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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병' 앓는 아이들의 안식처…“치유 저절로 되죠”
`마음의 병' 앓는 아이들의 안식처…“치유 저절로 되죠”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3.04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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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형 대안학교 `치유학교 샘' 교장 박주미〈성모샘병원 원장〉
박주미 성모 샘병원 대표원장 겸 치유학교 샘 학교장은 가톨릭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가톨릭 의과대학, 서울을지대학병원 외래교수 등을 역임했다.
박주미 성모 샘병원 대표원장 겸 치유학교 샘 학교장은 가톨릭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가톨릭 의과대학, 서울을지대학병원 외래교수 등을 역임했다.

`치유학교 샘'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병원인 `성모샘병원'에서 운영하는 청소년들의 배움터다.

서울시교육청에서 허가받은 위탁형 대안학교로 청소년 전문 병원을 표방, 소아청소년들의 정신건강 및 학교 부적응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병원에서 함께 운영하는 학교인 만큼 병원장이 교장을 겸하고 있다는 점이 치유학교 샘의 특징이다.

일명 `동네 말썽꾸러기들'을 돌보고 가르치며 다시 사회로 나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장선생님으로서의 어깨가 무겁다고 말하는 박주미 원장. 비록 병원과 학교를 함께 운영하며 겪는 고충도 크지만 그만큼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그녀를 의사신문이 만나봤다.

박주미 원장(성모샘병원)은 정신과 의사로서 안타까웠다고 했다. 가장 아름답고 중요한 청소년 시기에 일반 중·고등학교에서 주변인으로 낙인찍히고 부모로부터, 사회로부터 철저히 소외되고 고립된 학생들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팠다는 것이다. 

우울증, 충동조절장애, 정서장애 등 어려움을 겪는 도봉구 지역 청소년들이 박주미 원장의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문제는 `학교'와 `학업'이었다. 상태가 심한 경우 입원치료가 반드시 필요한데 68일을 넘을 경우 학교에서 유급되기 때문이다.
“아직 치료가 완벽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원치료가 절실한데 학교 문제 때문에 다시 사회로 나가고 곧 병이 재발해 다시 병원을 찾는 일이 빈번했다. 치료를 받는 동안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정규교육의 필요성을 그때 깨닫게 됐다.”

그때부터였다. 박 원장은 입원치료가 필요한 청소년들과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대안학교를 구상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비행청소년들을 맡아 관리하겠다는 그녀의 말에 흔쾌히 학력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위탁형 대안학교 허가를 내줬다. 박 원장은 “교육청에서도 이 아이들은 골치 아픈 존재였다. 밥 먹듯 결석과 자살시도를 반복하고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이들을 맡아줄 곳이 필요했던 것이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치유학교 샘은 일반 학교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교사 자격증을 갖춘 정예 교사들이 80명(중등 2학급, 고등 2학급) 가량의 학생들을 돌보는데 국어, 영어, 수학 등 정규 과목을 가르치며 시험을 통해 내신도 제공된다. 또한 위탁형이기 때문에 이 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원래 다니던 일반 중·고교 졸업장을 취득할 수 있다. 일반 학교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학생들에게 맞는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과 심리치료가 병행된다는 것이다. 미술치료, 음악치료, 사회 기술 훈련, 분노조절 훈련 등이 각 학생들에 맞춤형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학교 운영이 쉽지만은 않았다. 현재 치유학교 샘에서 근무하는 교사는 4명이다. 현재 교육청에서는 강사비, 기자재 비용은 지원되고 있지만 담임교사 수당 등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가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소아청소년들을 케어하는 것이 성인에 비해 어려움이 곱절 많지만 소아청소년과 성인의 의료 수가는 차이가 없다. 더욱이 10년 째 수가 변화가 거의 없는 상태인데다 인건비 등 추가적 비용은 계속 오르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는 설명이다.

박 원장은 “외국의 경우에는 청소년 정신질환자들의 케어가 훨씬 힘들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적절한 관심과 지원이 병행되고 있다”며 “어릴 때부터 소아청소년들의 정서적 발달에 도움을 주는 것이 힘들지만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늘어났으면 한다”고 전했다.

치유학교 샘에는 정규 교육은 물론, 각 학생들에게 맞는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과 심리치료가 병행된다.

치유학교 샘을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졸업생들이 가끔 찾아올 때면 말로 표현하지 못할 뿌듯함이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처음 병원과 학교에 왔을 때는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인 학생들이 더러 있다. 케어가 없었다면 범죄에 빠졌거나 자살시도를 이어갔을 학생들이 잘 자라줘서 사회의 멋진 일원이 돼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에 큰 울림이 있다. 지치다가도 사명감이 불타오르는 순간이다.”

이어 박 원장은 “지난해에 성균관대에 입학했다고 알려온 친구가 있는데 지금도 가끔 찾아와 고민 상담을 한다”며 “한번 맺은 인연이 졸업과 동시에 끝나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상생하고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병원과 학교가 됐으면 한다”고 어렴풋이 자신의 목표를 털어놨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고 심리치료에도 좋은 예술 프로그램을 더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도 음악·미술 치료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더 좋은 환경에서 더 전문적인 커리큘럼을 도입하고 싶다는 취지다. 또한 중·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사회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직업재활 치료 등을 통해 사회로의 복귀를 돕는 역할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박주미 원장은 “개인적으로 꿈과 비전이 많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케어하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현실적으로 개인이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앞으로도 맡은 소명과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희망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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