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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윤리 딜레마' 어떻게 해결하나
중환자실 '윤리 딜레마' 어떻게 해결하나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2.2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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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의학회, 연명치료 등 갈등 다룬 ‘중환자 의료윤리’ 출간
홍성진회장 "의료윤리 인식 확장....진료현장 훈련기회 됐으면”

“중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들을 가장 괴롭히는 문제는 중증 환자의 복잡하고 어려운 치료가 아니라 치료를 둘러싼 윤리적 갈등이다.”

중환자실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윤리 딜레마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대한중환자의학회(회장‧홍성진)가 나섰다. 

연명의료, 안락사부터 종교적인 치료거부나 보완의학 등 문제에 대해 지금 현재도 중환자실에서 가치관의 차이로 큰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돼 환자의 자기 결정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의료중단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의료 윤리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나 합의가 부족하다는 게 홍성진 대한중환자의학회장의 설명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중환자실에서 일어나는 윤리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실 의료윤리(의료인이 알아야 할 중환자실 윤리 딜레마)’를 출간했다.

홍성진 회장은 “우리나라에 이런 책은 없었다. 관련 자료 및 참고문헌이 없어 처음 만들게 됐다”며 “이 책은 중환자의학 의료진들이 마주하는 진료 현장의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미국의 의료 환경은 우리와 많은 점에서 다르지만 이 책이 우리의 인식을 확장하는 기회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홍성진 대한중환자의학회장
홍성진 대한중환자의학회장

1974년 미국 국회 도서관이 ‘Bioethics’를 주제어로 공식 채택함으로써 생명윤리는 현대의학과 생명과학의 발전이 인간의 생명에 대해 일으키는 다양한 문제들에 관한 윤리적 탐구를 연구하는 분야로 지칭되게 됐다.

실제 국내 의료현장에서도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 2009년 세브란스병원 김 할머니 사건 등, 의료 지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윤리적 문제에 관한 사례들이 발생하며 의료진과 일반 대중들이 의료윤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의학이 발전하기 이전에는 질병이 악화하면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이 말기, 임종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치료 약제 및 새로운 기기들의 발명으로 합병증을 줄이고 생존율이 높아지는 상황이 되면서 적극적인 치료가 실제로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서 시작된 이번 신간은 대한중환자의학회 윤리법제위원회 위원들이 미국 중환자의학회에서 출판한 ‘Critical Care Ethics'를 번역한 것이다. 여러 윤리 원치 및 미국의 판례들과 함께 중환자실에서 경험하는 윤리 쟁점들을 질문 형식으로 제시하며 풀이했으며 국내의 주요 사례들을 추가해 함께 실었다.

연명의료, 안락사부터 종교적인 치료거부나 보완의학, 대체 치료를 요구하는 환자 등 의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제가 다양하게 실려 있다. 또한 의료진과 가족 사이의 갈등, 가치관의 차이 및 도덕적 고뇌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임춘학 윤리법제이사는 “중환자진료 현장에서 이 책에서 제시한 질문들과 비슷한 상황들에 부딪힐 때 윤리 판단에 있어서 길잡이가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의료인들이 이 책을 통해 윤리적으로 생각하는 기회를 얻고 스스로 훈련해 볼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사법체계를 기준으로 쓰인 서적이라 우리나라의 법체계에서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례를 주석을 통해 소개해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환자의학회 임원들은 실제 중환자실 진료 현장에서 윤리적 문제에 자주 직면한다고 밝혔다.

임 이사는 “여자 환자가 말기 암을 진단받고 임종이 다가온 상태에서 다발성장기부전이 온 사례가 있었다”며 “그러나 환자의 의식은 명료했고 연명의료를 위해 환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족들이 환자의 충격을 고려해 상황을 함구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같은 상황에서 의식이 명료한 환자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야 하는지 딜레마가 올 수 있다”며 “이 책을 통해 윤리문제를 생각하고 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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