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의료이용지도 보고서, 학위논문 베꼈다?
건보공단 의료이용지도 보고서, 학위논문 베꼈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4.0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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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연구방법·연구결과·결론·그래프까지도 '동일' 표절 의혹
바른의료연 "출처 표기없이 그대로 활용...공단 연구비 유용"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이용지도 최종보고서(연구책임자·김윤 서울의대 교수)에 대해 다른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주목된다.

바른의료연구소는 8일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KNHI-Atlas) 구축 3차 연구’ 보고서의 제2 세부과제가 “적절한 출처 표시 없이 다른 박사학위 논문을 거의 그대로 활용한 것을 확인했다”며 “표절에 해당하며 지금이라도 공단은 엄정한 조사와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의 보고서는 공단이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을 발주해 지난해 말 공개됐다.

보고서는 300병상 미만 급성기 중소병원의 병상 공급이 입원이용과 재입원을 증가시킬 뿐 진료권 자체충족률과 사망률 개선 효과가 미미하고, 반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나 지역거점 의료기관이 많을수록 이러한 지표들은 개선된다며 일정 규모 이하 중소병원의 기능 전환과 진료기능 평가를 통해 병상 기준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더 나아가 종합병원 신설 병상 기준 강화와 진료권별 병상 총량제 도입 필요성까지 주장해 병원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보고서에는 총 7개의 세부과제가 있는데, 연구소는 이 중 2번째 세부과제인 '일차의료 아틀라스 개발' 중 통원진료민감질환 부분(p167-244, 78페이지 분량)이 2018년 8월에 발표된 ‘통원진료민감질환 입원율의 지역 변이와 요인’ 의학박사 학위논문(서울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의료관리학 전공 K, 이하 논문)의 내용과 거의 동일했다고 지적했다.

공단 보고서의 표절 의혹을 입증하는 증거로 연구소는 우선 두 문서의 목차가 거의 동일하고, 두 문서의 연구목적이 동일하며, 이론적 배경 부분은 논문 내용을 요약·발췌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연구방법에서도 두 문서의 통원진료민감질환군 설정 방식이 동일하고, 영문 표를 한글로 변환했으며, 두 문서의 연구대상 및 자료가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또 입원율 산출 및 지역변이 기술이 동일하고, 사회경제적 변수 기술도 동일하며, 의료공급 변수의 정의도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연구결과에서는 두 문서 간 연구결과의 일반적 특성이 동일함을 지적했다.

통원진료민감질환 입원율 연령군별 분포 표가 동일하고, 연령군 및 질병군별 분포 관련 논문 내용을 보고서에서 축약했으며, 통원진료민감질환 입원율의 지역 변이 내용이 동일하고, 통원진료민감질환 질병군별 입원율 지역 변이 통계 표가 동일하며, 논문 표에서 ACS total만 생략시키고, 영문 표를 한글로 번역하여 보고서 표와 다르게 보이게 했다고 밝혔다.

설명 변수의 일반적 특성도 동일하고, 논문 Table 10, 11을 보고서의 표 54 하나로 합치고 환자특성을 누락시키고, 변수 순서를 마구 뒤집어 놓아 다른 표로 보이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설명 변수 간 상관관계에 대한 기술 및 표 내용이 동일하고, 건강보험료 평균과 통원진료민감질환 입원율 산점도도 동일하며, 보고서 201~218페이지 산점도는 논문 56, 57페이지의 시군구와 중진료권으로 각각 분리된 그래프를 질병명별로 확대 편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명 변수의 구간별 통원진료민감질환 입원율에 대한 기술도 동일하고, 회귀분석 결과에 대한 기술도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통원진료민감질환 입원율 다중 회귀 분석(시군구) 표도 동일하고, 통원진료민감질환 입원율 다중 회귀 분석(중진료권) 표도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시군구별 통원진료민감질환 입원율(2015)도 동일하고, 논문 부록에 있던 표가 보고서 본문에 실렸으며, 통원진료민감질환 입원율(인구 10,000명당)(폐렴군)도 동일하고, 시군구와 중진료권으로 구분된 그래프들을 각 질환군별로 따로 편집하고, 지도 색깔도 달리하여 논문과 전혀 다른 지도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두 문서를 일일이 대조·분석한 결과, 서론, 연구방법, 연구결과, 결론 모두에서 본문 기술 내용, 표, 그래프 등이 거의 모두 동일했음에도 출처로 표시하지 하지 않았다”며 “결국 공단 보고서가 학위논문을 그대로 표절한 것임을 의미한다”고 결론내렸다.

