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닐센 교향곡 제4번 (불멸) 작품번호 29, Fs.76
칼 닐센 교향곡 제4번 (불멸) 작품번호 29, Fs.76
  • 오재원
  • 승인 2019.05.2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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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71)

오 재 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음악이란 생명과 같아서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덴마크가 낳은 작곡가 카를 닐센은 시벨리우스와 같은 해에 태어나 20세기 북구 음악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고 여섯 곡의 교향곡을 남겼다. 낭만을 추구하면서도 열정적인 음악을 지향한 그는 독창적인 음악영역을 개척해 어느 악파에도 속하지 않는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적극적이고 무조에 가까운 그의 음악은 작곡기법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865년 덴마크의 푸넨 섬의 소르텔룽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트럼펫을 배웠다. 닐센의 회고록이자 덴마크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푸넨에서의 어린 시절’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가난했지만 불행하지는 않았다”고 묘사하였다. 아버지는 아마추어 바이올린과 코넷 연주자였고 어머니는 그에게 민요를 자주 불러주었다.

“나는 아버지의 바이올린과 코넷 연주를 듣기 전에, 어머니의 노래를 듣기 전에 홍역을 앓고 있을 때 처음 음악을 들었다. 나는 내 자신이 작은 바이올린이 되고자 노력했다”고 술회했다.

코펜하겐의 왕립음악원에서 바이올린과 음악이론을 배운 그는 초반엔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작곡법을 처음으로 제대로 배우면서 작곡가로서의 기초를 다졌다. 음악원을 졸업한 3년 뒤인 1889년 덴마크 왕립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제2바이올린으로 활동한 그는 틈틈이 레슨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갔다. 1년 후 왕립극장에서 장학금을 받게 되자 몇 달 동안 유럽을 여행할 기회를 갖는다. 이 시기에 그는 바그너에는 흥미를 갖지 못하고 바흐와 모차르트를 경외하였다. 초기 작품에는 베토벤과 브람스의 영향이 뚜렷이 나타나지만 유럽 주류 사회에 속하지 못했던 그는 곧 자신만의 노선을 걸었다.

이 교향곡에 붙은 ‘불멸’이라는 제목은 작품 자체가 아니라 삶에 대한 인간의 의지를 뜻한다. 그는 ‘불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음악이란 생명과 같아서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이 작품이 탄생하자 자신의 작곡 활동에서 전과는 다른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한 그는 자아의 의지로 자연스럽게 발전하는 음악적 언어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 교향곡은 그의 이전 작품들과 같이 표면상의 낙천성을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매우 다르다. 앞서 발표한 교향곡 제3번 <확장>은 매우 외향적인 작품이었고, 작가 막스 브로트는 이 작품에 대해 “행복하고 일 더미에 묻힌, 그러나 전원적이고 때 묻지 않은 인류의 미래를 노래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닐센이 교향곡 제4번 <불멸>을 쓰기 시작할 무렵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그가 원했던 때 묻지 않은 인류의 미래는 불가능해졌다. 당시 그는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렀고 코펜하겐 오페라단에서 해임되는 등 개인적인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미래는 인간이 부단히 노력했을 때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가 말하는 이 ‘노력’이란, 전쟁의 현장을 묘사했다고 스스로 밝힌 이 작품의 피날레 악장에서 두 개의 팀파니가 서로 다투듯 진행하는 부분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두 번째 팀파니 주자가 긴 침묵을 깨고 등장하는 대목에서 ‘노력’의 대가를 얻는 것이다.   이 작품은 attacca subito(재빨리 갑작스럽게 공격하라)라는 지시대로 악장들이 이어져서 단일 악장처럼 쉼 없이 연주되지만 고전 교향곡에서와 같이 4악장으로 나뉘어 있다.

△제1악장 Allegro 매우 극적인 악장으로 목관과 현악의 대위 선율이 제시하는 뚜렷한 셋잇단음의 첫 번째 주제와 3도 위의 두 번째 주제가 맞붙는다.

△제2악장 Poco allegretto 조용하게 목관이 이끌어가는 전원풍의 악장으로 소박한 민요적 분위기를 전한다.

△제3악장 Poco adagio quasi andante 바이올린이 유니슨으로 연주하는 사색적인 주제가 팀파니의 등장으로 끝나고 비올라와 첼로가 비극적인 선율을 연주한다. 다시 바이올린 독주가 제시되고 목관에 의해 서주가 반복된 후 격정적인 클라이맥스로 향한다.

△제4악장 Allegro 결코 굴하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찬양하는 두 명의 팀파니 주자가 무대 양쪽에서 극적인 결투를 벌인다. 제1악장의 제2주제인 아름답고 희망찬 선율이 마지막의 클라이맥스에서 금관악기의 웅장한 소리로 재현되어 ‘불멸’을 노래하며 끝을 맺는다.

■ 들을 만한 음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81)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지휘),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Decca, 1987) △사이먼 래틀(지휘), 버밍햄 시립심포니 오케스트라(EMI,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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