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관리 취약 중소·요양병원 지원 확대 시급
감염관리 취약 중소·요양병원 지원 확대 시급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4.2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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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전국 첫 현장 컨설팅 진행 결과 공유…민·관·학 전문가 의견 청취
시설·인력 지원할 수 있는 수가체계 필요…의료진 교육·평가 지표도 중요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감염관리 중요, 서울시와 위원회 구축 적극 대처

대형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요양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강화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확대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특별시는 ‘의료기관 감염관리체계 구축 및 제도 개선방안 심포지엄’을 25일 오후 2시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개최했다.

최근 카바페넴장내세균속균종(CRE: 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중 카바페넴분해효소를 생성하는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속균종(CPE)에 의한 감염증이 증가하고 있어 2010년 12월 법정감염병(지정감염병)으로 지정되어 표본감시체계로 운영돼 오다 2017년 6월 3일부터 제3군감염병(전수감시체계)으로 전환됐다. 

CRE 감염은 CRE 감염증 환자 또는 병원체보유자와의 직·간접 접촉, 오염된 기구나 물품 및 환경표면 등을 통해 전파되므로 예방을 위해서는 의료기관 내 감염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민간전문가와 함께 컨설팅팀을 꾸려 종합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염관리에 취약한 의원과 중소병원을 직접 찾아 처치실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감염관리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하나하나 안내해 주는 등 대학병원급 대상자 맞춤형 노하우를 전수했다.

2018~2019년 현재 감염관리 교육 28회, 현장컨설팅은 의원, 중소병원 총 81개소를 실시한 결과, 모 병원은 현장 컨설팅에서 손 위생, 개인보호구 착용 지속 교육이 필요하고, 격리실 앞쪽에 있는 간호스테이션은 청결 공간이므로 격리공간에서 사용한 물품이 소독 안 된 채로 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안내받기도 했다.

또 불가피한 공용물품은 한 환자 사용 후 소독해서 사용해야 하며, 병실에서 간호스테이션으로 나오는 통로의 커튼은 매번 만지고 오가야 하므로 사생활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커튼을 제거할 것을 권고받았다.

이날 행사에서 서울시는 그간 진행해 온 중소병원 대상 ‘서울시 병원급 의료기관 CRE 유행관리를 위한 현장 방문 컨설팅 사업’의 진행 결과를 공유했다.

