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X-RAY' 사용선언...의료계 “어이 없네”
한의사 'X-RAY' 사용선언...의료계 “어이 없네”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9.05.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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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회장 "복지부 의료발전위, 참여 불가" 한의협회장 검찰 고발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 "한방폐해 홍보일뿐 국민건강 침해행위"
"한약재 안전성 못 믿는데 피검사까지"...의료일원화 논의 재개 중단
(사진 왼쪽부터) 의협 박종혁 대변인, 최대집 회장, 박홍준 부회장(서울시의사회장)이 대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의협 박종혁 대변인, 최대집 회장, 박홍준 부회장(서울시의사회장)이 대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최대집 회장과 박홍준 부회장(서울시의사회 회장)이 ‘무면허의료행위 교사 및 방조 혐의’로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 최혁용 회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하면서 의료계와 한의계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앞선 지난 13일, 한의협은 '한의사 의료기기(혈액분석기·엑스레이) 사용 확대 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르면 오는 6월 혈액검사기기, 휴대용 엑스레이를 사용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한의협이 이번 선언으로 기대감이 높았던 의·한·정 ‘의료일원화 논의 재개’ 분위기에 도리어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의료계는 현재 불법 무면허의료행위로부터 국민건강을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한방 폐해 관련 대국민 홍보를 꾀하는 한편,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에 전국 한의원 내 혈액검사기기와 X레이 기기 사용 실태 관련 전수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대집 회장 “복지부 ‘의료발전위’ 참여 어려워...한의원 전수조사 촉구”

(산진 왼쪽부터) 의협 최대집 회장, 박홍준 회장
(사진 왼쪽부터) 의협 최대집 회장, 박홍준 회장

한의계의 의료기기 사용 확대 선언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같은 날 오후 곧바로 ‘의료일원화 논의 중단’ 카드를 꺼내들며 “한의사의 무면허 의료행위가 포착될 시 고발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에 대한 한의협의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의료일원화 논의와 관련해 최대집 회장은 “의료일원화 논의 철회 이후 한의협 측의 이야기는 따로 나온 것이 없지만, 한의사들이 불법적으로 X레이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의료일원화 논의가 합리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라며, “이르면 5월 구성될 복지부 ‘의료일원화를 논의하는 의료발전위원회’에도 현재로썬 참여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의협은 지난해 의한정협의체에서 도출해낸 합의문 초안(2030년까지 교육과정·면허제도 관련 의료일원화)이 의료계 내부적으로 반발을 빚으며, 기존면허자 문제까지 불거지자 논의를 잠정 중단했지만, 박능후 복지부 장관 등 정부 측의 논의재개 요청을 여러 차례 받고 이르면 이달 내 구성되는 의료발전위원회에 참여해 의료일원화 논의를 재개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특히 의협은 면허체계가 이원화돼 혼란을 겪고 있는 국민을 위해 ‘한의대 폐지’를 전제로 한 의학교육일원화를 한의계와 정부에 제시해 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최 회장은 정부 측에 전국 한의원에 대한 전수조사 및 대규모 표본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복지부의 적극적인 조사 움직임이 없다면, 16개 시·도의사회 한특위들이 직접 제보를 받아 채증까지도 자발적으로 하면서, 의료계 자체적으로 적극적인 고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최혁용 회장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직접 전달한 것도 한의협이 불법적 선언을 했으니 상징적으로 하게 된 것”이라며, “이러한 고발 활동이 오늘(15일)부로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의사 의과의료기기 사용 선언, ‘한방 불황’ 때문?

이번 한의협의 의과의료기기 선언이 ‘한방의 총체적 불황’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의협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환자의 진료편의성과 이중진료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은 ‘한방의 불황 탈출’이 주목적이라는 것.

실제로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은 과거 언론 기고문을 통해 “서울 경동약재시장엔 국내 한약재의 70%가 유통되고 있지만, 불황으로 폐업하는 가게가 속출하고 실정이며 한약재를 재배하는 농가도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는 한의치료 건강보험 적용률이 낮고, 민영보험도 안 되는 상황에서 한약재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불신까지 커져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성진 서울시의사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이하 한특위) 위원장(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한의협의 이번 선언이 ‘생존’을 위한 선택 중 하나였다고 진단했다. 

