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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복지부 ‘정신질환 대책’ 사법입원제 빠진 까닭?
[초점]복지부 ‘정신질환 대책’ 사법입원제 빠진 까닭?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5.1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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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 반대 · 입원심사 결정 주체 선정 등으로 도입 꺼렸을 가능성

중증정신질환자 치료를 위한 후속대책이 발표됐지만 당분간 대책에 대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중증정신질환자 보호·재활 지원을 위한 우선 조치방안’을 발표했지만 해당 조치 안에는 의료계에서 주장하던 사법입원제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준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 “복지부에서 국가가 정신질환자 입원을 책임지는 사법입원제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 것 같다. 이번 발표가 실망스럽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복지부는 사법입원제를 이번 조치방안에 제외했을까. 우선 간단하게 이번에 발표된 조치방안을 살펴보자. 이번 대책 안은 다양한 세부 계획이 포함돼 있지만 크게는 3가지 추진 방향성을 갖고 있다.

첫 번째 방향은 인프라 확충이다.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정신건강복지센터 내 중증정신질환자 사례관리 인력은 평균 4명 내외로 1인당 관리대상자가 60명 정도로 업무부담이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사회적응 훈련을 위한 정신재활시설이 양적으로 부족하고 특정지역에 편중돼 있다.

때문에 기초센터 사례관리 인력을 대폭 충원하고 기초센터 5개 시군구에 센터를 모두 설치하며 단계별 사례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 나온 것이다.

두 번째 방향성은 특성별 맞춤형 치료·재활 지원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이다. 현재 복지부는 응급대응체계와 조기발견 및 초기 발병환자 관리체계에 대해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응급개입팀을 설치해 현장대응을 강화하고 정신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 방향성은 관리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민관 협력체계 구축이었다.

이는 상황 발생 시 경찰, 소방,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각각 신고를 받으나 기관 간 협조체계가 미흡하다는 문제제기로 인한 것으로 이 같은 문제로 인해 정신응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 체계가 부족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때문에 복지부는 시도, 시군구 정신응급대응 협의체를 설치하고 보건-복지-경찰 예방협력을 통해 민원평가와 통합사례관리를 실시하며 민간 전문가 참여 협력사업을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 의료계 강력 요구 ‘사법입원제’ 빠진 이유는?

이번 조치방안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의료계가 강하게 주장하던 사법입원제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만 아예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복지부가 발표한 중장기 개선과제를 살펴보면 사법입원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인권 보호와 치료 필요성 등을 고려해 현 제도를 보완‧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 도입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질의응답에서 박능후 장관은 “사법입원제 수용은 현실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많고 사법기관과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현재 국회를 중심으로 의원들과 사법입원제의 필요성과 타당성 등을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사법입원제도는 강제입원 시 법원 또는 준사법기관에서 입원심사를 거쳐 입원여부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미국 대부분의 주와 독일, 프랑스에서는 법원심사 형태로 실시하고 있는 상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한편 의료계 관계자들은 사법입원제 전격 도입이 복지부 입장에서도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았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우선 환자·장애인 단체의 극심한 반대가 첫 번째 이유다. 환자단체는 현재 환자인권을 이유로 비자의입원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고 이에 더해 인권위에서도 정신건강복지법이 정신질환자들의 권리와 복지를 위한 방향성으로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사법입원제도는 다양한 찬반의견이 있는 상태로 때문에 복지부에서 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금 당장 사법입원제를 도입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사법입원제 도입의 또 다른 최대 쟁점은 입원심사의 결정 주체 선정이다.

사법입원제도에서는 법원 혹은 준사법기관에서 심사를 주관할 수 있는데 법원모델을 채택할 경우, 심사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이 부여되고 적법절차 위반 논란도 사라질 수 있다.

반면 형식적인 절차로 인해 환자에게 일종의 상처가 될 수 있고 의료인이 아닌 판사에 의해 의견이 결정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준사법기관 모델을 채택할 경우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심사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최대 장점이 있다. 때문에 환자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선에서 유연한 실질적 판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문의 개입으로 인해 이해관계에 따라 심사의 일관성이 지켜지지 어려울 수 있고 적법절차 요건에 미달될 수 있다는 단점 또한 있다. 

관계자는 "사법입원제도의 심사 주체 결정 여부는 복잡한 문제다.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며 "현재 이런 부분에 대해 국회 및 사법기관과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발표에 비록 사법입원제가 당장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세부논의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도입의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입적심) 성과 평가결과에 따라 사법입원제 도입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복지부 발표에서 박능후 장관은 "비자의 입원 제도 개선을 위해 입적심 운영 1년에 따라 오는 31일 제도의 성과 평가 및 개선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법 상 비자의입원의 경우 입적심에서 강제입원이 적절한지를 심사한다. 그러나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것이 아니라 서면방식으로 심사를 진행하다보니 부실 심사가 이뤄진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의료계 관계자는 "복지부가 입적심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한다고 밝혔다. 기존 입적심 제도의 한계가 드러날 경우 입적심 제도를 존폐와 사법입원제도 도입 여부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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