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랭 마레 비올 모음집 제2권 〈륄리와 생트 콜롱브를 추모하며〉
마랭 마레 비올 모음집 제2권 〈륄리와 생트 콜롱브를 추모하며〉
  • 오재원
  • 승인 2019.05.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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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70〉 

■비올 기술이 총망라된 화려한 프랑스 바로크음악의 걸작
17세기 중반 프랑스. 비올 연주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생트 콜롱브(Sainte Colombe)는 아내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세상과 인연을 끊고 전원에서 딸들과 함께 은둔생활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랭 마레라는 젊은이가 찾아와 제자가 되기를 간청한다. 가난한 구두 수선공의 아들인 마레는 힘들고 지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음악의 길을 택한다. 처음엔 거절한 콜롱브도 음악에 대한 마레의 열정에 감동해 그를 제자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어느 날 그가 궁정에서 연주했다는 사실을 알고 세속적인 출세에 마음을 쏟았다는 이유로 쫓아낸다. 쫓겨났지만 그는 연인 사이가 된 스승의 딸 마들렌으로부터 아버지의 모든 비올 기법을 배운다. 이렇게 실력을 쌓은 그는 궁정 음악가가 되어 그녀 곁을 떠난다. 절망한 마들렌은 오랜 병고 끝에 세상을 떠난다.

“세상 모든 음악의 끝은 죽음이라네. 난 사기꾼일세. 아무짝에도 소용없고 이룬 게 없어. 감미롭고 화려해도 부끄러울 뿐이야. 하지만 그는 음악 그 자체였지. 그는 불꽃같이 세상을 보고 저 세상을 밝혀주었지. 그의 열망은 가늠할 수 없었네. 그런 스승님이 계셨다네.” 늙은 궁정 악장 마랭 마레가 궁정 악사들 앞에서 자신의 스승에 대해 회상하는 장면으로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은 시작한다.

그들의 일대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마레는 3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스승의 오두막집을 찾다가 드디어 스승의 부름을 받고 오두막으로 들어가 함께 비올을 연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달빛이 환하던 어느 날, 촛불 속에서 스승과 제자는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

1656년 파리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음악공부를 시작한 마렝 마레는 성가대에서도 노래를 했다. 호트만과 생트 콜롱브에게 비올을 사사하고 20살 때 왕실 오케스트라의 독주자로 입단하면서 장 밥티스트 륄리(Jean-Baptiste Lully)가 이끌던 왕립 음악 아카데미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했다.

이때 륄리로부터 작곡기법을 익히면서 륄리의 오페라를 지휘하기도 했다. 1676년 궁정음악가로 시작해서 1725년까지 루이 14세와 루이 15세를 위해 봉직하면서 5권의 비올 소품집을 썼다. 이 작품들은 오른손의 활 긋기와 왼손의 운지법, 음의 지속과 공명 등 비올라 다 감바로 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이 총망라된 화려한 프랑스 양식의 걸작으로 당시 `비올 제국을 세웠다'는 칭송을 받을 정도로 대단하였다.

이밖에도 륄리의 영향으로 4곡의 오페라, 트리오 소나타, 테 데움 등의 작품이 있다. 당시 이탈리아의 음악적 영향 아래 있던 프랑스 음악을 독창적인 프랑스 음악으로 만드는데 이바지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중후하면서도 비단결같이 섬세한 소리를 내는 비올은 17세기와 18세기에 널리 연주된 악기로 통칭해서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로 불렀다. 마렝 마레의 연주가 얼마나 신기에 가까웠는지 음악학자 휴버트 블랑은 “천사처럼 연주했다”고 썼고, 요한 발터는 “비교할 자 없는 프랑스 비올리스트”라고 놀라워했다.

또한 그의 비올 작품에 대해서는 “유럽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작품”이라고 음악학자 요아힘 네마이트가 평가했고, 평론가 티톤은 “풍요롭고도 우아한 재능이 넘쳐나는 작품이며 어디에서건 훌륭한 맛과 놀라운 다양성이 있다”고 극찬하였다.

이 작품은 마랭 마레가 남긴 다섯 개의 비올 작품집 제2권으로 각 모음곡의 마지막에는 생트 콜롱브의 무덤과 릴리의 무덤을 넣어 위대한 음악스승을 추모하는 마음이 애틋하게 전해지는 의미심장한 작품이다.

■E 단조 모음곡
제1곡. Pr<&25061>lude 제2곡. Fantaisie 제3곡. Allemande 제4곡. Courante 제5곡. Sarabande 제6곡. Sarabande <&25057> l'Espagnole 제7곡. Gigue 제8곡. Gigue la Badine 제9곡. Rondeau Champ<&25064>tre 제10곡. Passacaille 제11곡. Gavotte 제12곡. Menuet 제13곡. Menuet 제14곡. Tombeau pour Mr. de Sainte-Colombe(생트 콜롬브의 무덤)

■B 단조 모음곡
제1곡. Pr<&25061>lude 제2곡. Petitte fantaisie 제3곡. Allemande 제4곡. Allemande 제5곡. Courante 제6곡. Sarabande 제7곡. Sarabande 제8곡. Gigue 제9곡. Gigue 제10곡. Menuet 제11곡. Gavotte 제12곡. Menuet 제13곡. Tombeau pour Mr. de Lully(릴리의 무덤)

■들을 만한 음반
△조르디 사발(비올), 피에르 앙타이(클라브생)(Alia vox, 2003)
△조르디 사발(비올), 안네 갈레(클라브생), 홉킨슨 스미스(류트)(Atree, 1976)
△제롬 앙타이(비올라 다 감바), 피에르 앙타이(클라브생), 알릭스 베르지에(베이스 비올)(Vergin classic,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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