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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수술 '표준 보편화' ..."트레이닝에 큰 도움"
로봇수술 '표준 보편화' ..."트레이닝에 큰 도움"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9.05.15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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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윤석 교수, "어려운 수술일수록 '표준화' 이뤄져야"
로봇 수술 이용한 골반 측부림프절 절제술 영상 발표
이윤석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이윤석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예전부터 훌륭한 집도의에겐 'Lion’s heart', 'Eagle’s eye', 'Lady’s hand' 등 3가지 조건이 강조됐다. 어떤 상황에서도 떨지 않고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자의 심장(Lion’s heart)과 좋은 시야 확보를 위한 매의 눈(Eagle’s eye), 부드럽고 섬세한 손(Lady’s hand)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 수술은 이 3가지의 조건에서 매의 눈(Eagle’s eye)과 섬세한 손(Lady’s hand)을 대신해줄 수 있다"

이윤석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 스스로의 트레이닝도 필요하지만, 기술이 상당부분을 보조해 줄 수 있으면 매우 훌륭한 조건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최근 학술대회에서 로봇 수술을 이용한 골반 측부림프절 절제술을 4가지 단계로 나누어 소개하는 영상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해 그는 "골반 측부림프절 절제술은 매우 복잡한 수술로 마치 종이가 여려겹 붙어있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구조를 한겹한겹 벗겨서 가상의 공간을 만든 뒤 수술을 시행한다"면서 "예전에는 수술 시야의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에 수술 중 조직 부위가 손상되기도 하고 그랬지만, 이제는 충분한 시야가 확보되기 때문에 눈으로 잘 확인해가면서 최대한 조직은 보존하며 수술할 수 있다. 이러한 수술법을 널리 알려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윤석 교수는 어려운 수술일수록 수술에 대한 표준화가 이뤄져 많은 의사들이 시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한명의 의사만 할 수 있는 수술이 있다면 그것은 결코 좋은 수술이 아니다. 수술의 표준화, 교육 등이 이뤄져 자격있는 의사들이 더 많은 수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그래야 지방은 물론이고, 동남아 등 아시아권, 미국 등 전 세계 환자들이 모두 동일한 수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자기만의 술기를 가지는 것이 강점이 되기도 했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 선생님들이 손 기술이 좋아 술기도 좋다고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 수술의 표준화를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수술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내가 소간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도 다른 우리나라 선생님들도 이 부분에 있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윤석 교수는 "복강경 수술의 경우 술기 학습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며, 로봇 수술은 복강경 수술에 비해 훨씬 직관적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술기 학습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면서 "의사의 입장에서 시야 확보 등 수술이 편할수록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복강경 수술에 대해 얘기하자면, 직장은 골반 안쪽 깊숙히 위치해 있어 예전 레지던트 시절 교수님 수술에 들어가면 수술부위를 하나도 볼 수 없었다. 어떻게 수술이 진행되는지 오로지 집도의만이 확인이 가능했던 시절이었다"며, "추후 복강경 기기가 도입되면서 수술영상이 녹화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어떤 수술이 잘 하는 수술인가에 대한 개념이 생성됐고, 녹화된 수술영상이 퀄리티 체크와 수술 리뷰, 술기 학습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골반 측부림프절 절제술 교육과 관련해 영상에 활용된 기기는 다빈치 4세대 제품인 Xi 모델로 해당 기기는 천장에서 내려오는 4개의 로봇 팔을 통해 수술 중 환자의 복강 내 어느곳으로도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로봇 팔은 더욱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도록 수술 가능 범위가 확대됐고, 원하는 로봇 팔 어디에도 자유롭게 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도록 개발돼 집도의가 로봇의 위치를 조정하지 않고도 더 다양한 각도에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수술 영상 리뷰로 다음번 수술을 위한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골프나 야구 등 스포츠에서 스윙 폼 교정 등을 위해 영상을 촬영한 뒤 분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리뷰를 통해 누구나 쉽게 수술을 할 수 있게 해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학회나 수술 트레이닝 프로그램 운영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석 교수
이윤석 교수

이윤석 교수는 의료 기술 발전에 힘입어 로봇 수술이 곧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앞서 말한 장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고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기술이기는 하지만, 모든 병원이 로봇 수술 설비를 갖추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다만 미래에는 이러한 진입 장벽이 낮아질 것"이라며, "과거 30년 전만해도 외과 수술은 대부분 개복수술로 이뤄졌고 현재는 약 30%정도만 개복수술로 시행된다. 다시말해 거의 대부분의 수술에 로봇 수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 발전에 힘입어 스마트폰이 현재 보편화 된 것처럼, 로봇 수술도 앞으로는 거의 대부분의 모든 수술에 시행될 날이 올 것이라 예상했다.

한편 이 교수는 로봇 수술의 경우 깊고 한정된 공간에 갇혀 있는 장기에 굉장히 유리하다고 전했다. "전립선의 경우도 골반 뼈 안에 고립되어 있는 장기기 때문에 사람의 손보다 훨씬 더 작고 가는 기구(로봇팔)가 들어갈 수 있어 수술이 용이하다"고 밝혔다.

그는 "직장도 전립선 바로 뒤에 위치하고 있어 수술 부위에 접근하기 위해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며, "또한 성기능과 비뇨기 기능 등 연관된 신경도 많아 특히 주의가 필요한데, 로봇을 통해 눈으로 감지하지 못하는 구조물들을 확대되고 입체감 있는 시야로 보면 안정감 있게 수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골반 측부 림프절 수술은 과거 일본에서 많이 시행됐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수술이 어렵고 과학적인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판단돼 시행하지 않다가, 최근 측부 림프절을 수술하는 것이 국소 재발률을 줄일 수 있다는 데이터가 많이 나오면서 점차 시행되고 있다"며 "다만 이 수술법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 기존 복강경 수술 기구의 경우 기구가 꺽이지 않는 구조인 반면, 로봇 수술은 신체 내 움직임이 자유롭기 때문에 보다 쉽게 접근 및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윤석 교수는 "인류 역사에 있어 처음 수술을 시작한 이래 100년 간은 ‘어떻게’ 수술하냐가 화두였다면, 현재의 100년은 어떻게 수술을 ‘잘’ 하냐의 시대라고 본다. 이를 위해 의료계에서도 많은 연구를 거듭하며 노력하고 있다"면서 "향후 기술이 더 발전한 100년의 시대에는 어떻게 하면 수술을 ‘안’ 할 수 있느냐의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러한 시대가 도래할 때까지는, 의료계도 정부도, 기업도 더 많은 환자들이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수술의 발전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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