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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리노 레스피기 〈류트를 위한 고풍적 춤곡과 아리아〉 모음곡 제3번
오토리노 레스피기 〈류트를 위한 고풍적 춤곡과 아리아〉 모음곡 제3번
  • 의사신문
  • 승인 2019.04.2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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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68〉 

■옛 이탈리아의 고풍적 멋과 아름다움을 재해석한 신고전주의 걸작
로마 3부작에서 폭넓은 색채감과 수려하게 빛을 발하는 오케스트라 기법을 선보였지만, 레스피기의 명성은 오랫동안 정립되지 않은 채 애매모호한 상태로 지속되었다. 그 배경에는 그의 고지식한 성격과 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와의 관계와도 무관하지 않다. 또한 지난 70여 년 동안 토스카니니로부터 시작해 수많은 지휘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휘황찬란한 오케스트라 작품들이 수준 낮은 작품 정도로만 인식되어 홀대받아 온 것도 사실이다. 그의 오페라들 또한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음악에 대한 헌신, 예술적 노력에 대한 이러한 저평가는 조금씩 극복되어 합당한 평가를 받게 되었다. “레스피기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대위법과 드뷔시의 하모니,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현란한 오케스트레이션 사이의 현명한 타협점을 찾아 최소한의 이탈리아적인 멜로디로 채색했다”라는 프랑스의 몬테베르디 전문가 앙리 프뤼니에르의 분석은 가장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레스피기는 러시아 체류 시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를 만나 오케스트라 기법을 전수받는 한편 베를린에서는 막스 브루흐에게 짧게나마 사사했고, 라벨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유의 거대한 스케일의 오케스트레이션과 엄청난 다이내믹, 투명한 서정성과 상상력 풍부함은 당대 명인들로부터 물려받은 작곡기법과 정신을 기반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멘델스존으로부터 비롯한 신고전주의의 물결은 브람스에 의해 바흐의 대위법을 도입하면서 시작되었고 20세기 접어들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힌데미트를 거쳐 스트라빈스키에 의해 힘을 얻게 된 신고전주의는 제2빈악파인 쇤베르크나 베베른이 그 기법을 차용했을 뿐 아니라 프랑스의 라벨과 러시아의 프로코피예프, 쇼스타코비치도 효율적으로 도입했다. 여기에 지중해를 기반으로 활동한 20세기 초 이탈리아 작곡가들 중 레스피기, 볼프-페라리 등과 같은 작곡가들이 동참하게 되는데 이들은 찬란했던 이탈리아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 음악의 영광을 다시금 재현하고자 했다. 이 `지중해파' 신고전주의 운동은 다른 지역과는 차이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신고전주의는 과거로부터 채용한 양식과 기법을 현대화하는 것에 전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중해파'에서는 신고전주의적 개념이 이탈리아 특성과 민족주의적 성격을 한층 강화하는 목적으로 이용되었다. 특히 레스피기는 이탈리아적인 현대적 기법과 고전적 양식 모두를 독창적인 기법으로 구사한 선구자적인 작곡가였다. “멜로디와 명료함이야말로 이탈리아의 중요한 유산이다. 최근 화성에서는 교회음악을, 형식에서는 옛 무곡을 차용하는 과거로의 세련되지 못한 회귀가 현저히 나타나고 있다”라며 다른 신고전주의와는 차별화하였다. 그는 생애의 대부분을 이탈리아의 옛 악보를 찾아 분석하며 현대 악기와 정서에 맞게 편곡하여 옛 이탈리아 음악의 고아한 느낌을 차용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신고전주의자였다. 마침내 16∼17세기 이탈리아 음악들은 레스피기에 의해 비로소 새 생명을 얻게 되었다.

3개의 모음곡 형식의 〈류트를 위한 고풍적 춤곡과 아리아〉는 각각 4개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1931년 작곡된 모음곡 제3번은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으로 그 멜로디와 간결함이 빼어나다.

△제1곡 이탈리아나(Italiana) 1600년대 이탈리아 류트 음악인 〈황홀한 이탈리아나와 우아한 시칠리아나〉를 편곡한 작품이다. 간결한 저역을 배경으로 우아한 선율과 고귀한 분위기와 함께 이탈리아의 향기를 가득 풍긴다.

△제2곡 궁정풍의 아리아(Arie di Corte) 16세기 프랑스 류트연주자인 장-밥티스트 베사르 음악을 편곡한 곡으로 사랑스러운 느낌과 애상감이 아름답게 교차하며 일곱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Andante cantabile 당신과 함께함은 불행이어라 / Allegretto 영원히 안녕, 양치는 소녀여 / Vivace 맑게 응시하는 사랑스러운 눈이여 / Lento con grande espressione 사랑의 작은 배 / Allegro vivace 내 영혼을 어루만진 신성함이여 / Vivacissimo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이유는 내 순결함 때문일지니 / Andante cantabile 당신과 함께함은 불행이어라.

△제3곡 시칠리아나(Siciliana) 16세기 이탈리아 류트 음악을 주제로 목가적이고도 명상적인 멜로디가 확대하여 발전, 회귀하는 구성이다. 저역현의 스타카토를 배경으로 영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현악의 앙상블이 어우러지며 시칠리아 특유의 정서가 오롯이 피어난다.

△제4곡 파사칼리아(Passacaglia) 17세기 후반 이탈리아 기타리스트인 루도비코 론칼리의 〈Capricci armonici sopra la chitarra spagnola〉에서 차용한 것으로 엄격한 변주가 비장미를 극대화하면서 마지막 곡답게 그 위엄을 드러내고 끝을 맺는다.

■들을 만한 음반
△이 무지치(Philips, 1960) △네빌 마리너(지휘), 로스엔젤로스 쳄버 오케스트라(EMI, 1975)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70) △안탈 도라티(지휘), 필하모니아 헝가리카(Mercury, 1992) △주세페 시노폴리(지휘), 오르페우스 쳄버 오케스트라(DG,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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