컨설팅을 받은 병원 관계자들 대부분은 초기에는 부담을 느꼈지만 마무리가 될 시점에는 만족감과 고마움을 전하는 등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 컨설팅을 받은 이후 CRE의 이해, 감염관리 기본원칙 및 격리의 이해, CRE 관리지침, CRE 사업현황 보고, 다제내성균의 진단, CRE 감염관리 등의 지식도가 크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책임자인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서울시 관내 18개 CPE 발생 병원에 대한 서울시 역학조사와 연구진 방문컨설팅을 실시한 결과, 추가로 CPE가 확인된 병원은 10개 병원으로 나타났다”며 “4월 말까지 추가로 6개 병원에 대한 방문 컨설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검체 채취, 환자의 격리와 이에 대한 보호자 설명, 감염관리 강화로 인한 직원들의 업무 증가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했다”며 “또 환자와 보호자의 민원제기도 발생함에 따른 관리를 어려워 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올해 들어 지난 1월부터 요양병원의 격리수가가 인정되어 CRE 환자의 격리에 대한 부담은 감소했지만, 감시 배양을 위한 미생물 검사에 대한 수가는 요양병원 행위급여로 인정되지 않아 본 사업을 통해 제공하는 감시배양이 종료될 경우 조사가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이재갑 교수는 “컨설팅을 받은 병원 관계자들이 처음에는 CRE가 무엇인지도 잘 몰라 불안해했지만 컨설팅을 받고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앞으로 원내에서 CRE가 터져도 겁날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며 “다만 원내 발생시 조속히 당국에 알리고 조치할 수 있게 해야 다른 병원에 대한 확산도 막을 수 있고 수가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봉규 서울시 질병관리과장은 ‘의료기관 감염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감염관리 체계 구축 및 법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통해 “국내 메르스 환자 대부분이 의료기관에서 감염됐고 의료기관에서의 집단감염 증가로 국민 불안감이 증대됐다”며 “서울시는 시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만들기 위해 국내외 자료조사, 의료기관 현황조사, 해외우수사례 벤치마킹 등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박 과장은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 종합대책을 위한 서울시의 추진방향으로 “이미 인프라가 형성된 대학병원보다 우선 중소병원이나 의원급에 집중하고 서울시 차원에서 가능한 의료기관 역량강화, 지원체계 구축 등의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중앙정부는 시설과 구조개선, 법·제도 정비, 지침 마련 등을 맡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력풀을 갖추고 지속적인 자문 등 지원을 위해 서울시 차원의 감염관리 민관합동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서울형 모델을 개발한 후 의료기관 유형별 시범사업을 우선 시립병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후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올해 요양병원에 적용될 수 있는 3등급 감염예방관리료가 신설됐지만 산정기준에 따르면 감염관리실 근무경력 1년 이상인 감염관리 전담간호사를 1명 두어야 해서 많은 요양병원들이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병상수가 적은 요양병원은 3등급 수가로는 감염관리 전담 감호사 인건비 등에 소요되는 비용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역시 올초 신설된 격리병실 수가에 대해서도 “요양병원의 재원환자의 대부분이 장기 와상 환자로 격리병실 내 화장실 설치 필요성이 매우 낮다”고 지적함으로써 수가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발제가 끝나고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의료계, 관계, 언론계 등의 관계자가 참석해 의료기관 감염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형민 질병관리본부 의료감염관리과장은 “전체 의료기관 감염 사례에서 중소·요양병원에서 신고되는 사례는 약 25%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얼마나 정부가 추진력을 갖고 인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자, 배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우리나라 감염내과 의사는 200여 명, 감염관리간호사는 360여 명 수준인데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우리는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미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수가운영부장은 “요양병원에는 감염예방관리료가 행위별 수가제로 적용되는 일반 급성기병원과 달리 정액수가제로 적용돼 이에 대한 개선을 적극 추진 중이며 적어도 2020년에는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격리병실 수가도 당연히 적용되는 부분이니 일선 의료기관에서 조건이 된다면 일단 신청하시길 바라며 세부내역에 따라 부족한 부분을 모니터링해 개선할 수 있도록 하면 결국 감염예방은 제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지승규 요양병원협회 전남회장은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은 최근에 보기 드물 정도로 훌륭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저희 병원의 경우도 격리실 운영과 인력 교육 등에 너무 많은 비용이 소모되고 이에 따른 피교육자들과 환자들의 불만도 있다”며 “사실 의사 입장에서는 수가 신설 이후 불합리한 삭감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다. 현재 포괄수가제 요양병원 분류를 개편 중인데 이에 대해서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홍성진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사실 병원의 감염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관건은 시설과 인력이다. 중환자실만 해도 환자 1명을 간호사 1명이 전담하는 것과 3명이 보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수가 신설의 목적도 결국 환자를 잘 보고 감염을 예방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너무 수가기준에만 집중하다 보면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홍 부회장은 “저는 사실 모든 병원에 감염관리 전담 의사나 간호사를 배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환자 중증도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라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의료진에 대한 교육이다. 감염에 대한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중소·요양병원에 대해서도 의료진에 대한 교육에 더 집중하고 수가 역시 구조에 대한 지표보다는 실제 결과를 평가하는 지표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손희정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 기획이사는 “감염관리는 환자 이송이나 전원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 한 기관에서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결국 모든 기관이 함께 잘 관리해야 하는 것”이라며 “사실 가장 중요한 건 각 의료기관에서 최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장의 의지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더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화 JTBC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다제내성 환자들의 억울한 점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며 “환자 본인이 다제내성 환자라는 사실을 의료진이 아니라 간병인으로부터 전해 듣거나 입원한 뒤 3개월 뒤에나 알게되는 경우도 있었다. 다제내성에 대한 설명도 병원 측에서 제대로 해주지 않아 환자들이 인터넷 포털을 통해 찾아봐서 잘못된 정보도 난무하는 현실이고 간병비도 일반 환자에 비해 1.5배에서 2배 정도는 더 드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무엇보다 감염관리절차를 의원급이나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일원화하고 중소병원 감염관리체계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육성해야 한다”며 “또 의사회와 더불어 감염 수준을 올리기 위한 노력과 전문가 교육을 병행하고, 언론에서도 내제내성에 대해 ‘슈퍼 박테리아’라는 식으로 과장해서 보도함으로써 병의원에서 환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방지환 서울시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실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의료감염은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게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약 30% 정도는 의료기관에서 최대한 노력하면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해외 선진국은 입원실이 1인실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다인실 위주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감염관리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가 창의적인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왔다”며 “결국 수가지불방안이 거의 모든 걸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 시작에 앞서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은 축사를 통해 “의술이 발달하며 좋은 약제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반대급부로 내성이 강한 약제도 계속 나오는 현실에 서울시와 같은 거대한 도시에서 감염관리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라며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2015년과 2018년 발생한 메르스에 대해 서울시와 적극 대처한 경험이 있는데 앞으로도 서울시와 구축한 감염병대책위원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 오현정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사진 왼쪽부터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 오현정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서울시는 병원 내 감염사고 방지를 위해 전국 최초로 찾아가는 병·의원 현장 컨설팅을 추진, 하나하나 안내해 드리고 있다. 앞으로도 시는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의료기관 감염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심포지엄은 실현가능한 체계 구축과 의료기관 감염관리 제도 마련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현정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은 “오늘과 같은 감염병 관련 심포지엄이 더 빨리 마련됐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오늘 심포지엄에서 논의를 통해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더 현실성 있는 정책이 수립되어 감염관리가 잘되는 안전한 서울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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