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학교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정신 건강 사각지대'에 놓인 3000여 명의 위험군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서울시의사회가 앞장서기로 했다.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박홍준)와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조희연)은 지난 25일 중구 소재 한 식당에서 ‘행복하고 안전한 교실환경 조성’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는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시교육청이 함께 학생들의 각종 건강 문제를 개선해 행복하고 안전한 '건강 교실'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협약에 따라 앞으로 서울시의사회는 학생들의 건강 및 학교 보건 문제에 관한 상황과 인식을 공유해 서울시교육청에 학교보건 증진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는 한편 학생들의 건강 개선 및 학교보건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이를 위해 우선 추진과제로 ‘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 나타난 3000여 명의 ‘미 연계 학생’ 위주로 정신과 의사를 지정해 학생들의 건강문제 개선과 의료자문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학생 정서·행동특성 검사는 학생들의 스트레스와 우울증, 불안, 학습, 집중력, 인터넷·스마트폰 사용정도 등을 알아보는 것으로, 매년 초등학교 1학년과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등 연간 30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학생들의 성격·특성과 정서, 행동발달 경향을 이해하고 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와 전문기관이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조사 결과 서울시의 경우 관심군 학생들은 1만7000여 명으로, 이 중 1만4000여 명은 2차 기관(정신건강증진센터 등)에 연계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3000여 명의 경우 학부모나 학생들이 전문기관의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심군으로 분류된 학생들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자살 위험군 검사에서 자살 위험성이 높게 나타나 즉각 조치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교육기관은 관심군 학생들에 대해 전문기관의 치료를 권고할 뿐 물리적으로나 강제적으로 치료를 강요할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정서적 위기를 겪는 학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3000여 명에 이르는 '미 연계 학생'에 대해서는 의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즉, 의사가 관심군 학생들과 상담한 뒤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 병원으로 연계하고, 필요하지 않다면 학교로 돌려보내는 등 의료적 지원을 통해 자살, 도박 등 위험에 노출돼 있는 학생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 25개구에는 정신건강의학과 227개소가 있다. 구 하나당 정신과 병원이 10곳 정도 있는 셈이다. 교육청은 정신과 의사 1명이 학생 10명 정도를 진료 및 치료하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은 “서울시의사회는 3만 의료인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1000만 시민 건강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전력하고 있다”며 “100만 서울시 학생들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곧 1000만 서울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청소년의 건강은 여러 곳에서 위협받고 있다”며 “우울증의 경우 3~4명에 한 명 꼴로 나타나고 있고, 불안장애나 과잉행동장애 등 정신과 문제가 취약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협약을 통해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청소년들이 건강한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보건의료 전문의로서 역할을 충실히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은 “교육청이 학생건강 증진을 위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정서·심리적 문제는 계속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울시의사회가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교육청과 뜻을 함께해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시교육청은 아이들에게 의학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따뜻한 사회, 더불어 모두가 함께 숲을 이루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울시의사회와 협약식을 갖게 됐다”며 “청소년들을 관리하고 지도하는 입장에서 교육청이 지원하지 못하는 부분에 의사회가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의사회는 3000여 명의 ‘미 연계 학생’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을 시작으로, 1형 소아당뇨는 물론 학령기 청소년에게 나타날 수 있는 만성질환 예방과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교육에도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