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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 구걸’ 난임여성 위해 '의료계 나섰다'
'주사 구걸’ 난임여성 위해 '의료계 나섰다'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04.29 0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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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료기관 416곳, 난임주사 투여가능 의료기관 공개키로
서울시의사회, “인구절벽 저출산 극복 학술대회서 공청회 예정”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주사난민' 난임 여성들을 위해 의료계와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료계가 난임 여성들이 주사를 맞기 위해 ‘구걸’을 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지역에 따라 적게는 10곳, 많게는 50곳이 난임 환자를 돕기로 했다. 

서울시(시장·박원순)는 25개 자치구별로 난임 여성들의 최대 고충인 난임 주사 투여가 가능한 의료기관 총 416개를 선정했다. 시는 이번 주 안에 난임 주사가 가능한 의료기관 정보를 ‘임신·출산·육아 정보 종합 웹사이트’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다. 

■ ‘난임여성’ 걱정싹~ “사각지대 풀린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유일한 초저출산 국가로 떨어졌다. 게다가 최근에는 난임 진단을 받은 환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2만6682명이던 난임 진단 환자는 2018년 6만7270명으로 10년 새 2.5배가 늘었다. 그러나 난임 치료 주사와 관련한 제도와 정책은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난임 주사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에 앞서 개인의 상태에 따라 4~8주가량 여성의 복부와 엉덩이에 매일 같은 시간에 투여해야 한다. 난임 주사는 가정에서 직접 투여하는 방법도 가능하지만, 주사에 대한 위험성과 안전성 등의 우려로 병원 방문을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난임 여성들은 처방 병원이 아닌 일반 병의원을 방문할 경우, 다양한 이유로 주사 투여를 거부하다보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난임 여성들은 ‘매일 맞아야 하는 주사’를 어느 병원에 가더라도 마음 편히 맞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서울시의 시민 정책 제안 플랫폼 '민주주의 서울'에 '보건소에서 난임 주사를 맞게 해 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청원의 내용은 주사액 투여 거부 해결과 제각각인 진료 비용으로 인한 어려움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과의 토론회’를 갖고 △보건소에서 난임 주사 가능토록 조치 △서울시의사회와 함께 동네 병의원 등 어디서나 쉽게 주사를 맞을 수 있게 할 것 △서울의료원 난임 치료센터 만들어 해결 등을 약속했다. 

■ 서울시-의료계와 손잡아… ‘불편 해결’ 

서울시는 난임 여성들의 고민과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25개 자치구별로 난임 주사 시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조사한 뒤 지난 3월부터 지자체별로 구청 홈페이지에 ‘난임 주사 의료기관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현재 구청 홈페이지에 난임 주사 의료기관을 공개한 곳은 강남구, 종로구, 강북구, 관악구, 광진구, 도봉구, 금천구, 강동구, 용산구, 중랑구, 송파구, 도봉구, 동작구 등 13곳이다.

앞으로 난임 여성들은 난임 지정병원에서 난임시술을 받은 후 주사처치의뢰서와 주사 약제를 가지고 서울시가 공개한 병의원으로 가면 ‘난임 주사’를 맞을 수 있다. 또한, 오후 8시 이후에도 운영하는 병원이 416곳 중 82군데나 되는 만큼 늦은 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향후 보건소에서도 난임 주사가 가능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난임 부부들과의 토론회 당시, 단계적으로 준비해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우선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간의료기관을 선정해 공개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소의 경우 난임 주사를 투여하기 위한 별도의 공간과 인력, 그리고 부작용에 대비한 사항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해야 한다”며 “준비가 되는 보건소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보건소에서의 난임 주사 비용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의료계는 물론, 내부적으로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난임 부부들이 어려움 없이 임신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서울시의, ‘저출산 해결’ 적극 나서 

사실 그동안 서울시의사회 3만 회원들은 난임 여성들이 겪는 ‘주사난민’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일부 병의원들이 나서 난임 여성들이 의료기관을 방문했을 때 어려움 없이 주사를 맞을 수 있도록 ‘환자’를 위한 진료에 앞장서 왔다. 

의사회 관계자는 “이미 많은 의료기관에서 난임 여성들의 어려움을 함께 해왔다”며 “단지, 난임 시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공개되지 않아 환자들이 불편을 겪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부인과나 난임클리닉을 갖춘 의료기관에서는 어려움 없이 맞을 수 있었을텐데, 난임 여성들이 일부 의료기관에서 겪은 사례를 토로한 것 같다”며 “산부인과는 물론 내과, 가정의학과 등 주사를 놔주는 곳이 많다. 다만, 일부 의료기관에서 부작용 우려 등의 이유로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우리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약물도 병원에서 보관 관리하며 주사를 놔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자치구별로 난임 주사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취합해 고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서울시가 나서고 의료기관들이 적극 협조해 ‘주사시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공개한 것’은 잘된 일인 것 같다”며 “앞으로 난임 여성들이 동네의원에서 난임 주사를 맞지 못해 마음의 상처를 받으며 발길을 돌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환자를 치료, 진료하는 사람”이라며 “환자를 위해 의사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서울시의사회는 오는 8월 열리는 학술대회에서 서울시와 함께 '서울특별시 인구 절벽에 대한 전망과 전문가적인 대책'을 주제로 저출산 개선을 위한 공청회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 단체인 서울시의사회가 나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되짚어 보고, 과학적으로 해결방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공청회에서는 ‘초저출산의 그늘 및 위기’, ‘난임 치료와 저출산 극복’, ‘지자체 난임사업의 현주소와 문제점’ 등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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