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법률적 논리 통해 대국민 신뢰 얻을 전략 필요할 때”
“의료계, 법률적 논리 통해 대국민 신뢰 얻을 전략 필요할 때”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5.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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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진 대한의료법학회 회장, 의료-법학 교류 중요성 강조
논란의 중심, 감정제도 · CCTV · 단독법 등 의료계 방향성 제시

의료와 법률은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는 상생의 관계로 볼 수 있다. 과거 전문가 단체의 선택과 결정은 그 자체로서 인정받고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의료분쟁이 생길 때마다 환자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끊임없는 법정공방으로 치닫는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성남의사3인 구속사건 등 의료계를 충격에 빠트린 굵직한 법적분쟁이 다수 있어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의료관련 법안 개정도 줄을 잇고 있다. 간호, 물리치료사, 한의사 단독법 개정 및 수술실 CCTV설치 등 직접적으로 의료기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법 개정이 이어지면서 의료계 및 환자단체, 정부 간 입장차이로 인해 갈등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박동진 대한의료법학회 회장은 의료와 법학의 상생과 학문적 교류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의료계의 시각이 왜 법적인 영역에서 반영되지 못하는지, 어떻게 법원에서 저런 판단을 할 수 있는지 폭넓은 견해를 통해 학문적 연구를 지속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럴 때 비로소 의료와 법률간 간극을 줄이고 의료 환경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법적 판단의 근거가 마련될 수 있다고 전했다. 여름 햇살이 막 비추기 시작한 연세대 교정에서 박동진 대한의료법학회장을 만나봤다.

박동진 대한의료법학회장은 의료전문지 법원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의료와 법률의 상생이 중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박동진 대한의료법학회장은 의료전문지 법원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의료와 법률의 상생이 중요한 이유를 역설했다.

우선 박 회장은 의료계가 법학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의료계와 법조계가 함께 만나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학문적 연구를 지속한다면 의료계의 목소리가 난해한 의료 소송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견해다.

박동진 회장은 “의료계 시각에서 보면 왜 검찰과 판사가 저런 판단을 하는지 의아한 대목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적인 영역에서 의료적 판단이 법률 판단에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 때문에 의료계가 법률적 학문 연구에 적극 참여하고 법원, 검찰 등과의 학술대회에 참여해 토론의 장을 자주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공식적인 통로로 의료계에서 생각하는 문제점을 개진하고 또 함께 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갖는 것이 해결의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현재 의료계가 법률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의사 선생님들이 참 순수한 것 같다.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알겠는데 전달 방식에 있어서 쟁점이나 논쟁에서 벗어나는 부분이 있어 아쉽다. 본질에서 어긋난 주장은 상대방을 관철시키기 적절하지 않다”고 박 회장은 말했다.  

추가적으로 박지용 의료법학회 총무이사(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문제는 학문 간 소통 부재에서 오는 것이다. 오랫동안 의료계는 나름의 규범과 의료윤리, 자율적 규범 안에서 움직였지만 현대사회에서 이런 행위가 법적인 판단의 대상이 되니 여기서 오는 갈등 요소가 적지 않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앞으로 학문적 소통과 더불어 이론-실무간 소통도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논란의 중심, 감정제도 · CCTV · 단독법 등 방향성 제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법률 쟁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우선 의료관련 소송에서의 감정제도에 대해서는 공정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은 “실무적으로 감정제도가 일부에 편중돼 있다는 의료계 고충이 있는 것 같다. 때문에 의협에서도 TF까지 만들어 의료감정제도를 개선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사실 동료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말하기 부담스러워서 학회나 개인 전문의에게 감정을 의뢰해도 답변이 없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답변이 오는 곳에 지속적으로 의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 같은 시스템이기 때문에 공정성 관점에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의협에서 감정기구를 만들 때에는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국민, 재판부 측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중요한 사건인 경우 2회 이상 다른 기관의 감정을 받을 필요가 있고 감정 결과가 다르다면 제3의 감정을 받는 등의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문영 의료법학회 총무이사, 박동진 회장, 박지용 총무이사
사진 왼쪽부터 김문영 의료법학회 총무이사, 박동진 회장, 박지용 총무이사

최근 문제가 붉어진 간호, 물리치료사 등 단독법 개정에 대해서는 “독단적 법안이 만들어 지려는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기존 법률에서 특정 영역의 내용을 제대로 포섭하지 못하고 있는지, 의료법이 좁은 의미의 의료행위만을 대상으로 해서 규율하고 있지는 않은지 분석하고 어떤 방향이 합리적일지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박지용 총무이사는 “면허제도가 갖고 있는 특수성이 있다. 특정영역에서 독점적 업무수행권을 부여하는 것인데 특히 의료영역은 건강 보호라는 공익적 목적에 의한 독점적 업무수행권과 직업 자유의 제한이라는 것이 충돌한다. 이런 측면에서 적절하게 비교형량을 따져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술실 CCTV 설치 문제에 대한 견해도 제시됐다.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긍정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를 거치고 절충안을 마련해볼 수 있다는 게 박 회장의 견해다.

박동진 회장은 “CCTV 녹화 화면을 증거로 쓸 수 있는 제출요구를 엄격한 기준으로 정해 놓는다거나 사망의 결과로 이어졌을 때만 제출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절충적 대안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한편 의료계에 바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소모적인 감정싸움 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대국민 신뢰 확보가 더 중요하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기존 법률적 문제에 대한 의료계의 목소리에 힘을 싣기 위해서는 의료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쌓여야 한다는 것.

그는 “법률문제에 전략으로 접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반대를 지양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신뢰를 쌓는 것에 중점을 둬야한다. 어느 정도 신뢰가 확보되면 전문가들의 의견에 동의가 따라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터뷰에 동참한 김문영 총무이사(서울의대 법의학교실)는 “너무 오랜 시간 반대에 부딪히다 보니 억울한 감정만 남은 것 같다. 좀 더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며 “한유총이나 택시단체 등이 국민적 지지를 얻지 못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법학과 의학적 사고방식은 다르다. 서로의 사고방식을 이해한 상태에서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는 논리를 갖춘 후 체계적으로 사안에 접근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지용 이사는 “의사들의 자율권은 최대한 인정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적인 것은 국가 개입보다는 엄격한 내부 윤리로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라며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 법률로서 강제하기 이전에 내부 윤리를 강화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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