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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아닌 마음의 상처' 체계적 정신건강 대응 절실
`몸 아닌 마음의 상처' 체계적 정신건강 대응 절실
  • 박주미
  • 승인 2019.04.15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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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와 의료계 역할
입원 병동 수가 10년 이상 동결 치료기관들 인력 부족에 허덕
또래 폭력에 살인·자살 이어져 정부,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박주미 성모샘병원 원장
박주미 성모샘병원 원장

최근 들어 심심치 않게 실검 1위를 차지하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뉴스 중에 하나가 청소년 관련 문제들이다. 아직은 어린 학생들이 또래를 대상으로 잔인한 폭력을 저지르고 심지어는 살인까지 하기도 하며, 수시로 자살 사건이 발생한다. 평범한 학생들의 일상도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인데 일부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학교에 가서 하루 종일 수업을 듣다가 수업이 끝나도 밤늦게까지 학원가를 배회하며, 나머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는 엎드려 자다가 집에 와서도 가족들과 대화가 거의 없이 여학생들은 스마트폰에 빠져 살고, 남학생들은 게임에 푹 빠져서 살고 있는 것이 요즘 대한민국 중고생들의 현 주소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을 지도하기에 교권은 땅에 떨어져 있고, 선생님들 역시 학부모나 학생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 생겨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받는 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들의 정신 건강 문제가 날로 대두되자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 내에 위센터나 위클래스 등의 상담센터 등을 운영하기는 하지만 진짜 문제 학생들은 이러한 기관의 도움도 거부하거나 무시하기 일쑤이고 수업 받기 싫을 때 그저 자다 가는 곳으로 활용하는 학생들도 있는 지경이다.

이러한 심각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임상 현장에서 힘들어하는 청소년과 가족들을 상담하고 치료할 뿐만 아니라,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이 높은 편이라서 정신과 전문의들이 학교나 위센터, 정신보건센터 등과 협약을 체결하여 직접 학교에 출장을 나가서 학부모, 학생들과 대면 상담을 하기도 하고, 소년원 등에 출장을 나가서 집단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하는 등 학생들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다.

또한 대한소아청소년 정신의학회에서는 매년 대국민 정신건강 공개강좌를 개최하여 전국 각지의 소아청소년 전문의들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강좌와 부모교육을 시행하는 등 정신건강 증진 홍보에도 힘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점차 핵가족화 되고 부모가 모두 직장에 다니거나 해체되는 가정이 늘어나 가정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학령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학교 적응을 못하고 자살 시도를 하거나 문제 청소년이 되어 가정이나 학교에서 폭력을 행사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학생들은 점점 더 그 수가 늘어나 소년 범죄 교정 시설은 항상 만원이다.

정신건강의학과 병원 중에는 이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청, 학교, 법원, 구청, 아동보호기관, 쉼터, 보육원 등과 연계하여 입원 치료와 동시에 병원 내에 있는 교육청에서 인가받은 위탁형 대안학교에서 치료와 교육을 병행하여 기존의 정신 건강 문제와 성격 문제, 부모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나도록 돕는 치료 기관들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청소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인식을 하고 있으나 정작 이러한 치료 기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것 같다. 가까운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서도 이러한 기관에 지원되는 금액은 미미하다. 사실 아동청소년 정신 건강의 핵심은 주양육자와의 애착 문제의 해결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 청소년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치료자가 한명의 학생과 밀접한 애착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한데, 그러기에는 지금의 수가로는 한명 한명에게 관심을 주고 돌보기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여 직원들은 항상 정신적 스트레스와 과로에 허덕이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문제 청소년을 대상으로 입원이 아닌 통학형 낮병원과 학교를 운영하는 곳에서 학생 숫자가 적을 때는 10명에서 많을 때는 20명 남짓 돌보는데도 정신과 의사만 7명이 상주하고 있으니 그 외의 직원은 숫자가 어떨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소아청소년을 돌보는 데 드는 에너지와 시간이 성인 환자를 볼 때보다 몇 배나 더 많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가 체계는 청소년과 성인 환자에게 동일한 수가를 매기고 있으며, 보통 입원 병동에서 의사 1명이 60여명의 환자들을 돌보도록 수가를 매겨 논 상황에서 일에 치여 한명 한명의 환자를 일일이 상담하고 돌보기도 힘든 지경이다. 하지만 물가와 인건비는 매년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입원 병동의 수가는 거의 10년 이상 동결 상태이다.

청소년은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는 기둥이라고들 한다. 이 기둥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사회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들이 장차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가게 되면 사회 부적응자가 되고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일단 성인이 되고 나서는 교정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사회적 기회 비용도 훨씬 더 많이 들어가게 된다. 아직은 뇌가 덜 성숙하고 인격이 완성되기 전인 청소년 시기에 치료를 받고 변화될 수 있다면 이들 각자 개인의 인생사도 행복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며, 사회적으로도 안정되고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 의료인들도 책임 의식을 갖고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 개선에 관심을 갖고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를 더욱 고민하고, 정부도 이를 위한 제도 개선에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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