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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위헌 결정…의료계 후속 움직임은?
낙태죄 위헌 결정…의료계 후속 움직임은?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4.15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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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한 법 개정안 통과 촉구,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도 폐기돼야
“여성 재생산권 논의 확대…인공인심중절 대한 지침‧교육안 시급”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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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헌재에서 낙태죄 위헌 결정을 내린 가운데 의료계가 발 빠른 후속대처를 주문하는 모양새다.

국회가 신속한 개정안을 통과시켜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해야 함은 물론, 정부가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고 의료인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큰 골자다.

앞서 헌재는 헌법불합치 의견 4명, 단순위헌 의견 3명, 합헌 의견 2명으로 낙태죄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린 바 있다.

이날 헌재 결정이 나오자마자 산부인과 의사들은 헌법불합치 선고에 따른 신속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또한 의사가 낙태하게 한 경우’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해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한다는 복지부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도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석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산부인과 의사는 낙태의 찬반을 선택할 수 없다. 다만 낙태죄에 대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질 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며 “모자보건법에서 의학적으로 개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개진, 여성과 태아의 건강권을 지키는데 전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모자보건법 제14조는 지금까지도 의학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신속한 법 개정에 힘쓰고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발생할 수 있는 국민들의 불편함과 진료실에서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확한 지침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의사들은 의사대로 위법인 줄 뻔히 알면서 수술을 해 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며 낙태죄 위헌 결정에 적극적으로 동조했다.

산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산부인과 의사는 환자 및 임산부의 치료자로서 태아의 생명권 물론 존중하지만 여성의 건강권 역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에 산의회는 여성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사회단체의 낙태 허용 확대 주장에 뜻을 같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이미 OECD 국가 중 대부분은 낙태를 허용하고 미국, 영국은 1970년대인 50년 전 낙태 허용 후 의사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낙태의 허용 여부를 떠나 선의로 행한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해 깊은 사려 없이 의사를 처벌하려고 하는 전근대적인 사고와 규정은 하루빨리 개정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헌재의 결정이 단순히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임신 이전부터 출산 후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여성의 충분한 권리를 보장 할 수 있는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이에 대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여성의 재생산권(Reproductive Rights) 개념을 대입해 설명을 이어갔다.

두 단체에 따르면 여성은 임신과 출산 전 과정에 걸쳐 신체에 대해 자유롭고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할 권리와 그 선택을 위한 최적의 의학적, 사회적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즉 재생산권을 갖는다.

또한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행정‧입법‧사법부가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재생산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해당 단체들의 주장이다.  

더불어 의대협‧대전협은 일선 의료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지침이 제시돼야 하며 의료인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단체는 14일 성명서를 통해 “재생산권의 보장을 위해서는 인공임신중절을 포함한 재생산 의료에 대한 의료인들의 정확한 의학적 지식 제공이 선행돼야 한다”며 “그러나 우리 의료인들은 인공임신중절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도, 병원에서도 임신중절과 관련된 내용을 충분히 배우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즉 제한적이나마 배웠더라도 국제보건기구 지침에서 지양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소파술에 대한 내용만을 배웠을 뿐, 흡입술이나 내과적 임신중절과 같이 더 안전한 방법에 대해서는 배울 기회조차 없었다는 것.

실제로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을 한 여성의 90.2%는 다른 치료의 선택지를 사실상 제공받지 못하고 수술적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단체는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의료인 교육은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에 있어 필수적이다. 복지부와 의료계는 인공임신중절에 대해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지침을 제시하고 의료인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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