연구소는 또 공단 보고서 연구자들 역시 표절을 의식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학위논문에 기술된 내용을 요약하거나 문장 중 일부 단어만 변경하거나 생략하고, 표에서는 영문을 한글로 번역하고, 논문 부록에 있는 표와 도표를 보고서 본문에 확대하고, 의료이용지도 역시 색깔만 달리하고, 글의 순서를 뒤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학위논문과 다른 내용인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 표절을 의식한 정황이라는 것.

연구소는 “공단 보고서의 연구책임자는 바로 ‘통원진료민감질환 입원율의 지역 변이와 요인’ 박사학위 논문의 지도교수인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로 학위논문이 이미 발표된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기에 표절의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여길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김용익 공단 이사장이 김윤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실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김 이사장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공단의 의료이용지도 보고서 작성에 1차, 2차 연도에 각각 1억5천만 원에 달하는 연구비가 지급된 것과 관련해 “박사학위 논문 내용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보고서에 사용한 것은 공단 연구비를 유용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이런 상황임에도 공단이 조사를 시작하지 않은 것은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의 주임교수였던 김 이사장의 배려가 작용한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연구부정행위가 드러난 연구원에 엄격한 법적 책임을 묻고, 이들을 정부 및 공공기관 연구용역에서 원천 배제시킬 것”을 공단에 촉구하며, “연구용역 관리에 큰 허점을 드러낸 이번 사건에 공단 스스로도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연구소는 또 “연구책임자의 소속 기관인 서울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에 공단 보고서의 표절 의혹을 제보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연구소는 지난 2월 8일 보고서의 표절 의혹에 대해 민원을 신청했지만 공단은 “내부적으로 조사하고 검토하여 판단하고 향후 조사, 검토 후 연구용역 관리 규정 등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회신했다고 전했다.

이에 연구소는 아무래도 공단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해 2월 28일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신청했지만 복지부도 시간을 끌다가 공단으로 이첩시켜 다시 공단은 3월 22일 “조사 진행 예정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회신했다.

연구소는 “이는 곧 민원낸 지 1달 반이 지나도록 조사를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라며 결국 연구소가 직접 나서 공단 보고서가 학위논문을 표절했음을 입증하는 증거들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번 표절 의혹 제기의 배경을 밝혔다.

■공단 보고서,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 퇴출론 논란 중심

문제의 공단 보고서는 300병상 미만 급성기 중소병원의 병상 공급은 입원이용과 재입원을 증가시킬 뿐 진료권 자체충족률과 사망률 개선 효과가 미미하고, 반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나 지역거점 의료기관이 많을수록 이러한 지표들은 개선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정 규모 이하 중소병원의 기능 전환과 300병상 미만 병원의 진료기능 평가를 통한 병상 기준의 탄력적 운영 등이 필요하다고 정책 제안했고 더 나아가 종합병원 신설 병상 기준 강화와 진료권별 병상 총량제 도입 필요성까지 주장했다.

연구결과에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100병상 미만 병원을 주축으로 지난해 10월 창립한 대한지역병원협의회는 보고서가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의 사망률이 높은 것처럼 왜곡했다고 지적했고, 병상총량제 도입을 위해 300병상 이하 병원 신규진입을 제한함으로써 환자쏠림현상을 더욱 부추겨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공단은 ‘중소병원 퇴출 프레임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공단 관계자는 “의료이용지도는 지난 2012년부터 의료행태를 살펴보기 위해 시작된 연구로 공단의 운영이나 정책방향도 아니고 연구자 측의 입장일 뿐”이라며 “300병상 미만 병원 퇴출이 주제가 아니라 의료취약지의 의료기관 신규 진입은 큰 병원이 유리하다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의료취약지의 중소병원의 신규진입차단은 기존 설립 중소병원을 퇴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과잉경쟁을 없애 보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마치 공단이 중소병원들을 말살하려는 것처럼 알려지고 있어 우려가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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