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인한 사회적 비용 5조원 넘는다"
"게임중독 인한 사회적 비용 5조원 넘는다"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5.29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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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국 교수 ,게임산업 육성 따른 부작용 예방관리 대책 필요
의료계, 게임중독 국내 기준 명확화…치료 활성화 필요성 강조
문체부, 복지부 주도 민관협의체 불참 의사 밝혀…부처간 이견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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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가 게임중독을 국제질병분류에 포함시킨 가운데 이번 결정에 대한 국내여론의 관심이 뜨겁다.

앞서 지난 25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중독(Gaming Disorder·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를 포함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에 대해 현재 의료계에서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해 확실한 예방과 치료를 할 수 있는 근거로 이번 WHO 권고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게임업계에서는 극명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개인과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자칫 국가후견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더해 정부기관 간 입장도 엇갈리는 모양새다. 복지부는 지난 26일 게임질병과 관련해 민관협의체를 추진하겠다는 적극적인 계획까지 밝힌 상황. 그러나 문체부는 복지부 발표 하루 뒤인 27일 WHO 규정이 과학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국내 도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며 방향성을 달리했다. 

사실 WHO는 게임 이용장애의 국제표준질병분류(ICD) 등재를 지난 2014년부터 추진해 오고 있었다. 때문에 디지털기기 과다사용에 의한 건강문제의 공중보건학적 대응을 위한 국제 전문가 TF를 구성하고 각국의 보건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왔다.

우리나라는 현재 ICD-10를 한국 진료상황에 맞게 변형시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7)를 사용하고 있으며, 새로 의결된 ICD에 맞춰 2022년 이후에는 KCD-8이 개정돼 사용될 예정이다.

물론 이번 결정이 말 그대로 권고사항인 만큼 각 국가들이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그러나 ICD를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가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근거로 삼고 있는 만큼 이번 WHO의 권고에 따라 국내에서도 새 질병코드 도입논의가 가속화될 것이라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 의료계 VS 산업계 찬반논쟁 치열

의료계에서는 이번 WHO 권고에 대해 찬성하는 모양새다.

게임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소모가 많은 만큼 산업 육성보다는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론이다. 아울러 이번 기회를 통해 게임중독에 대한 국내 기준을 명확히 해 치료를 활성화할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해국 가톨릭의대 교수(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과도한 게임 이용은 정신건강에 문제를 주고 있으며 이로 인한 국내외 연구가 이미 질병 코드가 존재하는 도박중독보다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이 같은 학술 연구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국내 기준을 만들고 예방과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게임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5조원이 넘는다는 연구도 발표된 바 있다.

이 교수가 2011년 진행한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도입에 따른 비용편익분석 연구'에 따르면 게임 중독에 의해 발생하는 비용을 추계해 보면 5조 4000여억 원에 달했다.

해당 보고서에서 이 교수는 "5조라는 비용은 1년 게임 산업 전체 매출보다도 높은 수준의 비용"이라며 "게임 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적 이익이 과연 게임 중독으로 인해 국민들이 입는 고통과 피해를 충분히 초과하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게임 산업 육성이 게임중독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부작용을 충분히 예방관리 할 수 있는 보완책을 적절히 고려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공론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결 방향성에 대해서는 특히 청소년 중독률이 높다는 점에서 국가 인력관리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해국 교수는 '4대 중독 원인 및 중독 예방정책(2013)' 보고서에서 "청소년 게임 중독률은 10.4%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다"며 "유아의 경우도 7.9%로 성인 6.8%보다 높게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회비용의 손실이 크다는 점은 국가 인력관리 측면에서 볼 때 그 비용의 크기를 떠나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단순히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보건영역 뿐만 아니라 청소년, 초기 성인과 같이 향후 우리나라 중추 인력의 잠재력과 능력을 어떻게 보호하고 육성할 것인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반면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질병코드화 도입에 대해 법적 쟁점이 많다며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결정이 헌법상 개인의 행동 자유와 자기 결정권의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은 28일 국회토론회에서 "이번 WHO의 의결은 해석과 집행에 따라서 게임과 관련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즉 일반 국민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어떤 게임을 선택할지, 자신이 선택한 게임에 대해서 얼마의 시간동안 즐길 것인지, 사회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 것인지, 자신의 선택에 따르는 기회비용의 포기를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지 등의 문제에 있어서 개인의 선택권 내지 자기결정권을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또한 "만일 게임의 과몰입 현상을 ‘중독’이라는 질병의 틀에 넣고 국가의 보호대상이나 후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개인의 자유 이념에도 배치되는 것"이라며 "게임을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미의 중독이라는 의료적 질환으로 인정하고 타율적인 통제의 수단을 섣불리 도입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 “국민의 모든 행동과 사생활에 사회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벗어나는 경우에 치료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은 지나친 국가후견주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고 강조했다.

■ 관련 정부 기관 입장차도 ‘명확’…복지부-문체부, 신경전 가속화

WHO의 권고안이 발표되자마자 복지부는 Gaming Disorder 협의체 추진을 발표하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6월중 민관협의를 위한 협의체를 추진하고 국내 현황과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 문제를 비롯해 관계부처 역할과 대응방향 등에 대해서 논의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협의체는 관계부처 및 법조계, 시민단체, 게임분야,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권준욱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협의체 운영을 통해 관련 분야 전문가 및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나누고, 향후 일정에 대비해 중장기적 대책을 논의하고 준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체부의 입장은 달랐다. 근본적으로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한 WHO 결정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체부는 WHO가 과학적 근거 없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판단, WHO에 추가적인 문제제기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복지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민관협의체에도 불참을 밝혀 정부 부처 내에서도 의견 충돌로 인한 마찰과 정책 혼선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와 게임업계의 의견차이는 그렇다고 해도 관련 정부부처 간 혼선은 빨리 정리돼야 한다”며 “조만간 정부가 통일된 정책 방향성을 발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간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적극 참여해 향후 대책을 논의하고 대응방향을 적극 논의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도 "민관협의체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진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 문제가 업계·부처 간 갈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초기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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