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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 폐지...단일 의사 면허자 배출해야"
"한의대 폐지...단일 의사 면허자 배출해야"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5.07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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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의협회장, 의료단일화 논의 기존 입장 고수
최혁용 한의협 회장 "면허범위 일원화로 상생하자"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의료일원화의 구체적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해 의협과 한의협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해 의·한·정 협의체가 불발된 이후 약 8개월만이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 등 두 단체는 7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의료일원화를 위한 대토론회’에 참석해 의료일원화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의협은 한의대 폐지를 통해 단일 의사 면허자 배출을 전제한 일원화를 주장하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반면, 한의협은 이날 기존에 주장하던 영역 제한 없는 면허 통합보다는 의료일원화 논의 활성화 주장에 중점을 뒀다.

특히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토론회의 좌장을 맡아 지난해 의·한·정 협의체가 불발된 이후 단절됐던 의료일원화 논의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논의의 장을 만들겠다는 두 회장의 약속을 받기도 해 눈길이 쏠렸다.

의사와 한의사 간 갈등은 아주 오래된 주제다. 90년대에는 한의제도의 실질적 인정 요구와 더불어 한약조제권에 대한 약사-한의사 분쟁이 주된 골자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로 넘어오면서 영역 관할권에 대한 갈등이 첨예하게 일어났다. 특히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이나 한방 감기약, 봉침쇼크 환자사망 등 의료영역에 대한 직역 간 법적 공방이 줄을 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과거보다 점차 의-한 갈등과 대립이 심해지고 있다”며 “의사들의 한의학 배척과 비과학적이란 비판은 한의사들로 하여금 더 과학적임을 추구하게 했고 이런 행태는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1951년 한의사제도가 도입된 이후 의료계에서는 지속적으로 한의사제도 폐지를 요구했고 1962년 박정희 정부 때 교육통합 모형이 제시됐으나 한의계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후 의협은 의학교육 일원화와 의료제도 일원화를 건의했고 지난해에는 의·한·정 의료일원화 추진협의체 논의가 있었으나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체 논의가 중단된 바 있다.

■ 의료계 “한의대 폐지·상호 영역 침범 안돼”…한의계, 현 체제 문제점 지적

최대집 의협 회장
최대집 의협 회장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대집 회장은 “미래세대를 대상으로 의과대학으로의 단일 의학교육 제도 도입을 위해 현 한의대를 폐지하고 의과대학으로의 단일 의학 교육을 통한 단일 의사 면허자 배출을 전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면허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의 면허자 및 재학생은 의료일원화의 논의대상에서 배제하며 의료일원화 시행 이후에도 기존의 면허자는 변함없이 기존의 면허와 면허범위를 유지하고 상호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더해 염호기 대한의학회 정책이사는 “의과학자 입장에서 편견 없이 보려고 노력했으나 의료일원화를 논의하면서 의·한방을 1:1로 동등하게 보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생각한다”며 “한의학은 의료라는 큰 범주의 일부분이다. 그럼에도 동등한 일원화 통합을 논의한다면 적게 비교되는 쪽, 많게 비교되는 쪽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염호기 이사는 “의료계에서는 의료일원화라고 읽고 한의대 폐지라고 쓰고, 한의계는 진료영역 확대, 정부는 한의학 산업화라고 각각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다”며 “각자 목적하는 바가 다른 논의보다는 일원화를 위한 근본적 목적을 분명히 정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혁용 한의협 회장
최혁용 한의협 회장

한편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현 의료이원화체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칼로 자르듯 배제적인 의료이원화를 채택한 나라는 없다”며 “학문은 융복합을 통해 발전하는데 우리나라는 둘을 쪼개놨으니 발전은 없고 서로를 바라보며 으르렁 대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중국, 대만 등은 의료가 이원화돼 있고 일본은 의사들도 한약을 처방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의료의 사용권을 놓고 대립하지는 않는다”고 밝히며 “지금처럼 면허가 쪼개져 있는 상황에서는 한의사들이 자신의 능력만큼 역랑을 발휘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덧붙여 “윤일규 의원이 논의의 문을 열었고 다행히도 의협의 최대집 회장도 의료일원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세부적 내용은 다르지만 포문을 열었다는데 의미 있다고 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한 논의를 통해 일원화 방안을 모색하자”고 전했다.

