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리스트 〈메피스토 왈츠〉 제1번, 작품번호 514 `마을 선술집에서의 무도'
프란츠 리스트 〈메피스토 왈츠〉 제1번, 작품번호 514 `마을 선술집에서의 무도'
  • 의사신문
  • 승인 2019.03.1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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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466〉 

■메피스토펠레스의 사랑을 그린 피아노 난곡 중 난곡
유럽에서 가장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전설 가운데 하나인 `파우스트'는 악마에게 자신의 영혼을 판 독일의 마법사 이야기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악마와 거래를 맺고 마술과 연금술, 점성술과 예언, 신학적 연구와 악마 연구, 남색과 엽기적인 기행을 남기고 1540년경에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후 1587년 `파우스트' 편이 발간되어 유럽 전역에 널리 읽히면서 `파우스트'라는 독창적인 캐릭터는 많은 예술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그에 동경을 보내는 한편 그의 지적 추구를 높이 평가하며 시대에 맞는 상으로 그려내기 시작했다.

특히 대문호 괴테는 파우스트를 통해 인간과 악마, 신을 둘러싼 대서사극을 창조해냈다. 그가 23세 때 쓰기 시작하여 죽기 1년 전인 1831년 83세에 완성한 희곡 `파우스트'는 파우스트 박사,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파우스트가 사랑한 그레트헨을 통해 신과 인간, 사랑, 구원에 대한 철학적인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한편 이 작품에는 괴테의 전 생애가 투과되어 있어 인생과 우주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정열을 품고 살았던 그의 장엄한 정신세계가 펼쳐져 있다.

괴테가 세상을 떠난 후 바이마르의 궁정 음악가로 임명된 리스트는 괴테의 정신적 유산을 계승하기 위해 1844년부터 스케치를 시작해 1854년 완성한 〈파우스트 교향곡〉을 1857년 9월 바이마르에서 자신의 지휘로 초연했다. 이후에도 리스트는 파우스트를 주제로 한 음악을 다수 작곡했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메피스토 왈츠〉이다. 이 작품의 제1번과 제2번은 1859년부터 1962년, 제3번은 1880년부터 1881년, 제4번은 1883년부터 1885년 사이에 작곡하여 네 개의 왈츠들로 구성하였다. 파우스트가 아닌 메피스토펠레스에 초점이 맞추어진 니콜라우스 레나우(Nikolaus Lenau)의 `시로 쓴 파우스트(Faust: Ein Gedicht)〉를 토대로 하였다.

레나우는 헝가리 태생의 오스트리아 시인으로 마자르인 특유의 격정과 독일적인 취향을 함께 지녔던 인물이다. 괴팍한 성격에 기구한 인생 체험이 곁들여져 특이한 작풍을 가진 그는 만년에는 정신병원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바이올린을 잘 켰고 베토벤을 숭배했던 그가 바라본 파우스트는 동시대 작곡가들인 슈만이나 베를리오즈, 리스트나 바그너가 바라보았던 파우스트의 세계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했다.

소나타 B단조와 더불어 리스트의 악마적인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 걸작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는 이 작품은 `마을 선술집에서의 무도(Der Tanz in der Dorfschenke)`라는 제목을 갖고 있듯 악마적인 힘과 특유의 광란적인 춤 리듬, 신비롭고 세속적이며 드라마틱한 전개를 갖추고 있다. 연주자로 하여금 무한한 체력과 강인한 집중력, 고도의 기교, 상상력 풍부한 극적 감수성을 요구하는 만큼 피아노 레퍼토리에서도 난곡 중 난곡으로 손꼽힌다.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은 극소수의 연주자만이 성공적으로 연주할 수 있다는 피아노곡이다. 음악학자 제임스 후네커는 이 작품에 대해 “트리스탄 악보 가운데 가장 육욕적인 에피소드들을 연상케 하는 나른한 싱커페이션 선율을 갖고 있다”며 이 작품만의 독특한 음악적 특성을 설명한 바 있다. 전체적으로 하나의 주제를 제시하고 이를 변형, 대비시킨 뒤 다시금 제시하는 3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메피스토 왈츠〉 제1번은 오케스트라 버전(S.110/2), 피아노듀오 버전(S.599/2) 피아노독주 버전(S.514) 등으로 발표되었다.

△제1부 Allegro vivace, quaci presto 향응이 벌어지고 있는 시골마을의 한 선술집에 드리워진 메피스토펠레스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압도적인 힘과 격정적인 리듬을 통해 묘사된다. 악마적인 스타카토와 디오니소스적인 옥타브, 종횡 무진하는 스케일의 향연이 펼쳐지며 술집의 쾌락적인 분위기와 메피스토펠레스의 그림자를 강렬하게 내비치고, 뒤이어 메피스토펠레스를 상징하는 왼손의 반복되는 음형과 오른손의 도약이 심한 동형 진행 리듬을 통해 그로테스크한 왈츠가 전개된다.

△제2부 Un poco meno mosso 파우스트의 구애를 담고 있다. `사랑스럽고 표정을 담아 연주하라' 파우스트를 상징하는 주제는 리듬과 템포, 다이내믹이 조금씩 변형되며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바그너가 발전시킨 이 리스트의 주제변형 기법은 헝가리적인 집시 음계, 동형 진행과 반복, 음역을 넘나드는 확장된 스케일을 통해 효율적으로 사용된다.

△제3부 Vivace fantastico, Presto 메피스토펠레스의 기묘한 연주가 다시 등장하여 조소하는 듯, 혹은 음모를 꾸미는 듯, 분위기를 고조시키긴 뒤 음악은 클라이맥스를 향해 돌진하며 광적인 트릴과 스펙터클한 옥타브 연타 및 상하 스케일이 쏟아지는 격정적인 코다로 끝을 맺는다.

■들을 만한 음반
△블라디미르 호로비츠(피아노)(RCA, 1981)
△죄르지 치프라(피아노)(EMI, 1959)
△윌리엄 카펠(피아노)(RCA, 1945)
△예브게니 키신(피아노)(RCA,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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