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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병원 의사 하루 200명 진료…동네병원은 `텅텅' 
상급병원 의사 하루 200명 진료…동네병원은 `텅텅' 
  • 김동희 기자
  • 승인 2019.03.25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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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포커스 - 의료전달체계 붕괴…1차 의료기관 `경영 몸살'

의료전달체계 악영향을 주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갈수록 심해져 1차 의료기관인 동네 의원들은 경영난이 가속,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열린 대한신경외과의사회 춘계 학술대회, 대한비뇨기과의사회 춘계 학술대회,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춘계 학술대회 기간 중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단연코 `의료전달체계 붕괴'가 화두(話頭)로 떠올랐다.

신경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상급종병에 환자 의뢰가 너무 어려워졌다. 동네 병·의원에서 보내주는 환자를 신속하게 처리해 주고 리퍼 해주는 `진료의뢰협력센터'가 상급종병 마다 있는데, 최근에는 거의 마비 수준이다. 같은 의사이기도 하고, 동네 병·의원에서 보내주는 환자에 대해서는 대부분 외래, 수술, 입원 등을 빠르게 처리해 주는 편인데, 지금 환자를 보내려고 의뢰해 보니 주니어 교수 진료 및 수술이 3달, 시니어 교수 6개월 이상 밀려 있어서 난감했다. 상급종병에 이 정도까지 환자가 폭증했는지,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비뇨기과의사회 임원들도 안 그래도 어려운 비뇨기과 개원가는 더 힘들어졌다고 망연자실했다.

“상급종합병원에 평소에 먹는 약만 처방받으러 가는 환자도 있다. 교수들은 중증질환 진료와 수술, 교육에 전념해야 하는데 어떤 교수는 하루에 200명 이상의 경증환자를 진료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의료전달체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형병원은 나날이 환자가 늘어나는데 개원가는 이제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하는 기로에 섰다”고 했다.

비뇨기과의사회 임원들은 또 “전립선 비대증은 약물 치료가 충분히 가능하고, 수술을 한다 하더라도 개원가에서 저비용, 고효율로 할 수 있는데, 무조건 대학병원으로 간다고 한다. 6개월 치 이상 처방을 해 주는데 굳이 동네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막무가내로 우길 때는 자괴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이에 이런 현상을 조금이라도 바로 잡기 위해 비뇨의학과의사회 임원들은 경증질환 약제비 본인부담률 차등 폭을 더 크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동수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장은 “현재도 경증질환자 약제비 본임부담률 차이가 있지만 미비하다며 1차 의료기관에 비해 상급종병에서 처방받는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두 배 이상 높이면 약만 처방 받는 경증 및 만성질환자가 1차의료기관으로 돌아 올 것이고, 정부도 상급병원에서 세이브된 약제비를 희귀, 난치성질환 치료에 혜택을 더 준다면 국민도 좋고 1차의료기관도 좋고, 상급병원도 중중질환 수술이나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내과 개원의 B원장은 “개원가 원장들은 요새 일요일 마다 춘계학회를 찾아 최신 내시경 술기를 배우고 미용성형 등을 배운다. 또 기본적인 것을 잊지는 않았는지? 등등 휴일도 반납하고 공부하고 있다. 하나라도 더 알아서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근데 공단은 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을 만들어 의료기관 집중단속에 나서고, 심평원은 무분별한 잣대로 삭감하고, 진짜 어디 가서 울고 싶은 심정이다”고 하소연 했다.

B원장은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동기 교수를 만났더니, 교수와 직원들도 심각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더라. 어떤 교수는 3개 방을 열어 놓고 이리저리 뛰면서 경증환자를 진료하고, 덩달아 간호사, 의료기사들도 밀려드는 환자로 쉴 틈이 없다고 과로를 걱정하고 있다. 더해서 전공의 근로시간 준수 등으로 교수들이 입원 환자 관리, 수술, 응급실 당직까지 서야 하는 상황에 누구라도 예외 없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1차의료기관과 상급종합병원 사이에 낀 지역병원들도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불만이 많다.

중소병원 관계자들은 “중소병원은 꼭 존재해야 하는 필수 종병이며 한국형 의료제도의 가장 핵심이다. 그러나 정부가 30∼50병상의 중소병원을 대학병원처럼 인력과 설비를 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대학병원급으로 안전관리, 당직 규정, 감염관리 등을 맞추라는 것은 지나친 억압이다. 중소병원의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다. 대학병원과 개원가 사이에 낀 중소병원 지원책을 활성화 시켜서 지역민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중소병원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운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의장은 “대학병원은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면서 외래 환자 폭증으로 의사 뿐 아니라 간호사 등도 과로로 몰리고 있다. 효율이 떨어지는 진료에 번아웃 될 정도로 심각한 피로도가 높다. 하루 빨리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일명 : 문 케어)의 일환으로 상·하복부 초음파 급여화에 이어 내년에는 척추 MRI 급여화가 예정되어 있어 더욱 불안에 떨고 있다.

의료계는 한 목소리로 “우려대로 문 케어로 대형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더욱 빨리 진행되어 버렸다”고 지적하고 “동네 병·의원들은 의료비의 원가 보전율의 70%에도 못미치는 재정손실을 비급여로 보완해 왔다. 이마저 전면 급여화 한다면 쏠림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우선 저수가를 100%로 맞춘 후에 보편적 복지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차의료기관은 만성, 경증 질환에 특화할 수 있도록 하고 대병병원은 입원, 중증질환에 특화 할 수 있도록 수가체계를 개편하고 약제비 상한선을 대폭 올리는 한편, 상급종합병원은 준법 진료와 함께 경증질환 진료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병원 관계자들도 “`의료인 당직규정 현실화, 중소병원의 구급자동차 운용기준 현실화, 특수의료장비 설치기준 관련 공동 활용 병상 수 완화 및 운용인력 기준 개선, 간호등급제 완화'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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