한창호 한의학회 정책이사는 “사회적인 논의는 지속적으로 있었던 것 같은데 정작 의료공급자인 두 단체에서는 그만큼 치열한 논의가 없었던 것 같다”며 “향후 최선을 다해 긍정적 해결책을 얻기 위한 지속적 논의를 새롭게 시작할 때”라고 밝혔다. 

■ 의료일원화, 반드시 필요 VS 새로운 분쟁 가능성도

윤강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연구센터장
윤강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연구센터장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료일원화 논의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개진됐다.

기존 이원화체계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더불어 오히려 일원화 논의로 인해 새로운 분쟁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 것이다.

우선 윤강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연구센터장은 현 국내 의료이원화체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무영역에 대한 직역 간 해석 차이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지원할 기전이 미흡한 상황에서 의료소비자의 선택혼란과 이에 따른 치료방법 선택과 치료시기 상실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면허에 따른 업무영역이 경직성을 갖고 분리돼 있어 유연한 검토와 이용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동일한 환자를 두고 경쟁하는 생태계가 형성돼 결론적으로 의료인들에 대한 신뢰 저하와 밥그릇 싸움이라는 위상 하락이 심화된다는 지론이다.

윤강재 센터장은 “이원화된 의료체계의 현재 실상을 살펴보면 △공급의 효율성 △환자의 안전 △산업적 발전가능성 △직‧간접적 비용 발생 및 절감 가능성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며 “두 직역이 서로 교류하며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일원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반면 국내 의료일원화 담론이 부실하며 일원화가 오히려 새로운 분쟁을 부를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의대 학부 폐지가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통합방식이 다분히 기계적이고 비현실적”이라며 “교육통합 이후의 한의학, 한방제도의 변화 방향에 대한 논의도 부재돼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조 교수는 “한의사의 의사화에 의해 외형상 집단 갈등은 종식될 것이나 집단 내 갈등의 형태로 문제가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며 “통합의사제 도입 후 한방은 소멸되지 않고 의료계의 약한 고리에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고 이런 상황은 기존의 개원의사들과 새로운 경쟁과 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재 의료이원화체계 개선 방향성에 대해서는 직역 간 교류 활성화와 논의의 지속성을 위한 협의체가 구성돼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의‧한 융합 성과 평가 기제를 마련하고 학술적 영역부터 협진, 융합 R&D의 근거를 확인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교육 및 면허 일원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윤강재 센터장은 “이원화체계 개선을 위해 협진 등 R&D 영역의 공동 활용, 일원화 관계설정 모형, 의·한·정 협의체 복구 등을 고려할 수 있다”며 “의·한·정 협의체 같은 경우는 의료일원화‧의료통합으로의 의견접근과 향후 의료이원화 체계 개선 논의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향후 협의체 논의는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추진하되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고 구체적 방안은 전문위원회나 추진TF 등 별도 조직을 통해 의견을 제시하는 게 합리적이다”고 전했다.

■ 복지부, 조만간 위원회 구성 예정 

복지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일원화 제도 방향성은 없으나 조만간 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사항을 고려해 향후 제도의 방향성과 시기 등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70년간 지속된 의료이원화 체계는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에 있어 문제점이 많다는 의견을 들어왔다”며 “정부에서는 이에 2015년과 2018년 일원화 합의를 시도했었지만 미완성에 그쳤다”고 입을 열었다.

이 정책관은 이어 “2018년 합의문은 비록 최종 합의에 실패했지만 기존 면허자들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고 의·한방의료의 교육과 면허제도 통합, 이를 추진하기 위한 위원회 구성 부분은 합의를 이뤘기 때문에 조만간 위원회를 구성하고 구체적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아직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구성될 위원회에서 두 단체와 관련 정부 기관, 보사연 등 전문가들이 함께 제도의 방향성과 시기 등 구체적인 부분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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