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공급자의 기대치와 가입자의 눈높이가 다른 상황에서 양면 협상을 통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소회를 밝혔다. 또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의 차질없는 추진과 선순환 구조의 의료제도 정착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 이사는 “7개 의약단체와 2020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진행한 결과 6개 단체와 수가(환산지수) 조정률에 합의했고, 의협과는 간극을 줄이지 못해 최종 결렬됐다”며 “2020년 평균 인상률은 2.29%로서 가입자의 부담능력과 재정건전성, 진료비 증가율 등을 감안해 2019년도 인상률인 2.37%보다 다소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고, 추가소요재정은 1조478억 원으로 추계됐다”고 말했다.

강 이사는 “일부 유형과 계약 체결을 이끌어내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지만, 공급자의 기대치와 가입자의 눈높이가 다른 상황에서 양면 협상을 통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의 차질없는 추진과 선순환 구조의 의료제도 정착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이사는 또 “가입자들의 의협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생각보다 매우 커 협상의 가장 큰 벽이 됐다”며 “이로 인해 양측의 불신을 줄이고 원만한 타협점을 찾는 데 한계점을 느끼기도 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내년도 총 밴드 1조 478억 원에서 유형별 인상률에 따른 재정소요액은 병원(1.7%) 4349억 원, 치과(3.1%) 935억 원, 한방(3.0%) 669억 원, 약국(3.5%) 1142억 원, 보건기관(2.8%) 17억 원, 조산원(3.9%) 0.1억 원으로 나타났고, 의원의 경우 오는 6월5일 열리는 건정심에서 공단이 최종 제시한 2.9%로 의결 시 3367억 원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자 수가인상 기대 높아졌지만 밴딩 축소 논란으로 협상 난항

올해는 ‘문재인 케어’에 따른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돼 각종 비급여 진료비 항목이 급여화되면서 지난 2017년 보장성 강화 정책 발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수가 적정화’ 약속에 따라 수가 인상이 적정선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의료공급자들의 기대가 높아졌다.

여기에 경기 불황과 지난 2년간 30% 가까이 급등한 최저임금 인상률에 따른 의료계의 부담도 이번 수가계약에 반영해 달라는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수가 적정화에 대한 공급자들의 기대는 더욱 커졌다. 실제로 지난 5월 2일 진행된 수가계약 상견례에서 각 공급자단체 수장들은 이러한 기대감을 표출했고 이어진 1차 수가협상에서도 각 공급자단체 수가협상단들은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사실상 수가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지난해 진료량 증가를 이유로 오히려 지난해 추가소요재정분(밴딩, 9758억원)보다 더 적은 수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이를 토대로 2차 협상에서부터 공단과 공급자 측이 구체적인 수치를 교환하면서 수가협상에 빨간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공급자들은 반발했고 공단 수가협상단도 난색을 표하긴 마찬가지였다. 강청희 공단 수가협상단장은 수가협상 종료를 불과 이틀 앞둔 지난 5월 29일 열린 병원협회와 2차 수가협상에서 공급자 측에게 고개를 깊이 숙여 사과를 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강 단장은 “지난 23일 열린 재정소위에서 공급자들의 기대에 전혀 접근하지 못한 밴딩 수치가 결정되어 더 이상 어떤 여력을 갖고 협상을 진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전 유형 협상 결렬’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고 31일 최종 밴드가 제시되면 그 결과에 따라 수가협상 권한 자체를 보건복지부에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위기감을 전했다.

공급자단체 수가협상단도 적극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해 31일 오후 공단과 3차 수가협상을 마친 이필수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지난해 진료량이 증가했다고 올해 밴드폭을 오히려 더 줄이는 것은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과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날로 의원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대통령의 ‘수가 적정화’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시 이날 오후 공단과 3차 협상을 마친 병협 송재찬 수가협상단장도 “병원 진료량이 증가한 것은 보장성 강화에 따라 의료비 부담이 감소함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인데 이를 마치 공급자들에게 책임이 있는 것인 양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단 재정소위에서 기대치에 한참 못미친 밴딩을 제시받은 공급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직접 공급자들과 협상을 진행하는 계약 당사자인 공단 협상단조차 협상 진행에 난색을 표시하자 결국 공단 재정소위는 31일 밤 11시 무렵 예정에 없던 긴급 임시 회의까지 열어 내년도 밴드에 대한 논의를 다시 한번 진행했다. 여기서 내년도 밴딩이 소폭 높게 조정, 제시되어 사상 최초로 1조 원이 넘는 규모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소위에서 결정된 밴딩을 토대로 공단과 각 공급자단체 협상단은 이후 31일 자정을 훌쩍 넘겨 1일 새벽까지 총 8차례~10차례에 걸친 밤샘 협상을 거듭했지만 별다른 진전은 보이지 않았다.

재정소위는 올해 밴딩 확대는 불가하다는 방침을 계속해서 고수하며 수가인상을 요구하는 공급자단체들과 팽팽히 대립했지만 결국 1일 오전 5시 45분경 총 밴딩의 절반을 차지하는 병원협회가 가장 먼저 타결을 이뤘고 나머지 유형도 속속 타결되기 시작해 의협을 제외한 전 유형 협상이 타결됐다.

내년도 수가계약에서 의원급 협상이 최종 결렬됨에 따라 그렇지 않아도 보장성 강화에 따른 ‘대형병원 쏠림 현상 심화’로 인해 환자수가 급감하고, 2년간 30% 가까이 급등한 최저임금 인상 악재까지 만나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 상태는 더욱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은 지난해에도 공단이 제시한 2.7% 인상률을 거부하고 수가협상 최종 결렬을 선언한 이후 건정심에서도 탈퇴하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탈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가 내년도 수가협상 참여여부를 저울질한 끝에 결국 참여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의협이 건정심에 불참한 상태에서도 공단과의 의원급 의료기관 환산지수 협상에는 고민 끝에 참여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릴레이 협상을 벌이며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협조함에 따른 동네의원들의 경영상 어려움을 공단 측에 적극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협상이 결렬되고 말아 그렇잖아도 경색된 의정관계는 앞으로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가협상 결렬에도 불구하고 이필수 의협 수가협상단장이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대화 단절이 아닌 상생 협력을 기대한다고 언급했고, 공단 강청희 급여상임이사도 지난해 9월부터 공단과 공급자단체가 함께 운영해 온 제도발전협의체를 앞으로도 계속 운영하면서 수가협상 전반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의협과 공단의 관계 회복도 어느 정도는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공단은 재정운영위원회가 심의·의결한 2020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결과를 오는 6월 5일 개최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보고한다. 건정심에서는 이번 협상에서 결렬된 의원의 환산지수를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6월 중 결정하고 이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20년도 요양급여비용 명세를 최종적으로 고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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