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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포커스] 안전진료 수가 신설 어디까지 왔나
[이슈 & 포커스] 안전진료 수가 신설 어디까지 왔나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3.11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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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라인 초안 합의…수가 모델은 추가 논의
CCTV 등 시설·보안인력 충원 수가 지원 문제 접근
정치권 관련 법안 잇단 발의…임세원 법 통과에 최선
의협, 안전진료 기금 신설…폭행범 처벌 강화에 찬성
정부 측에서 이달 말을 기한으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3월 안에 진료실 안전수가에 대한 가시적인 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가 불참한 가운데 안전한 진료환경을 위한 수가 논의가 구체화 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까지 복지부는 안전수가 신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안전진료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몇 가지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구체적 수가 모델에 대해서는 추가적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진료실 안전장치 및 보안 인력에 대한 기초자료가 마련되고 정부 측에서 이달 말을 기한으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3월 안에 가시적인 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을 제외한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故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안전한 진료화경 문화정착을 위한 TFT(이하 안전진료TF)를 통해 1월부터 회의를 진행 중에 있다.

의협은 현재 복지부와의 대화 창구를 전면 폐쇄한 상태로 안전진료TF회의에도 불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TF회의는 지난 5일 8차 회의까지 진행됐으며 지금까지 회의를 통해 의료계와 정부는 공익광고 캠페인과 안전진료 가이드라인 마련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진료 가이드라인에는 △보건의료종사자의 안전은 환자 안전과 직결 △진료공간 안전은 모두의 노력으로 확보 △의료기관 내 폭언·폭행은 정당한 진료거부 사유에 해당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진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두 팔을 벌릴 만큼 안전거리 유지 △유리, 가위, 칼 등 무기가 될만한 무기 제거 △가해자와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항목과 더불어 직원 교육도 명시됐다.

이기일 정책관은 “경찰청과 법무부 등과 의료계가 제안한 경비원법과 반의사불벌죄 등의 논의를 진행한다”면서 “임세원 교수의 유지를 받들어 안전한 진료환경 대책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의무다. 3월 중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복지부는 병협 측이 준비한 안전수가 기초자료를 토대로 수가 지원 방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차 회의 이후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 과장은 “병협 측에서 CCTV, 보안인력 등 기본적인 현황을 조사해 기초자료를 제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가 지원 방향을 논의했다”며 “수가를 새로 신설할 것인지, 기존 항목에 가산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방법은 더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즉 현재까지는 현황파악 단계이며 진료실 안전 문제를 어떻게 수가와 연결시킬지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적 논의가 더 이뤄져야 기본 틀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 안전수가 신설에 힘을 싣는 연구도 속속 나오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5일 발간한 `보건복지 이슈 앤 포커스 제359호'에서 보건정책연구실 강희정 연구위원은 의료진 대상 폭력에 대해 건강보험으로 보상할 필요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의료인의 불안과 스트레스가 환자안전은 물론 의료의 질 저하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사전 예방적 접근으로, 의료인과 환자 간 소통 향상을 목표로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고 건강보험 지불 보상 기전을 활용한 행태 변화 촉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에서 의료인의 서비스 제공에 대한 보상은 건강보험 수가로 이뤄지며, 건강보험 수가는 행위별 상대가치 점수에 환산지수(점수당 단가로 수가 계약 시 계약 대상)를 곱해 계산된다.

이 점에 착안해 보고서는 상대가치 수가 체계에서 구조적 투자 비용은 진료 비용 상대가치에, 중증 환자에 대한 의료인의 안전 위험은 업무량 상대가치 또는 위험도 상대가치에 반영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의료인과 환자의 소통 방식 개선을 유도하는 지불 보상을 강화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국회, 진료실 안전 관련 법안 발의 이어져

안전진료TF와 별개로 국회에서도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법 개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안전한 진료실 구축을 위해 대책과 방안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인 것.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월 故 임세원 교수를 기리고 제2의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TF'를 구성한 바 있다. 또한 자유한국당 역시 정책위원회 주최로 `의료인 폭행·사망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 간담회'를 개최, 의료계 단체들과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대책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응급실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내 발생한 폭력사건 가해자를 가중처벌토록 하고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토록 하는 법안 등의 발의가 줄을 이었다. 단순히 폭력행위자에 대한 엄벌이 아닌, 의료기관 내 폭력행위를 사회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엄벌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반의사불벌죄 삭제 관련 부분은 지난 법사위에서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던 만큼 이번 계기를 통해 다시 한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응급의료법이 개정돼 처벌이 강화됐지만 응급실 외 진료실에서의 폭행은 반의사불벌죄로 인해 처벌조차 힘들다. 응급실 외 폭행 처벌에 대해서도 강화할 수 있도록 법안이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에 발의된 법안들은 진료실 내 안전장치 부재에 대한 문제제기도 담고 있다. 개정안들은 비상문, 비상공간, 비상벨 등 진료실 안전장치 설치 및 보안요원 배치를 할 수 있도록 했고 이에 대한 경비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주목할 점은 일각에서 제기된 재정적 부담 문제를 해결코자 안전장치 설치 경비를 정부에서 지원토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인에 대한 안전시설을 강화한다 하더라도 의료인에게 오롯이 경제적 부담을 지운다면 단순한 주의규정으로 사문화되거나 의료인 안전을 위한 시설 미비로 의료인을 처벌하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재정적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된 것.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발의안을 통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른 응급의료기금에 준해 의료기관안전기금을 설치토록 했다.

또한 박인숙 의원의 발의안은 이에 더해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만 안전장치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는 해당 안전장치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효율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일부 견해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안전한진료환경구축 TF팀장을 맡은 윤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은 규모의 의료기관에서는 진료실 내 안전장치가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의료기관의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TF 활동은 마무리됐지만, 법안 처리 등 할 일이 남아있다. `임세원법' 통과와 제도 개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기금 신설·처벌 강화 `찬성'

의협도 이 같은 개정안 발의에 적극 찬성 입장을 보였다. 의료기관 안전시설 설치 및 보안인력 배치를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며 해당 재원을 의료기관에 전가시킬 경우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는 것.

의협 관계자는 “현재 입법 발의 및 논의 방안을 살펴보면 비상벨·비상문·대피 공간 등 안전시설 설치와 보안인력 배치·확충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며 “재원을 의료기관에 전가시킬 경우, 개정안의 제안 이유와 같이 단순한 주의규정으로 사문화되거나 의료인 안전을 위한 시설 미비로 의료인을 처벌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따라서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해 안전한 진료환경 확보를 위한 각종 대책들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원 마련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의료기관안전기금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그는 “기금을 신설해 운용할 경우 대책 실행을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피해 의료인의 지원, 각종 조사·연구 등에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의협은 의료기관안전기금 신설에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금조성 과정에서 의료기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행태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의협 관계자는 “기금의 설립목적이 대책 시행의 부담을 의료기관에 전가시키지 않으면서, 국가가 대책을 시행하는데 있어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함임을 고려해 기금조성 과정에서 다시 의료기관에 부담을 지우는 모순적인 행태는 없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의료기관내 폭력의 처벌강화 부분에 대해서도 “이번에 개정된 응급의료법과 동일한 내용으로 최근 병원 외래병동에서 발생한 의사 살인사건 사례를 통해 응급실 이외의 공간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폭력에 대해서도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의료법도 동일하게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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