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전원조치란 어떤 것인가
적절한 전원조치란 어떤 것인가
  • 전성훈
  • 승인 2019.04.2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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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33〉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법무법인(유한) 한별

2016년 9월, 전주시에서 2살 아이가 후진하던 대형 견인차에 치여 중상을 입었다. 아이는 즉시 모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수술실 여건이 여의치 않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수술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러자 그 대학병원은 종합병원 13곳에 아이에 대한 수술 의사를 타진하였다. 결과는 모두 거절. 우여곡절 끝에 아이는 교통사고 발생 8시간 만에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제때 치료받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이 되어 결국 사망하였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응급환자에게는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필수적인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므로 응급의료는 의사를 긴장시키는 이슈이다. 모든 의사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는 의료법 조항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항에 바로 뒤이어, `의료인은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선의 처치를 하여야 한다'는 조항도 규정되어 있다. 즉 의사는 일반환자에 대하여는 진료의무가 있으나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거부가 가능하지만, 응급환자에 대하여는 예외 없이 응급처치의무를 진다. 따라서 의사에게는 진료의무보다 응급처치의무가 더 중한 의무이다.

 또한 응급의료센터가 아니라 하더라도 의료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상 병원 문을 박차고 전문분야와 무관한 응급환자가 뛰어 들어올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 최근의 한의사 봉침으로 인한 여교사 사망 사건에서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줬더니 뺨 맞은' 가정의학과 의사를 생각해 보라.

 응급환자가 내원하여 응급처치를 마쳤고 ① 후속치료가 필요 없거나 ② 그 병원이 후속치료에 충분한 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의사는 필수적으로 전원에 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즉 의사로서는 응급의료 제공도, 전원 판단도 선택이 아닌 필수적 판단이다. 따라서 이번 글에서는 잠시 잊고 지냈던 상식을 리마인드하는 차원에서 응급환자 전원을 잘 보내는 방법을 살펴보자.

 먼저 응급환자 전원에 관한 기초사항이다. 언제 전원시켜야 하는가? `해당 의료기관의 능력으로는 응급환자에 대하여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에 전원시켜야 한다. 어디로 보내야 하는가? `적절한 응급의료가 가능한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시켜야 한다. 이러한 다른 의료기관을 찾기 위하여 중앙응급의료센터(http://www.e-gen.or.kr)에서 실시간으로 응급의료관련 정보(응급상황관리책임자와 응급의료코디네이터의 명단·연락처 등)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응급환자 전원시에도 환자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하는가? 그렇다. 전원 이전에 응급환자에게(만약 의식이 없다면 법정대리인이나 동행인에게) 미리 전원에 관하여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단 전원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여 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생략이 가능하다. 만약 의사가 의료전문가로서 `이 응급환자는 인근에서는 A의료기관에서만 응급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하여 그 의료기관으로 전원시키려는 경우라면? 이런 경우에도 이러한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음은 심화사항이다. 어떻게 전원시켜야 하는가? 먼저 ① 안전한 전원에 필요한 의료기구·의료인력의 제공, ② 전원받는 의료기관의 수용 여부 확인이 필요하다. 의사는 전원받는 의료기관에 직접 수용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고, 확인이 어렵거나 2개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수용불가를 통보하는 경우 중앙응급의료센터나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의뢰하여 수용가능한 의료기관을 안내받아야 한다.

 또한 ③ 적절한 이송수단을 알선·제공하여야 한다. 응급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일반/특수구급차를 제공하거나, 이것이 어려운 경우 중앙응급의료센터나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이를 요청할 의무가 있다. ④ 전원받는 의료기관에 진료에 필요한 의무기록을 제공하여야 한다. 관련 법령상 `응급환자진료의뢰서'와 `검사기록' 등을 제공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⑤ 응급환자가 전원받는 의료기관에 인계되기 전까지는 보내는 병원의 책임이므로, 전원에 따르는 응급환자의 위험성과 전원받는 의료기관의 응급의료제공능력의 변화(예를 들어 수술실이나 중환자실의 사용 가능성 등)를 감안하여, 응급환자에게 최선의 선택을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다.

 어떤 의사가 치료 중인 환자의 상처부위의 조직 괴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환자에게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은 종합병원 밖에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 종합병원으로의 전원을 권유하였지만, 환자는 번거로움 등을 이유로 그냥 계속 치료하여 달라고 요청하면서 전원을 계속 거부하였는데, 이후 증상이 악화되자 환자가 그 의사에게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의사는 전문적 판단에 따라 전원을 권유하였으며 그것으로 의사로서의 진료상 의무를 다한 것이고, 의사가 직접 환자를 전원시켜야 할 의무는 없으며, 환자가 의사의 전원 권유에 따르지 않아 증상이 악화된 부분에 대하여 의사의 과실을 부정하였다.
 이와 같이 법원은 전원과 관련한 의사의 책임에 관하여 상식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지만, 과실없음의 `주장'과 `증명'은 별개의 것이므로, 전원과 관련하여 앞서 설명드린 절차들을 준수하되 다음과 같이 대처하는 것이 좋다.

 ① 전원의 요건인 `해당 의료기관의 능력으로는 응급환자에 대하여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판단한다. ② 치료하여도 환자의 상태가 일부라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적극적으로 상급의료기관으로의 전원을 권유한다. ③ 전원 권유 사실 및 그 이유 등은 진료기록부에 상세히 기재하여 둔다. ④ (전원보낸/받는 의료기관이 소송에서 공동피고인/공동피고가 된 경우) 전원받는 의료기관의 의료진이 적절한 시점에 응급의료를 제공하지 못한 이유로 `전원보낸 의료기관의 부정확한 의료정보 제공'을 지적하기도 한다. 따라서 진료의뢰서 등에 환자의 주요 증상·징후, 시행한 검사의 결과, 기초진단명, 시행한 응급처치의 내용, 응급처치 전후의 환자상태, 전원의 이유, 필요한 응급검사·응급처치, 긴급성 정도 등 응급의료에 필요한 정보를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게 기재하는 것이 좋다.

 언제나 `꼼꼼해라. 조심하라'라는 조언으로 끝맺는 것 같아 죄송할 뿐이다. 하지만 개인의 무분별한 주장을 꾸짖을 도덕적 권위가 사라진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조언이 불가피함을 혜량해 주시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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