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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워서야”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워서야”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9.04.29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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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설치'가 답인가

분당차병원 신생아 낙상사고 은폐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수술실 CCTV 설치'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금 뜨거워 지고 있다.

의료계는 CCTV 설치가 의사들의 방어적 진료를 조장해 오히려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지만, 환자단체는 환자의 안전과 인권보호를 위해 수술실 CCTV는 필수적이라며 법제화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는 복지부가 CCTV 설치보다 의료사고 신고를 의무화하는 `환자안전법 개정안' 통과에 더욱 신경을 쏟고 있어 향방을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오는 5월 1일부터 경기도의료원 산하 모든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운영하는 것만 봐도 의료계의 우려감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수술실 CCTV는 불신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생존율이 낮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의사가 끝내 수술을 실패했을 경우 가족들이 의사의 과실 여부를 따지고 들 수 있기 때문인데, 수술실 CCTV로 의료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이유가 의사-환자간 불신을 조장하고 의사의 진료위축이나 진료기피를 야기해 최선의 의료행위를 못하게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다.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수술실 CCTV 시범운영을 한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의 임승관 원장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 중 “CCTV 설치의 목적은 대리수술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수술성과나 과실여부를 따지기 위한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동안 시행되는 주요수술 건수는 184만여 건. 이중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하는 케이스가 얼마나 될지 명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그 수가 극소수라는 것은 언론보도만으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의사의 전문성과 특수성은 고려되지 않은 채 극단적 사례만을 내새워 사회적 이슈가 팽배해지는 분위기는 의사들을 결국 사지로 내몰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민사적 책임에서 마무리될 일이 형사적 책임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수술실 CCTV 운영을 도입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10월 수술실 CCTV 관련 공개토론회에서 “의사와 환자는 대등한 계약의 당사자로 마취된 환자가 계약 이행과정을 알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다”며 수술실 CCTV 설치 운영의 이유를 설명했다. 계약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권한을 환자가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아직도 의문이지만, CCTV의 빨간눈이 현대판 선한 사마리안인을 절멸시키지 않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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