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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 수술실 CCTV, 최선의 수술 막는다"
"인권침해 수술실 CCTV, 최선의 수술 막는다"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5.30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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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30일 '수술실 CCTV 국회는 응답하라' 토론회' 개최
박홍준 서울의사회장 "정상적 의료현장 왜곡시킬 것" 우려

“수술실은 단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는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곳이다. 그러나 CCTV가 설치된다면 의사들이 최선의 수술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수술실 CCTV설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경기도에서 주관하는 ‘수술실 CCTV설치 국회토론회’에 의료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결사반대 의사를 적극 표명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경기도의료원을 필두로 CCTV설치를 추진 중인 경기도 측과 CCTV설치를 반대하는 의료계의 갑론을박으로 진행됐다.

현재 수술실 CCTV설치와 관련해서는 경기도 건의안과 안규백 더불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나와 있는 상태다.

두 안건은 비슷하지만 동의주체에 있어서 차이를 보인다. 경기도 건의안의 경우 의료진과 환자 모두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안규백 의원 발의안은 환자의 동의만 있으면 CCTV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의료계 반대 주장의 핵심은 CCTV가 의료진의 심리적 위축을 조장해 방어진료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수술실에 CCTV가 설치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료진의 집중력이 저해된다는 논리다.

또한 과한 긴장과 심리적 위축으로 인해 외과의사들이 위험한 수술을 기피한다는 것. 실제로 이미 외과가 의료계 기피과로 전락한 가운데 이번 CCTV설치가 전공의들의 외과 기피현상을 촉진시킬 것이라고 봤다.

박홍준 회장
박홍준 회장

이에 대해 토론회에 참석한 박홍준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은 “수술을 진행하는 의사보다 CCTV에 의지하겠다는 전제 자체가 정상적인 의료현장을 왜곡시키는 것”이라며 “수백만 건의 수술 중 굉장히 극소수의 수술이 문제가 되는데 이를 위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최소한의 장치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입을 뗐다.

박 회장은 “지금껏 많은 수술을 직접 집도해 왔다. 수술 전 의사에게는 수술이 잘 진행될 것인지, 수술 후 부작용은 없을지 극도의 긴장이 요구된다"고 전하며 “그렇기 때문에 최선의 수술과 최대의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음악을 틀어 놓는다든지 개인적으로 심리적 안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즉 극도의 긴장상태에서 수술실 CCTV가 설치된다면 사소한 실수를 유발하는 등 최선의 상태로 수술에 임할 수 없다는 게 박 회장의 지론인 것이다. 

박홍준 회장은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CCTV까지 설치된다면 마치 감시당하는 것과 같은 감정과 나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인해 100% 컨디션으로 수술을 할 수 없고 수술실에서의 사소한 실수는 환자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외과계 몰락은 이미 시작됐다. 곧 수술가능한 병원을 찾기 힘들어 심장병 어린이들이 외국으로 가서 수술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며 “얼마 전 외과계 몰락을 해결해야 한다는 국회토론회도 있었는데 당시 심상정 의원은 ‘외과계 종사자들이 더 이상 사명감으로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도록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더불어 “심 의원의 말처럼 외과계가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CCTV 의무화는 최선을 다한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치부하는 것”이라며 “정치권에서는 하루 속히 소신진료를 위한 진료환경을 위해 제도적 개선을 해야 한다. 수술실에 필요한 것은 불신 가득한 CCTV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에 대한 진정한 신뢰”라고 역설했다.

한편 이번 수술실 CCTV설치가 의료분쟁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수술실 CCTV 자료를 토대로 모든 의료사고가 의료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같은 상황은 의료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정보 유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금융기관 조차 정보 유출이 빈번한 상황에서 의료기관이 해킹에 보안상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영상이 한번 유출되면 2차, 3차 피해 발생도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어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CCTV 의무화 여론조사 결과로 91% 찬성이 나왔는데 이는 수술실 내 불법행위를 근절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CCTV 의무화에 대한 논란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환자가 제대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는 지가 우선돼야 하며 의료 윤리적인 문제로 접근해서 논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계는 이날 수술실 CCTV설치의 대안으로 △출입자 명부 작성 △출입 시 지문 인식 △수술실 입구 설치 △불법대리수술 적극 고발 △윤리교육, 자율징계, 면허관리 강화 등을 제시했다. 

반면 경기도정과 경기도 의료원, 환자단체 측에서는 수술실 내 CCTV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의료인 대다수가 성실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CCTV 설치 문제는 과도기적 문제”라며 “오히려 CCTV를 통해 국민 신뢰를 의료계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신뢰가 회복된다면 굳이 CCTV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은 “경기도 여론조사 결과 90% 이상이 찬성하는 등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고 의사와 환자 모두 의료 분쟁 시 객관적인 증거가 필요하다”며 “위법행위에 대한 예방적 차원에서 오히려 의사와 환자 간 대등 관계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류영철 경기도 보건복지국장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해 촬영된 자료는 1개월만 저장하고 폐기되고 있다. CCTV는 수술 부위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전경을 스케치하는 것”이라며 “이번 CCTV 설치는 고의적 위법행위를 예방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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