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대 오른 낙태죄, 위헌 여부 11일 판가름
심판대 오른 낙태죄, 위헌 여부 11일 판가름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4.1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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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자기낙태죄, 의사 낙태죄 핵심 쟁점...후퐁풍 예고
여성 자기결정권 침해 '贊'... 태아 생명윤리 저버려 '反'

낙태죄가 두 번째로 헌법 심판대에 서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11일 '형법 269조 1항(자기낙태죄)'과 ‘270조 1항(의사낙태죄)’에 대한 위헌 여부를 선고할 예정이다.

자기낙태죄 같은 경우는 부녀가 약물 등 기타 방법으로 낙태할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의사낙태죄는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낙태죄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및 건강권과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두 가지 중대한 가치가 양립한다는 꾸준한 논란을 야기해 온 바 있다.

앞서 2012년 헌재는 이 같은 논란을 찬반 4:4 결정으로 낙태죄를 합헌으로 공식 인정한 바 있다. 당시 헌재의 낙태 합헌 결정문을 살펴보면 태아는 여성과 별개의 생명체라는 것이 헌재 결정의 핵심이다.

즉 생명의 유지를 위해 태아가 여성에게 의존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과 별개의 생명체이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다.

또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해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고 낙태죄 이외에 낙태를 방지할 효과적 수단 없다고 판단한 것.

■ 낙태죄 위헌 여부 판단 쟁점은?

그렇다면 이번 위헌소원은 어떻게 이뤄지게 된 것이며 쟁점은 무엇일까. 

이번 위헌소원의 청구인은 산부인과 의사로 2013년 11월부터 2015년 7월경까지 69회에 걸쳐 낙태를 진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청구인은 제1심 재판 계속 중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됐고 2017년 2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게 된다.

이번 위헌소원의 쟁점은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 두 가지다.

즉 부녀의 낙태를 처벌하는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 의사낙태죄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되는지에 대한 여부다.

이에 대해 청구인 측은 태아가 생존과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기 때문에 별개 생명체로 볼 수 없다는 점,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서도 일반인에 의한 낙태는 의사에 의한 낙태보다 더 위험하고 불법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의사에 의한 낙태를 가중 처벌하는 의사낙태죄 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반되고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자 이에 대한 찬성 여론도 뜨거운 상태다. 지난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조사에선 만 15∼44살 여성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낙태죄 조항이 개선할 필요하다고 답했다. 가임기 여성 대부분이 낙태죄 폐지 및 개정에 동의한 셈.

또한 지난 3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낙태죄 조항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헌재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낙태죄 관련 국회토론회에서 인권위가 헌재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견을 내놓은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111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낙태죄 위헌 촉구 1인 시위 100일 맞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111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 낙태죄 위헌 촉구 1인 시위 100일 맞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나아가 지난해 복지부가 행정처분 규칙을 개정하면서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을 집도한 경우 의사 면허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한다고 밝히자 산부인과 의사들의 낙태 전면 거부 선언도 화제였다.

당시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OECD 대부분 국가에서 낙태를 사회경제적 이유로 허용하고 있다"며 "낙태죄는 세계적 추세를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대립구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란 게 반대 측 견해다. 즉 두 가지 가치가 대립되는 것이 아닌 전혀 별개의 가치라는 것.

함수연 낙태반대운동연합 회장은 낙태죄 관련 토론회에서 “청년이 부양해야 할 노인 수가 증가한다고 해서 노인의 생명권과 청년의 행복추구권이 같은 차원의 가치 주제가 될 수 없다”며 “같은 이유로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다른 차원의 주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자신에게 속한 부분에서만 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 회장은 “여성은 임신 가능성이 있는 성관계 여부, 피임에 대한 결정권은 반드시 가져야 한다. 당연히 자궁은 여성 자신의 것”이라며 “그러나 태아는 그 결정권의 영역에 해당하지 않음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태아의 생명권에 대해서도 태아가 생명의 필수요건 4가지를 모두 충족하기 때문에 생명으로 봐야한다고 전했다.

즉 태아가 물질대사, 성장여부, 자극에 대한 반응여부(호르몬에 대한 반응), 재생산의 속성여부에 모두 충족되며 이미 수정 후 22일이 지나면 별개의 심장박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단순 유기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함수연 회장은 “수정된 순간 이미 태아는 인간의 유전자배열이 완성되고 각종 특징이 결정된다”며 “태아가 단순 유기물이 아니라 수정의 순간부터 인간생명이라는 것과 낙태되지 않는다면 성장을 멈추지 않는 생명체임을 과학적 사실들이 증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진 성산생명윤리연구소장(명이비인후과 원장)도 “인권위에서 태아의 생명을 죽이는 입장에 찬성했다는 것에 큰 우려를 표한다”며 “생명은 수정된 순간부터 시작된다. 북한과 중국을 제외하고 낙태를 전면 허용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은 3월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낙태죄 대안마련, 무엇이 쟁점인가'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박인숙 자유한국당 의원은 3월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낙태죄 대안마련, 무엇이 쟁점인가'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 “낙태죄 위헌 재판, 위헌 가능성 높아”

한편 낙태죄 향후 행방에 대해서는 위헌 취지의 헌법불합치 혹은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다.

헌법불합치란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법적 공백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법 개정에 시간적 여유를 두는 것을 말한다.

위헌 결정은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변호사 A씨는 "찬반여론이 팽팽한 만큼 위헌 결정에 따른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헌법불합치 결정 가능성이 크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나면 대체입법 등 사회적 논의 및 국회 등의 후속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재판관 구성이 바뀌면서 헌재 내부적으로도 낙태죄에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견해도 있다.

A씨는 "헌법재판관들의 낙태죄 인식이 2012년과 다르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라며 "유남석 소장과 이은애 재판관은 위헌 찬성 견해를 보이고 있고 이석태, 이종석, 김기영, 이영진 재판관은 낙태죄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다"고 밝혔다.

즉 해당 6인의 위헌 결정이 이번 낙태죄 위헌 여부를 판가름할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인 것.

변호사 B씨는 "오는 4월 18일이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 퇴임이다. 허나 판단을 미루지 않고 11일에 선고하는 것을 보면 조심스럽지만 3:6 위헌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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