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5:51 (목)
제주영리병원 사태 향후 전망과 대책
제주영리병원 사태 향후 전망과 대책
  • 하경대 기자
  • 승인 2019.02.25 1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내 제주녹지국제병원 사태가 소송전으로 붉어지며 오리무중 상태에 빠졌다. 

법정싸움이 예고되면서 세간의 관심은 실제로 국내 첫 영리병원이 개원할 수 있는가 대한 의문으로 귀결되고 있는 상황. 그러나 현재 판세를 보면 개원이 사실상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녹지그룹이 이미 영리병원사업 추진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녹지그룹 측은 영리병원 개설 허가를 받기 전에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제주도에 병원 인수를 요청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녹지병원 채용의사 9명 전원과 더불어 130명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사직한 상태다.

녹지그룹이 사업 운영을 포기한 대목에서는 영리병원의 수익성 부분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녹지그룹이 처음 제주헬스케어타운 투자유치와 관련한 협약을 체결한 2012년에는 성형 및 피부미용에 대한 외국인 관광객의 수요가 많았으나 현재 대중국 관계 및 의료 관광객의 수요가 감소하는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했을 때 사업 수행이 불가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개설 허가 후 3개월 이내에 개원하지 않으면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내달 4일까지 병원이 개원하지 않을 시 영리병원 개설 허가가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녹지그룹과 제주도간 법정싸움은 왜 일어날 수밖에 없었을까. 사실 녹지그룹은 병원 경영 의사가 없기 때문에 소송의 핵심 골자인 ‘내국인 진료허가’에는 관심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다만 이를 빌미로 병원 개설에 대한 투자비용과 매달 지출되고 있는 운영‧관리비에 대한 배상을 염두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녹지그룹 입장에서는 병원 개원이 1년 반 가까이 미뤄지면서 사업 전체 손실 규모가 수천억 원대로 추산되는 만큼 제주도를 상대로 이번 행정소송뿐 아니라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제기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녹지병원에 대한 투자 금액은 778억에 달하며 매달 지출되는 관리비만 8억5000만 원, 연간 102억 원 수준이다. 

한편 소송에 대한 승패 여부는 애초에 내국인 진료제한에 대한 법적 근거가 애매하기 때문에 녹지그룹의 우세를 점치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녹지병원 사업계획서에 녹지그룹 스스로 외국인 관광객으로 대상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제주도 측의 승소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이번 제주영리병원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와 제주도에게 있다. 해당 사업계획서 승인 과정에서 복지부는 국내 보건의료체계 및 응급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에서 위법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영리병원 확산 및 의료영리화를 막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제주도 측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의혹들과 더불어 영리병원의 공공병원 전환 등에 대해 추가적인 검토와 논의를 하루빨리 진행해야 할 것이다.

국회 또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투자 영리의료기관 이용자에 대한 법률적 모호성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각성해야 한다. 이용자를 외국인만으로 한정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내국인 진료가 가능하게 될 시, 의료영리화 및 진료비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입법 개선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 겪는 일에는 시행착오가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수면 위로 드러난 문제를 제때 시정하지 못한다면 이는 치명적인 과오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관계 부처 및 제주도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