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문장
김경수
비가 내린다.
꼬리에 강한 바람을 매단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풍경 속으로 파란 비가 뛰어내린다.
내리는 빗속으로 비가 내린다는 문장이 뛰어간다.
그러니까 거울 속에도 비가 내린다.
안녕이라는 인사말에도 비가 묻어 있다.
내 가슴 속 깊이 흐르는 비에 대해
파란 눈의 프랑스인은 인상적인 행진行進이라고 했다.
하나의 따뜻한 문장文章이 흰 눈처럼 흰 눈썹을 위로한다.
산 속에서 지르는 큰 소리에도 자상한 비는 묻어있다.
흐르는 바람이여,
흐르는 비여,
흐르는 마음이여,
가끔 흘러온 인생을 돌이켜 보면
폭우가 내렸고 악천후惡天候가 드나들었고
체념과 인내가 문장의 등에 검게 새겨져 있다.
비가 내리지 않아도
모든 집들이 무너진 폐허에서
차갑고 슬픈 마음이 절뚝이며 걸어 나온다.
<프로필>
1993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편지와 물고기』, 『산 속 찻집 카페에 안개가 산다』 외
문예사조 이론서 『알기 쉬운 문예사조와 현대시』
2007년 제19회 봉생문화상(문학 부문) 수상, 계간 『시와 사상』 발행인
전 부산광역시의사회 회장,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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