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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시설 원격의료 확대?…“전문 인력부터 먼저”
교정시설 원격의료 확대?…“전문 인력부터 먼저”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3.27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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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원격의료로 교정시설 수용자 생활 전반 파악 힘들어”
대공협, 공중보건의사의 교정시설 원격진료 인식조사 결과

교정시설 원격의료 확대에 앞서 전문인력 확충 및 외부병원 진료 활성화를 우선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원격진료를 확대한다고 해도 짧은 원격의료를 통해서는 수용자의 전반적인 수용생활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로 인해 꾀병, 과장, 약물의존과 같은 교정시설 환자의 특수성을 고려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복지부는 앞서 지난11일 도서‧벽지, 원양선박, 교도소, 군부대 등 의료사각지대에 한해 의료법 개정을 통해 원격의료를 허용‧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는 의료특성상 원격의료 허용을 원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가 27일 발표한 ‘공중보건의사의 교정시설 원격진료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중보건의사가 복무하고 있는 교정시설에서 주로 이뤄지는 원격(화상)의료 과목은 정신과(60%)와 피부과(54%)였다. 

총 24명의 교정시설 근무 공중보건의사가 응답한 결과에 의하면 정신과 진료의 경우 인지행동치료나 지지요법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원격(화상)진료는 단순 처방에 그치는 진료임이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또한 원격의료 후 약물부작용 등으로 인해 재진료가 필요한 경우, 이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이뤄지기 어려운 점도 큰 문제로 꼽혔다.
 
대공협 관계자는 “원격진료를 확대 되도 짧은 원격의료로는 수용자의 생활을 파악할 수 없다”며 “이로 인해 교정시설 환자의 특수성을 고려할 수 없는 반쪽자리 진료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교정시설 원격의료의 37.5%가 5분 미만, 37.5%가 5~10분 동안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정신과 면담 등은 사실상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원격진료에 확대에 찬성한 경우, 원격진료가 아예 행해지지 않는 곳이거나(35%), 인력 재배치 없는 해결은 불가능하기에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현재 전국 교정시설에 근무하는 정신과 전문의는 극히 드물며 대부분 일반의가 배치되는 상황이다.

원격의료 확대에 찬성 의견을 보인 응답자와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는 “일차의료의 범주를 넘어서는 경우 의료진의 판단에 의해 외부병원으로의 환자 의뢰가 허용돼야 하나, 교정시설 보안 문제 등이 맞물려 실질적으로 외부진료가 확대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들어 원격의료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수용자 정신건강 향상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설문조사에 응답한 공중보건의사의 55%는 원격진료의 확대가 아닌 소내 정신과 전문의의 확충을 1순위로 꼽았다.

이는 모든 교정시설에 정신과 전문의를 배치하도록 WHO의 권고와도 일치한다. 이외 근거기반 정신심리프로그램 운용(약 25%) 등도 언급됐다.

최세진 교정시설 공중보건의사협의회 대표는 “적절한 정신심리학적 지원을 통해 교정교화가 이뤄져야 하는 수용자들이 짧은 원격진료에서 비롯되는 약물오남용으로 벤조다이아제핀이나 수면제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라 이미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내 정신과 전문의를 확충하고, 외부병원 진료를 활성화하는 근본적인 의료처우 개선방안이 교정시설 내 원격진료 확대 논의 전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중현 대공협 회장도 “교정시설이 의료취약지로 분류되는 것은 지금껏 대체복무자인 공중보건의사 인력만을 활용해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일하도록 방치해왔기 때문”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공보의 수 급감을 이유로 도입하려는 원격(화상)의료는 의료 빈틈을 채우려다 되려 빈틈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적절한 의료인력 배치 등의 근본적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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