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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가정 교향곡〉 작품번호 53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가정 교향곡〉 작품번호 53
  • 의사신문
  • 승인 2019.04.01 09: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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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67〉 

■애정이 넘치는 작곡가 가정의 일상을 묘사한 교향곡
독일 음악과 이탈리아 음악의 전통, 오페라와 연극의 전통을 하나로 융합하여 새로운 오페라 어법을 창조해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자기 자신을 주제로 삼은 교향곡을 작곡하면 왜 안되는 가라며 “나폴레옹이나 알렉산더대왕의 흥미로운 면모를 나 자신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타고난 천재 나르시시즘 경향이 있는 그에게도 가족은 자기 자신 이상으로 중요한 존재였다. 1887년 소프라노 파울리네 데 아나와 결혼한 뒤 아들 프란츠가 뒤늦게 태어난 1897년부터 가족을 소재로 한 음악을 염두에 두었다. 평생토록 가족을 사랑하는 모범적인 가장으로 헌신하고자 하는 일종의 음악적인 다짐을 하였다. 1903년 작곡을 시작하면서 뮤직타임스 기자에게도 “나의 다음 번 작품은 나의 가정생활 중 하루를 보여 주게 될 것입니다. 서정적이면서 재치가 넘치는 삼중 푸가로 아빠, 엄마와 아기라는 세 가지 주제로 되어 있죠.”라고 공표하였다. 그해 12월 31일 완성한 곡이 바로 〈가정 교향곡〉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에게'라는 부제를 붙였다.

유머러스하고 애정이 넘치는 작곡가 가정의 일상이 묘사되는 〈가정 교향곡〉은 전통적인 네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 형식이지만 주제들이 긴밀하게 연결되고 묘사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자유롭게 펼쳐지는 일종의 교향시로 분류될 수 있다. 이 작품은 하루의 낮과 밤, 다음 날 아침까지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이 각자의 주제를 갖고 자신의 등장과 행동을 제시하는 스토리보드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아들의 장난과 부모의 행복함, 종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자장가와 홀로 남은 작곡가가 작곡을 하는 장면, 서정적인 사랑의 장면과 꿈, 삼중 푸가로 표현되는 아침의 소란스러움과 기쁨의 찬 마지막 피날레 등이 마치 장대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하찮은 가정사를 다루었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음악적인 측면에서 자신의 교향시 〈알프스 교향곡〉에 버금가는 작곡가의 중요한 오케스트라 작품이 바로 이 〈가정 교향곡〉이다.

이 작품은 작곡가의 자의식을 반영했다는 점과 오보에 다모레를 복원시키고 색소폰 사중주를 오케스트라에 과감하게 사용한 음향적 실험이자 교향시 양식에 변화를 주도한 모험적이고 진취적인 대작이다. 서주는 일종의 가족의 창조라고 말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 총주로 시작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도입부를 연상케 하고, 이후 이어지는 사건들은 시간적으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듯 보인다. 전반적으로 에피소드들은 수정처럼 반짝이며 쉼 없이 쏟아지면서 낭만적인 분위기와 오르가즘적인 엑스터시 또한 훌륭한 대조를 이루며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드라마틱하게 진행된다.

Thema I. Bewegt(활동적인) - Thema II. Sehr lebhaft(매우 생기 있게) - Thema III. Ruhig(고요한) 슈트라우스가 성격을 부여한 아버지, 어머니, 아들의 주제가 등장한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아버지 주제로 첼로가 느긋한 모습을 연주하고 오보에에 의해 꿈꾸는 듯한, 클라리넷이 까다로운, 바이올린이 격노하는, 트럼펫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차례로 제시한다. 한편 어머니의 주제는 아버지의 주제와는 가장 먼 조성으로 성격적으로 완전히 다른 아내의 성격을 그려낸 해학이 돋보인다. 아버지와는 현격한 대조를 이루는 어머니의 주제는 대단히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성격을 띠고 있고 근본적으로는 남편과 한 몸임을 강조하듯 아버지의 주제를 뒤집어 놓았다. 아들의 주제는 바로크 시대의 목관악기를 작곡가가 대담하게 부활시킨 오보에 다모레를 통해 제시되며 명랑하고 해맑은 아이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Scherzo. Munter(쾌활하게) - M<&25058>ssig langsam(적당히 느리게): Wigenlied(자장가) - M<&25058>ssig langsam und sehr ruhig(적당히 느리고 매우 고요하게) 플루트와 목관 악기를 통해 아이가 장난스럽게 뛰노는 모습을 부모가 만족스럽게 지켜보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어 아버지가 놀이를 멈추게 하자 아이가 떼를 쓰지만 어머니가 달래며 침실로 데려가고 아름다운 자장가가 펼쳐진다. 어머니가 바이올린으로 아버지가 첼로로 대화를 나누는 동안 글로켄슈필에 의해 자명종이 일곱 번 울리며 이제는 아이가 잠든 조용한 가정에서 플루트와 클라리넷의 이중주를 통해 남편은 책상에서 작곡을 하고 아내는 집안일을 마무리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Adagio, Langsam 부부의 사랑의 장면이다. 바이올린의 커다란 울렁임과 목관의 감각적인 울림을 통해 아름다움과 매혹적인 분위기가 펼쳐지고 오케스트라 총주에 의해 엑스터시를 상징하는 클라이맥스가 등장한다. 부부의 서정적인 자유로움이 펼쳐진 뒤 앞선 클라이맥스와는 성격이 다른 영웅적인 에너지를 수반한 두 번째 클라이맥스가 등장하고 이윽고 새벽녘의 고요한 분위기 안으로 부부는 깊은 잠에 빠져든다. 다시 자명종이 7시를 알리며 아침을 맞이한다.

Finale. Sehr lebhaft(매우 생기 있게) 부부는 현악부와 금관부의 이중 푸가를 통해 다시 `즐거운 말다툼'을 시작하고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슈트라우스가 이 악장에 대해 “찬란하게 울려 퍼지는 화해의 노래”라고 언급했던 것처럼 가족의 즐겁고 단란한 모습만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알 수 없는 부부 사이의 문제를 음악적 형식을 통해 완전히 해결한 기쁨을 표현하였다.

■들을 만한 음반
△프리츠 라이너(지휘),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RCA, 1956) △앙드레 프레빈(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96) △로린 마젤(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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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8 00:01:45
좋은 글 연재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