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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브람스 피아노소나타 제2번 F#단조 작품번호 2
요하네스 브람스 피아노소나타 제2번 F#단조 작품번호 2
  • 오재원
  • 승인 2019.05.07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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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69〉 

■소나타라는 베일에 가린 교향곡
1853년 여름 스무 살 청년 브람스는 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레메니와 함께 북독일부터 출발하는 라인 강 여행을 하게 되었다. 라인 강 여행을 하면서 받은 강렬한 인상들을 그는 이때 작곡한 여러 작품들에 그 흔적을 남겼다.
한편 이 라인 강 여행에서는 인생의 전환점이 된 슈만 부부와의 첫 만남이 있었다. 브람스는 레메니의 소개로 당대 최고 음악가였던 요제프 요아힘과 인사를 나눴다. 이때 요하임은 뒤셀도르프에 있는 슈만을 찾아가보라고 하였는데, 슈만 부부는 이 낯선 방문객을 진심으로 따뜻하게 환영하였다.

잠시 머무려던 것이 5주나 머물게 되면서 브람스는 그때까지 자신이 작곡한 작품들을 슈만 부부 앞에서 연주해 보였다. 이때 슈만이 브람스의 작품들에서 받은 인상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자신이 창간한 평론지 `음악신보' 10월 28일자에 게재한 `새로운 길'을 보면 잘 드러난다.

“이 젊은 독수리는 우리 시대의 가장 드높은 이상적인 표현을 우리에게 제공하기 위해 나타났다. 피아노 앞에 앉아 그는 놀라운 세계를 드러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끌려 들어간 영역은 점점 더 마법처럼 되어갔다. 거기에는 피아노를 탄식하고 환호하는 목소리를 지닌 오케스트라로 만들어 버리는 아주 천재적인 연주가 있었다.

그 곡들은 소나타라기보다는 소나타라는 베일을 씌운 교향곡이었다.” 그때 브람스가 슈만 집에서 연주한 곡들이 어떤 곡이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그중에 피아노소나타 제2번이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슈만은 이 작품을 격찬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출판사까지 연결해주었고 1854년 2월 출간되었다. 브람스는 이러한 슈만 부부의 진심어린 후원에 이 곡을 클라라에게 헌정함으로써 감사를 표했다.

슈만이 말한 `소나타라는 베일에 가린 교향곡'이라는 의미는 브람스가 피아노라는 악기를 작곡가뿐 아니라 연주가로서도 완전히 장악했다는 뜻이며, 교향악적 상상력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 표현에는 브람스의 음악 전반에 나타나는 중요한 특징을 직시하고 있다. 한 장르의 음악에 다른 장르의 특성을 융합함으로써 그 의미를 더 풍부하게 그리는 그 특유의 작곡기법이기도 하다.

그의 교향곡들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실내악적인 구조를 다분히 지니고 있다. 한편 가곡에서는 교향곡에서 인용된 주제와 대위법적인 전개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 작품의 느린 서주가 딸린 제4악장의 구조나 전개되어가는 양상은 마치 교향곡 제1번 마지막 악장의 구도와 놀랍도록 유사하다.

이 피아노소나타 제2번은 사실 피아노소나타 제1번보다 먼저 작곡됐다. 브람스 최초의 피아노소나타라 창작 초기 그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이 작품 이전에 최소한 두 곡 이상의 소나타가 더 작곡되었으나 완벽을 추구했던 그는 스스로 모두 폐기 처분해 버렸기 때문에 오늘날전해지지 않고 있다. 현존하는 그의 피아노소나타로는 제1번 C장조, 제2번 F#단조, 제3번 F단조가 있을 뿐이다. 그 후 더 이상 피아노소나타는 작곡하지 않았고 변주곡 작품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후기에는 시적 감흥이 넘치는 소품들을 주로 작곡하였다. 피아노소나타 중 제1번이 남성적이며 야성미를 지닌데 반해 제2번은 정열적이고 여성적인 섬세한 면이 깃들어져 있으며 각 악장의 주요한 선율은 거의 모두가 상호 동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어 브람스의 구성적인 의욕을 엿볼 수 있다. 곡 전반에 걸쳐 꾸미려는 마음이 없이 직접적이고 거칠다고 할 만한 경직성에 부드럽고 몽상적인 정서를 대비시키기도 하였다.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 ma energico 마치 선언문이라도 낭독하듯 강력하고 격정적으로 시작한 후 여리게 등장하는 주제 선율이 리듬과 강약을 조절하며 그 스펙트럼을 넓혀간다. 사이사이에 브람스 특유의 낭만적인 격정이 섞여 그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제2악장 Andante con espressione 느리고 신중하게 시작하면서 당시 유행하던 세속 선율을 가져와 변주곡 형식으로 어둡게 장식하다가 후반부에 장조로 바뀌며 밝은 표정으로 끝맺는다.

△제3악장 Scherzo. Allegro - Trio Poco piu moderato 제2악장의 주제 리듬을 변형하여 스케르초 양식으로 바꿔 즐겁게 노래하듯 전개되고 후반부 트리오양식과 조화롭게 연결된다.

△제4악장 Finale Sostenuto - Allegro non troppo e rubato 사뿐히 지르밟듯이 피아노 건반을 누르고 시작하면서 제1악장의 주제를 불러와 다양한 모습으로 노래하며 화려하고 밝은 분위기로 조바꿈을 하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로 코다를 맞이하며 끝을 맺는다.

■들을만한 음반
△크리스티안 짐머만(피아노)(DG, 1982)
△클라우디오 아라우(피아노)(Philips, 1971)
△율리우스 카첸(피아노)(Decca, 1965)
△아나톨 우고르스키(피아노)(DG, 1981)
△엘렌 그리모(피아노)(Denon,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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