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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나요법 급여화, 복지부의 직무유기"
"추나요법 급여화, 복지부의 직무유기"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9.03.1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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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8일 시행 강행…의료계, 안전성·유효성 입증 안돼
국민 진료비 상승·건보재정 막대한 손실만 가져올 뿐

정부가 한방 추나요법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강행함에 따라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추나요법 건강보험 급여화를 심의·의결한 데 이어 올 들어 지난 3월 6일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고시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하여 관련 단체·개인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오는 4월 8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추나요법 급여화에 소요될 것으로 복지부가 추계한 재정 규모는 약 1000억 원. 다만 급여화로 인해 행위량이 급증해 소요재정이 폭증할 것을 우려해 대상질환과 시술자격·횟수 등을 구체화하여 근골격계 질환으로 한방 병·의원에서 단순추나·복잡추나·특수(탈구)추나를 받은 경우 환자 1인당 연간 20회까지 인정하기로 한정했다.

한의사 1인당 1일 환자 수에도 제한을 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된 상근 한의사 인력 1인당 1일 18명까지 요양급여 청구가 가능토록 했다. 또 추나요법을 시행한 한방 병·의원은 해당 진료정보를 반드시 심평원에 제출해야 한다.

환자본인부담률도 예비급여 형태로 제한을 둬 기본적으로 50%를 적용하되, 복잡 추나 중 추간판탈출증·협착증 외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환자가 최대 80%까지 부담할 수 있도록 했다.

복지부가 추나요법 급여화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자 의료계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우선 아무리 급여화 조건을 구체화하여 각종 제한을 뒀다고 해도 재정 폭증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회장‧최대집) 집행부는 지난해 11월 28일(수) 오전 11시 40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를 방문해 ‘검증 안 된 한방 추나요법 급여화 규탄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마치고 의협 임원들은 보건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을 만나 ‘검증안된 한방 추나요법 급여화 규탄 항의서’를 전달하고, 면담을 진행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최대집) 집행부는 지난해 11월 28일(수) 오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서울사무소를 방문해 ‘검증 안 된 한방 추나요법 급여화 규탄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마치고 의협 임원들은 보건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과장을 만나 ‘검증 안 된 한방 추나요법 급여화 규탄 항의서’를 전달하고, 면담을 진행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가 최근 복지부에 추나요법 급여기준 신설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추계한 추나요법 급여청구 시 소요비용에 따르면 한 달의 20일 동안 고시에 명시된 대로 한의사 한 명당 제한인원인 18명에게 추나요법을 시행했을 때 월 급여는 803만 원, 특수 1357만 원, 복잡 208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한방병원에 대해 적용되는 종별 가산, 주말 근무에 따른 가산 등을 더하면 액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급여 기준과 범위도 너무 광범위하다는 지적이다. 정형외과의사회는 복지부의 행정예고안에 시행 주체에 대한 기준과 시간에 대한 명확한 명시도 없이 근골격계 대부분의 상병명을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형외과의사회는 “추나요법 급여화로 건강보험의 누수와 의료 행위의 상업화를 불러올 수 있고 이는 곧 국민 진료비 상승과 건강보험 재정의 막대한 손실을 가져와 건강보험료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의료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점은 추나요법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아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것.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심평의학’이라는 자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하나하나를 ‘매의 눈’으로 주시하면서 유독 한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해서만 객관적 근거나 기준도 없이 선심쓰듯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며 “추나요법은 현재 세계물리치료학회 항목에 등재되어 있지 않고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에서조차 근골격계 통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런 와중에 연간 무려 1천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드는 추나요법 급여화가 정말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고 효과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복지부가 추나요법 급여화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더 나아가 한방 의료행위 전반에 대한 검증시스템부터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복지부가 추나요법 급여화를 강행하면서 한의계에서 한의학(韓醫學)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중의학(中醫學)의 ‘투나요법’의 유효성 평가결과를 근거로 삼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급여화에 앞서 분석 대상인 66편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논문 중 추나요법의 유효성을 평가한 논문은 단 한 편도 없었다"며 "결국 중국 투나요법의 유효성을 평가한 연구결과를 근거로 삼아 한방 추나요법의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급여화 추진과정에서 이루어진 복지부의 직무유기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를 시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사실 이번 한방 추나요법 급여화가 있기까지 안전성이나 유효성 검증에 앞서 정치적 판단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건정심에서 추나요법 급여화가 결정된 직후 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사회연구원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입증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의과에 비해 보장성이 떨어지는 한방에 대한 정책적 배려가 있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 A씨는 “정부가 현대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의학교과서에 나온 의학적 타당성보다 심평원 급여원칙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유독 한방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우호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단지 어설픈 설문조사에 의해 ‘국민이 원하니까 한다’는 식으로 추나요법 급여화를 졸속 추진할 게 아니라 해당 분야 전문가의 견해를 더 소중히 경청하고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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