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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밴드 1조 안팎"...수가협상 빨간불
"내년 밴드 1조 안팎"...수가협상 빨간불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5.3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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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재정소위 턱없이 낮은 추가재정 제시…강청희 이사, 공급자에 사과
전 유형 협상 결렬 위기...수가협상 권한 복지부에 이관도 검토할 수 있어

내년도 수가협상에 빨간 불이 켜졌다. 사실상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턱없이 낮은 추가소요재정분(밴드)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6개 의약공급자단체의 내년도 수가계약을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공단 측 강청희 수가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는 협상 종료를 이틀 앞둔 29일 오후 공급자단체와 수가협상 중 상대편 수가협상단원들에게 갑작스럽게 사과를 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강 단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경 병원협회 수가협상단과 2차 수가협상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우선 사과말씀을 드리고 이야기를 하겠다”며 고개를 깊이 숙였다. 이에 병협 측 송재찬 수가협상단장은 적잖게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강 단장은 “그동안 우리는 공급자단체에 수가인상 요구에 앞서 근거 중심 자료를 제시할 것을 요청했고 이에 공급자단체들은 실제로 근거 중심의 자료를 제출했고 거기서 일어나는 문제점들, 수가인상이 필요한 원인사항에 대해 충분히 소명해줬다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지난 23일 열린 2차 재정소위에서 밴드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충분한 소명과 설득에도 불구하고 공급자들의 기대에 전혀 접근하지 못한 밴딩 수치가 결정됐다”고 난감함을 나타냈다.

강 단장은 “공단 입장에서 공급자단체와 앞으로 원활한 협상에 필요한 합리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할 경우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가 난감하다”며 “공단은 앞으로도 가입자와 공급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지만 그 폭이 줄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수가협상의 의미조차 퇴색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강 단장은 병협과 2차 수가협상 종료 후 출입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도 “아직 밴드를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지난 2차 재정소위에서 우리는 공급자들의 요청사항을 잘 설명했다. 그러나 가입자 측 위원들은 최근 제기된 건강보험 재정 위기에 따른 불안감을 많이 표출했고 재정건전화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고 알렸다. 가입자 측 재정소위 위원들이 건보재정 위기를 들어 내년도 밴딩폭을 매우 낮게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

강 단장은 “이에 공단은 현재 적자는 예정된 적자이고 실제 현금적자는 1778억 원에 불과하며 모두 문재인 케어 5개년 계획에 포함된 것이라는 점과 이를 토대로 수가협상에 임하고 있음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강 단장은 “결국 정해진 밴드 내에서 각 공급자 유형 간 수가 배분이 이루어지는 현행 수가협상 방식에서 전체 유형이 만족할 만한 수치가 나오기 어려워 공급자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치가 제시될 경우 ‘전 유형 협상 결렬’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불러올 수도 있기에 이런 사태를 미리 막기 위해 앞으로 재정소위에서 가입자측을 설득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단장은 “이번 수가협상에서 전 유형이 결렬되는 사태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공단이 앞으로 수가협상을 진행함에 있어 어떤 여력을 갖고 협상할 수 있을지 근본적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오는 31일 밴딩폭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그 결과에 따라 공단의 수가 협상 권한을 아예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출신인 강청희 단장은 “사실 제가 최초의 의사 출신으로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로 오게된 것도 적정부담에 대한 가입자의 동의가 이루어지고 공급자에겐 적정수가가 보장되며 환자에겐 적정진료가 이루어지는 선순환구조의 의료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일환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보장성 강화 정책이 제대로 자리잡아야 한다”며 “그러나 가입자가 예정된 적자에 대해 불안을 느끼기 시작하고 공급자도 정책에서 이탈하게 된다면 정책수행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강 단장은 또 “사실 매년 수가인상분을 결정하는 환산지수 협상에 너무나 많은 정치적 요구를 담을 수는 없다”며 “환산지수협상을 두고 공급자들이 정부 정책 협조에 따른 보상이나 배려 차원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일정부분 무리는 있다고 생각하며 공급자들에게 이해를 구해 어느 정도 분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단장은 수가협상에서 기본 적용되고 있는 현행 미국식 SGR 모형(지속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Sustainable Growth Rate))에 대해서도 “노인의료비 증가, 고용창출효과 등 실제 공급자들이 지출했음에도 반영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해 문제점 분석과 연구용역, 그리고 가입자와 공급자 간 합의를 거쳐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내년도 수가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지금까지 매년 추가소요재정(밴딩)이 확대되어 2019년도에는 9758억 원에 육박함에 따라 2020년도에는 1조 원을 넘을지 관심을 모았지만 최근 열린 2차 공단 재정소위에서 턱없이 낮은 수치가 제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1조 원 돌파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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