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행정처분 위법 인정에도 급여비 미지급 까닭?
건보공단 행정처분 위법 인정에도 급여비 미지급 까닭?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5.24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보공단, 법리해석 오인할 사정 있다면 행정처분 무효 아니다”
김준래 변호사, “의료인 1인1개소 비용청구소송 최초 선고판결”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고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행정처분을 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즉 건보공단이 법리를 잘못 해석해 행정처분을 했더라도 법률 및 사실관계에 대해 오인할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을 경우, 정상참작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치과의사 A씨가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용 지급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A씨는 자신의 자금으로 물적 설비를 갖추고 명의원장과 동업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을 취해 9개의 의료기관을 개설했다.

그러나 의료법 제33조제8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어떤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A씨는 외형상 지점 원장들과의 동업관계를 해지하고 각 지점 점포를 임차하거나 전차하는 계약을 통해 점포를 양수하는 형식을 취해 각 지점의 명의원장들이 독립적으로 지점을 운영하는 외관을 갖췄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수사결과 이 사건 각 병원은 의료법을 위반한 것으로 국민건강보험법 제42조제1항에서 정한 요양기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통보됐다.

이로 인해 약 4년간 심평원에서 건보공단에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최종 요양급여비용 지급금액을 알렸음에도 공단은 지급거부처분에 따라 24억 원 가량을 지급을 하지 않았다. 또한 이미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에 대해서도 환수결정을 통보했다.

그러나 A씨는 건보공단의 결정이 위법하다고 봤다. 이 사건 병원은 의료법에 따라 유효하게 설립된 의료기관으로 건보법상 요양급여비용 지급청구권이 있다는 지론이다.

또한 설령 각 병원이 중복개설 의료기관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요양급여비 지급청구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A씨는 "건보공단의 지급거부처분은 아무런 법률상 근거 없이 이뤄진 것"이라며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 무효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우선 건보공단의 지급거부처분의 위법성은 인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의료기관을 건보법 소정의 요양기관으로 인정할 것인지 판단할 때는 △요양급여를 실시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 △공단이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A씨의 각 병원은 건보법 제42조 제1항 제1호의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으로서 요양급여비용의 수급자격이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공단 측에서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란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설립된 의료기관만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이렇게 해석할 경우 의료법 제36조에 정한 시설기준 중 경미한 위반행위가 있음을 간과하고 행정청이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하거나 신고수리를 한 경우까지 모두 무효라고 보게 돼 요양기관의 범위가 지나치게 축소된다"고 명시했다.

이어 "이런 결과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방식의 취지에 반하며 의료기관이 실질적으로 유효한 요양급여를 한 경우에도 요양급여비용을 받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해 의료기관에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전했다.

건보법과 관련해서도 "건보법 제47조의2는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요양기관이 의료법 제33조제2항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수사 결과로 확인되면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면서 "그러나 의료인의 복수 병원 개설‧운영 규정인 의료법 제33조제8항에 대해서는 지급 보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이런 이유로 건보공단의 요양급여비용 지급거부처분이 위법하지만 지급거부처분을 무효화할 수는 없다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의료법 제33조제8항 위반 병원에 대한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을 들어 건보공단의 지급거부처분이 다툼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객관적으로 명백한 하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따라서 지급정지처분의 하자는 당연무효 사유로 단정할 수 없고 단순 취소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적법하게 개설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 의료급여가 행해졌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있다"며 "또한 의료법 제33조제8항 등을 위반한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지급거부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해서도 하급심 판결의 결론이 엇갈리고 있는 점을 보면 공단의 하자가 다툼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행정행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무효로 봐야 할 사유가 있는 경우 이외에 단순히 최소할 수 있는 사유가 있는 것만으로는 누구나 그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고 행정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다"며 "법원도 그 처분에 기속돼 행정처분의 내용과 달리 급부의 지급을 명할 수 없다"고 전했다.
 
■ 김준래 변호사 “의료인 1인1개소 비용청구소송 최초 선고 판결”

한편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의료인 1인1개소 소송과 관련해 비용환수처분이나 비용지급처분과는 별개로, 해당 병원이 곧바로 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최초의 법원 판결이라는 반응이다.

김준래 변호사(국민건강보험공단 선임전문연구위원)는 “이번 판결은 행정처분을 한 경우 법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고 해석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동 행정처분은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며 운을 뗐다.

이어 김 변호사는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한 경우, 비용환수처분이나 비용지급처분과는 별개로, 해당 병원이 곧바로 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한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의료인 1인1개소 소송은 환수처분소송, 지급거부처분 소송, 비용청구소송 등 셋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번판결은 세 번째 비용청구소송 중 최초로 선고된 판결이다”고 평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