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8:56 (목)
“국민 눈·귀 가린 의료폐기물 대책 이젠 정부 나서라”
“국민 눈·귀 가린 의료폐기물 대책 이젠 정부 나서라”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9.02.25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 & 포커스 의료폐기물 `대란' 조짐 〈하〉 - 의료계·국회 `뒤늦은 대책'

폐기물 증가와 소각·처리시설 부족, 수집업체들의 담합으로 인한 처리 가격 인상, 불합리한 폐기물 분류체계 등 현재 `의료폐기물' 수집·처리 과정에서는 총체적인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의료폐기물 처리 대안은 몇 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갖은 규제와 이해관계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의료폐기물의 담당부처인 환경부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환경부도 나름 `할 말은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기관 내부에서 의료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자정 노력과 함께 병원 내 멸균시설 운영 등을 통해 자체적인 해결 능력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보다 못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지난달 환경오염이나 인체 위해도가 낮은 의료폐기물에 한해 지정폐기물 중간처분업자가 처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의료폐기물 처리 시설 신설·증설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소각시설이 고장나는 등 폐기물 처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폐기물 방치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와 환경부는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의료폐기물 처리 관련 문제점이 다소 해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의료폐기물 분류체계 재정비와 소각장 신설·증설이다. 하지만 소각장 신설이나 증설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주민의 반발 등으로 인해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의협, “정부 `직무유기'가 만든 `대란'”

의협은 이 같은 `의료폐기물 대란'에 대해 정부에 책임을 물으며 `직무유기'라고 쓴 소리를 내뱉었다.
현재 의협은 의료폐기물과 관련, 환경부에 △소각장 포화 상태로 인해 최근 발생하고 있는 수거업체 담합과 배출 지연으로 인한 과태료 부과 등의 문제 △급격한 가격 인상과 포장용기 강매, 독점적 운영방식 등 악의적인 폐기물 수집처리업자에 대한 제재근거 마련 및 담합의혹에 관한 관계부처의 조사, 관리·감독 요청 △요양병원 기저귀의 일반폐기물 재분류 △처리시설 증설 및 배출량 감축 시 인센티브 제공 등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의협 정성균 총무이사는 “의료폐기물 증가에 따른 처리업자들의 가격인상으로 의료기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분리시스템도 학문적으로 분리돼 현실적이지 못하다”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요양병원에서 배출되고 있는 기저귀가 의료폐기물로 설정돼 있다 보니 인구 고령화에 따른 폐기물 증가로 처리시설이 부족해지고 있다”며 “단지 시설이 아닌 병원에서 배출됐다는 이유로 의료폐기물로 분류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총무이사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것은 요양병원 기저귀를 임시적으로라도 `일반폐기물'로 변경해 달라는 것”이라며 “현재 전국의 일부 노인요양병원은 의료폐기물 처리업자들의 횡포로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한 채 병원 구석이나 복도에 쌓아놓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일반폐기물과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는 기준은 `소각 온도' 차이로, 의료폐기물의 경우 700℃만 넘어가면 되기 때문에 일반폐기물 소각장에서도 처리가 가능하다”며 “임시적으로라도 일반소각장에서 의료폐기물을 소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1∼2년에 한번씩 50∼300%이상 증가하는 폐기물 처리 비용도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고 호소하며 처리업자들의 가격 담합은 이들에 대한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환경부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속적으로 환경부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우리의 요청사항을 전달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다”며 “환경부 장관이 의료폐기물 문제를 놓고 의료계의 요구를 무시한다면 결국 시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울러 정 총무이사는 “환경부가 눈과 귀, 입을 닫는다면, 전국 의료폐기물을 수거해 환경부에 부어놓을 예정”이라며 “전국 의료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다. 폐기물 담당 관리기관인 환경부 장관이 알아서 처리하라고 할 것”이라고 으름장도 놨다.

그러면서 “어떤 정책이 국민건강 보호와 환경보전을 위한 정책인지 잘 인식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정부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혼합 배출 줄이고, 자가처리시설 갖춰야”

환경부는 2018년 6월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의료폐기물 안전처리 방안'을 발표했다. 주요대책으로는 의료폐기물 발생량 감축을 위해-의료폐기물에 혼합되는 일반폐기물의 분리배출 강화, 의료폐기물 불법배출 관리 강화, 감염성을 고려한 의료폐기물 분류 재검토 등이 나왔다.

안전한 처리체계 구축을 위해선 △적정 수준의 처리시설 확보 △과도한 처리 비용 부담 해소 △위기 시 안전처리를 위한 대응체계 마련을 내놨고, 이해관계자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해 처리업체, 인근 주민, 의료기관 등으로 협의체 운영, 관련협회(의협) 중심으로 자율관리 체계 강화, 의료폐기물 정책협의회 구성·운영 등의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김선아 주무관은 “의료기관에서도 노력할 부분이 있다”며 의료폐기물의 처리 방식을 수거처리업체에 의지하는 것이 아닌 자가처리시설을 갖추는 등의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주무관은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증가하는 반면, 소각업체는 늘어나지 않고 한정돼 있다보니 의료폐기물에 대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각시설의 신설과 증설에 대한 허가는 환경부가, 설립 결정은 지자체가 하다 보니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소각시설이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부분은 지자체 업무이다 보니 환경부가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경부는 전현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의료폐기물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김 주무관은 `의료기관' 스스로의 노력도 요구했다. 그는 “의료기관들로부터 의료폐기물 전용용기별로 약 20% 정도의 일반폐기물(포장지, 종이류, 플라스틱류 등)이 혼합배출되고 있다”며 “의료기관에 지속적으로 의료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의 분리배출을 철저히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요양병원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분류해 달라는 의료계의 의견에 대해서는 “요양병원은 복지시설이 아닌 병원으로, 감염 등 다양한 병변을 가진 환자가 입원한 곳이어서 요양병원에서 배출되는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분류해 달라는 요구는 실태조사와 감염우려 연구 등을 해봐야겠지만,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며 “향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내부 논의 중에 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그는 “전반적인 폐기물 처리에 대한 시스템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의료기관 내 자가멸균시설 처리를 갖추는 방안이나 수집운반업체와 배출자들이 `공동운영기구'를 설립해 운영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