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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 의료광고, 대법원의 ‘따끈한 판단’
어플 의료광고, 대법원의 ‘따끈한 판단’
  • 의사신문
  • 승인 2019.05.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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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37)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어둠 속을 달리는 밤기차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둠을 둘로 가르면서 미끄러지듯이 달려가는 밤기차는, 소설에서 흔히 묘사되는 것처럼 낭만적인 이미지의 한 상징이다. 하지만 밤기차 안에 있는 사람은 낮과 별반 다르다고 느끼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고, 심지어 자는 사람이 대부분 아니던가. 이렇게 안과 밖,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상대방을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다르다.

사람들이 의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밤기차를 바라보는 그것과 같다. 멀리 있어서 그 안은 잘 보이지 않지만 막연한 선망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밤기차의 승객인 의사들은(특히 젊은 의사들은)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다고 느끼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의사로서 우리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제 의사가 13만 명을 넘었고 의료비지출 증가율보다 의사 증가율이 훨씬 높다는 점에서 어떤 전문과목이건 블루오션은 더 이상 없는 것 같다. 어떤 전문과목이건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성형외과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과목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찾을 수 있겠지만 광고.홍보가 중요하다는 점이 주된 이유가 아닌가 한다.
광고.홍보비용에 비례하여 환자가 늘어난다는 것이 거의 정설이고 이는 상당히 부담되는 액수이기 때문에, 광고주인 의사는 그 지출대비 효율성을 끊임없이 고심하게 된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추세에 따라 최근 광고의 중심은 지면, 운송기관 등에서 스마트폰에 기반한 컨텐츠로 이동하고 있다. 그 중에서 ‘어플(앱)’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발굴/형성할 수 있으므로 최근 크게 각광받고 있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 ‘올바른 성형 정보를 알려준다’는 명목으로 “똑O”, “강OOO”, “바OO”, “로OOO”, “모OO” 등의 이른바 성형어플이 운영되고 있고, 상당수의 의료기관이 이러한 어플들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성형외과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비급여가 주된 수입원인 의료기관의 경우 이와 유사한 어플에 가입하거나 여기에 광고할지 고민될 것이다.

최근 성행하고 있는 이러한 어플 의료광고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최근 선고되었다. 의사가 처벌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이라 하겠다. 아래에서 간단하게 살펴보자.

A는 소셜커머스를 표방하는 인터넷 성형쇼핑몰 형태의 B라는 통신판매 사이트를 개설하였다. B 사이트에는 여러 의료기관들(주로 성형외과, 피부과)의 배너광고가 성형항목별로 분류, 게시되어 있는데, 소비자가 그 중 관심 있는 배너광고를 클릭하면 해당 의료기관의 웹페이지로 이동하게 된다. 소비자는 해당 의료기관의 웹페이지에서 의료상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는다. 소비자가 의료상품을 구매하고 결제하면, 그 대금은 해당 의료기관의 예금계좌로 직접 입금되고, 환불 역시 해당 의료기관이 책임진다.

A는 B 사이트에 가입한 소비자들로 하여금 B 사이트의 배너광고를 통하여 정상 시술 가격보다 아주 낮은 할인 가격으로 시술받을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였다. 그리고 의사 C가 운영하는 D 의원에서 시술하는 의료상품을 구매하도록 중개하여 D 의원에서 제공하는 ‘시술상품쿠폰’을 구매하도록 환자들을 유도한 다음, 그 대가로 환자가 D 의원에게 지급한 치료비의 20%를 수수료로 받기로 약정하였다.

다만 B 사이트와 D 의원은 별도의 광고계약을 체결하고 배너광고에 대한 광고료 명목으로 이 수수료를 주고받았는데, D 의원은 환자들이 지급한 진료비 5억 6,000여만 원 중 20%인 1억 1,200여만 원을 수수료로 B 사이트에게 지급하였다.

제1심은 A가 B 사이트에 의료상품에 대한 배너광고를 게시한 것은 의료광고에 해당하고, 의료광고라 하더라도 의료법에서 개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광고행위에 준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거나 또는 의료시장의 질서를 현저히 해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의료법이 금지하는 환자의 소개.알선.유인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제하였다.

그러나 B 사이트에서 취급하는 의료상품이 전부 미용 목적 성형시술인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는 평가하기 어렵다고 보아, A와 C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판단을 달리 하였다. 항소심은 A가 B 사이트를 통하여 소비자들로 하여금 의료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의료기관으로부터 상품판매대금 중 일정 비율을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받는 행위는 단순한 의료광고행위가 아니라 의료법이 금지하는 환자의 소개.알선.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의사 C가 A와 소개.알선.유인행위의 대가로 수수료 지급을 약정하고 이를 실제로 지급한 행위는 의료법이 금지하는 사주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즉 항소심은 ① A의 행위는 온라인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제외하면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종전의 전형적인 ‘영리 목적 환자 소개.알선행위’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고, ② B 사이트가 시술상품을 광고할 때 ‘정상가’를 실제 가격보다 훨씬 부풀려 기재하여 할인폭을 과장하거나, 시술상품의 판매수를 부풀리거나, 거짓으로 후기를 작성하여 게재하는 것은 의료법이 금지하는 ‘유인행위’에도 해당하며, ③ B 사이트에 게시된 상품이 주로 침습성이 약한 미용 목적 성형시술이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하여, A에게 징역 1년, 의사 C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하였다.

이에 불복하여 A, C 등은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항소심의 판단을 지지하여 A, C에 대한 처벌이 확정되었다. 따라서 법원은 당분간 어플 의료광고에 대하여는 위와 같은 입장을 유지할 것이다.

회사가 땅을 파서 장사하지 않는 이상, 어플 의료광고를 운영하는 회사와 의료기관간 일정한 금원 수수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환자 유치의 대가인 이상 그 금원의 명목을 불문하고 의료법위반으로 의사도 처벌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였다. 의협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역시 최근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은 당연한 것이지만, 법은 법 아닌가. 큰 돈을 들여 광고하기 전에 법적 위험을 반드시 확인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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