홍 위원장은 “한의사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이번 선언을 했더라도, 환자가 담보돼 있기 때문에 큰 문제인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한방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부분에만 남아있어야 한다고 본다. 환자에게 주는 한약의 성분들은 따로 검증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서울 강남에서는 한약에 스테로이드 성분을 넣어 통풍치료 특효약으로 속여 판매해온 30대 한의사가 적발돼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왼쪽부터) 의협 박홍준 부회장(서울시의사회장), 최대집 회장, 박종혁 대변인
(왼쪽부터) 의협 박홍준 부회장(서울시의사회장), 최대집 회장, 박종혁 대변인

■서울시의사회 “궁극적 목표는 ‘국민 건강’ 수호”...‘대국민 홍보’ 이어간다

박홍준 서울시의사회 회장(의협 부회장)은 지난 15일 최대집 의협 회장과 함께 최혁용 한의협 회장 고발장을 접수하며, 국민건강을 지켜야 하는 ‘전문가적 사명감’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엑스레이는 현대 의료기기이며, 단순히 핸드폰으로 사진 찍는 것이 아닌 영상의학의 한 부분이다. 혈액검사 역시 진단검사 의학의 한 부분”이라며, “현대 의학을 불법 무면허의료로 확장시킬 수 없으며, 불법 무면허의료 위험을 내포한 한의사들의 선언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박홍준 회장은 의협과 서울시의사회가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 국민건강 수호를 위해 의료계의 강력한 대처가 필요한 시기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 한의협의 선언이 얼마나 전략적인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차치하고서라도, 이번 선언이 국민건강과 직결됐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면서 “의협과 서울시의사회는 현재 국민건강을 수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의사회는 한방의 폐해에 대해 대국민 홍보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홍성진 서울시의사회 한특위 위원장은 “한방의 폐해에 대해 체계적으로 밝혀 회원들과 국민들에게 적극 홍보할 예정”이라며, “특히 한방의 맹점을 강조해서 보여줄 생각이며, 더 나아가 한방이 아예 없어져야 한다는 '강력한 생각'이 들 정도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홍 위원장은 대다수 국민들이 모르고 있는 한방의 폐해와 관련해 조심해야 할 점을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복지부 판단의 기준’ 의사-한의사간 법정다툼 과거 판례는?

의과의료기기 사용은 과거 의료계와 한의계가 여러 차례 소송을 벌일 정도로 대립각을 세워왔던 분야다. 

대표적인 의사-한의사간 의료기기 사용 관련 소송 판례는 지난 2006년 ‘한의사의 CT 사용(서울고등법원, 2005누1758)’, 지난 2011년 ‘한의사의 의료기사 지도권 인정 여부(대법원, 2010도2534)’, ‘한의사의 X선 골밀도 측정기 사용(대법원, 2009도6980)’, 지난 2014년 ’한의사의 필러시술(대법원, 2011도16649)’, ‘한의사의 IPL 사용(대법원, 2010도 10352)’ 등을 꼽을 수 있다.

각 소송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지난 2016년 ‘한의사의 CT 사용’과 관련해서 서울고등법원은 의학과 한의학의 원리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의사가 방사선사로 하여금 CT 촬영을 지시하고 이를 이용해 방사선진단행위를 한 것은 ‘한방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지난 2011년 ‘한의사의 의료기사 지도권 인정 여부’와 관련해서는 의료기사가 한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나 검사를 했어도 한의사가 의료기사를 지도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의료기사의 행위는 ‘무면허의료 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시가 나왔고, ‘한의사의 X선 골밀도 측정기 사용’과 관련해서는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를 이용해 성장판 검사를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범위 이외의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결했다. 

또한 지난 2014년 ‘한의사의 필러시술’에 대해 대법원은 필러시술은 전적으로 서양의학의 원리에 따른 시술이라고 밝혔다. ‘한의사의 IPL 사용’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의료법상 목적과 관련 규정, 구체적 의료행위의 목적, 의학적 원리를 고려해 봤을 때 IPL 사용은 의사에게 면허된 의료행위로 한의사에 의한 IPL 시술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시했다.

결과적으로 현행 의료법상 한의사들은 진단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으며, 현재 한의원에서 사용 가능한 의료기기는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 5종이다.

복지부는 현재 법원 판결에 따라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의 범위를 해석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협 집행부가 검찰청에 제출할 고발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의협 집행부가 검찰청에 제출할 고발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최혁용 한의협 회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최혁용 한의협 회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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