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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멍, 걸음멍…때묻지 않은 원시림 속 오솔길 걷다
쉬멍, 걸음멍…때묻지 않은 원시림 속 오솔길 걷다
  • 김진국
  • 승인 2019.05.07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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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49〉  `제주 머체왓숲길'

봄이 무르익어 주변 세상이 초록으로 물들고 세상 만물이 활기차게 변해가는 시기다. 제주도 남쪽 한남리 마을은 수려한 서중천 계곡과 원시의 생명력이 가득한 머체왓숲길이 있는 소중한 곳이다. 머체왓숲길은 초원지대 목장과 연결되어 다양한 나무들이 군락을 이뤄 만들어낸 숲길로 다양한 테마가 공존하는 풍요로운 숲길이다. 2018년 `제1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숲의 가치를 인정받아 공존상을 수상하였다.

■다양한 나무와 예쁜 꽃들이 어우러져 소중한 행복을 선물해 주는 숲길
아침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하여 빨강 렌트카를 타고 오늘의 목적지인 머체왓숲길 지원센터로 향한다. 도로 주변의 가로수들은 초록 옷으로 갈아입고 일광욕을 즐기며 지나는 사람들을 반겨 맞아준다. 한라산으로 오르는 516도로에 들어서니 숲터널이 만들어져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어준다. 방문객지원센터에 도착해서 안내지도를 챙겨 다시 한 번 일정을 확인하고 숲길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우리에게는 낯선 머체왓은 이 일대가 머체(돌무더기)로 이루어진 밭(왓)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명칭이다. 이곳은 감귤마을로서도 명성을 얻은 곳으로 마을의 홍보를 위해 모든 숲길 안내판에는 한라봉이 먹음직스럽게 달려있다. 짧은 숲길을 지나 확 트인 저수지 공사장과 콘크리트길이 이어진다. 벌써 여름이 온 듯 강렬한 햇살 속에 언덕 위에 노란 민들레들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멋진 작품을 만들어준다.

길을 건너 다시 숲길로 들어서니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들로 가득한 원시림 속 오솔길로 이어진다. 길가에 떨어진 붉은 동백꽃들이 봄이 지나감을 아쉬워하며 수줍은 얼굴로 인사를 한다. 옛날에 화전농을 하였던 자리라는 방애혹은 절구처럼 안쪽이 움푹 들어가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자연 그대로의 길을 따라 걷다보니 쭉쭉 뻗은 대나무들이 초록 터널을 만들어 지나는 사람들을 시원하게 해준다. 갈 길을 잃어 숲 속을 헤매다가 겨우 돌아와 확인해 보니 한라봉 표지판을 못보고 길만 따라 걷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자연의 생동감 속에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산림욕을 만끽할 수 있는 숲길
두 눈을 부릅뜨고 한라봉을 따라 길을 걸으니 피톤치드 풍부한 숲의 기운이 불안했던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 길가에는 하얀 산딸기 꽃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피어서 벌과 나비를 기다리고 있다. 여름에 이 길을 지나며 맛있게 익은 산딸기를 따먹는 상상을 하니 나도 모르게 입에 군침이 돈다. 숲을 벗어나서 머체왓 전망대에 다다르니 남원읍 마을 전체가 한 폭의 풍경화로 눈앞에 그려진다. 잠시 목을 축이고 산림욕치유쉼터로 발걸음을 옮긴다.

동백나무숲길을 지나 편백나무숲길로 이어지는 산림욕숲길은 가만히 있기만 해도 몸과 마음의 치유가 이루어지는 기분이다. 편백나무숲길을 지나 삼나무숲길이 또 다른 치유를 위해 손님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숲의 치유를 받은 가벼운 몸으로 길을 따라 걷다보니 머체왓 집터가 우리를 반긴다. 전통적인 제주 올레와 집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옛 마을터로 현무암 돌담의 모양이 아기자기하다.

숲을 벗어나자 이제부터는 차가 다닐 수 있는 임도처럼 넓어진 길로 숲 속 여행이 이어진다. 눈앞에 개천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타나서 보니 이곳이 서중천전망대이다. 용암이 흐르면서 만들어진 신비스런 모양의 암석들이 흐르는 물과 만나서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이다. 서중천숲터널을 따라 걸으니 옅은 초록의 새싹들과 따스한 햇살이 어우러져 봄의 상쾌한 기분이 배가된다. 나무 사이로 오리가 둥지를 틀어 살고 있다는 오리튼물이 아름다움을 감추고 숨어있다. 3시간여의 행복한 숲길 여행을 마치고 이곳의 명물인 고사리비빔밥으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여행 TIP.  숲길 코스로 머체왓숲길은 6.7km, 머체왓소롱콧길은 6.3km로 시간 여유에 따라 코스를 섞어서 걸어 볼 수 있다. 멋진 하천을 풍경을 감상하며 걷고 싶으면 서중천생태탐방로도 좋다. 숲길 입구 동산을 배경으로 한 조롱나무 풍광은 사진 명소로 저녁 노을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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