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7:46 (수)
루트비히 판 베토벤 피아노삼중주 제5번 D장조 작품번호 70-1 〈유령〉
루트비히 판 베토벤 피아노삼중주 제5번 D장조 작품번호 70-1 〈유령〉
  • 의사신문
  • 승인 2019.02.18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클래식 이야기 〈464〉

■환상을 자아내는 우울함 가장 멋진 표현
1808년 가을 두 곡의 피아노삼중주 작곡을 시작할 무렵 베토벤은 마리 폰 에로디(Marie von Erd<&25150>dy) 백작부인의 배려로 그녀가 소유한 빈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녀는 관대한 후원자였을 뿐 아니라 뛰어난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으며 그에게 음악적인 코멘트를 아끼지 않는 조언자였다. 베토벤도 그녀를 자신의 `고해 신부'라 부를 정도로 믿고 따랐다. 경제적 사정으로 빈을 떠나려 하는 그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등 베토벤이 빈에 정착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도움을 주었다. 그해 크리스마스 무렵 백작부인의 저택에서 베토벤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이 작품을 초연하였고 그 후 백작부인에게 헌정하였다.

이 작품은 그가 클라리넷과 첼로, 피아노를 위한 삼중주 작품번호 11을 작곡한 이래 10년 만에 작곡한 삼중주이었고 피아노삼중주 제6번과 함께 작품번호 70으로 출판되었다. 그는 모두 7곡의 피아노삼중주를 작곡했는데, 이전 피아노삼중주 제4번까지의 삼중주와는 시기적으로 상당한 간격이 있으며 그만큼 음악적 내용도 차이가 있다.

이 작품이 완성된 1808년은 이미 교향곡 제5번, 교향곡 제6번 〈전원〉과 피아노협주곡 제5번 〈황제〉 등을 발표하면서 그의 명성이 절정에 달해 있던 소위 `걸작의 숲'으로 불리던 시기였다. 그해 겨울에 열린 그 유명한 `마라톤콘서트'에서도 교향곡 제5번과 제6번, 합창환상곡 등과 함께 연주될 정도로 이 작품에 대한 그의 애착과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이 작품을 〈유령〉이라 부르게 된 배경은 베토벤 사망 후 제자 카를 체르니가 말한 코멘트에서 유래되었다. 체르니는 제2악장의 매우 드물게 볼 수 있는 대담한 수법과 그것이 자아내는 정서의 침울하고 신비적인 뉘앙스를 “지하세계에서 올라온 유령과 닮았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유령이 처음 등장할 때 똑같은 느낌일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이후 작품 전체에 이 별명이 붙게 되었다. 그로부터 한참 지나 베토벤이 정말 초자연적인 대상을 염두에 두고 작곡했다는 설이 제기되었다. 제2악장의 스케치 악보가 당시 구상하던 오페라 〈맥베스〉 중 `마녀들의 합창' 악보 근처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출판사에 보낸 편지에 의하면 피아노삼중주 제5번과 제6번은 원래 한 곡으로 완결되는 피아노소나타로 구상되었으나, 이후 편성과 구성의 확대로 두 곡의 피아노삼중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 두 피아노삼중주는 당시 작품들과 비교해 그리 치밀한 구성미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제1악장과 제3악장은 제2악장을 중심으로 양쪽에서 지탱해 주는 느낌이며, 독창적인 원숙미와 놀라운 균형미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제1악장 allegro vivace e con brio 시작부터 세 악기의 유니슨으로 강렬하고 발랄하게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이어 첼로의 느릿하고 달콤한 선율은 서주와 대조를 이루고 그 뒤를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따라나선다. 그 후 아름다운 제2주제가 현악기에 의해 연주되고 피아노는 뚜렷한 리듬으로 응수한다. 서주의 스타카토가 재현되고 화창하게 마무리한다.

△제2악장 Largo assai e espressivo `우울함의 가장 멋진' 표현이라고 찬사를 받는 악장으로 환상을 자아내는 신비스러운 악장이다. 특히 피아노주법은 매우 독자적인 것으로 전체 분위기를 더 심화시킨다. 제1주제는 여리고 조용히 연주되는 현악기의 유니슨 주제에 피아노가 응답한다. 오른손으로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서 하강선율을 연주하고 왼손으로는 저음으로 웅웅거리며 음침하게 베이스를 연주하는 피아노 연주가 일품이다.

이어 현악기가 여러 차례 교차하는 동안 피아노는 요동치는 트레몰로와 불안한 화음 등으로 환상적인 뉘앙스를 자아낸다.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로 점차 강렬하게 첼로와 피아노가 애처로운 제2주제를 연주하면서 다시 바이올린이 제1주제를 재현한 후 코다에서 모든 악기가 점점 음량을 줄여 악장을 마친다.

△제3악장 presto 산뜻하고 명랑한 악장으로 제2악장의 음울한 악상과는 대조적이다. 우선 피아노를 중심으로 서주가 이 악장 전체의 기분을 암시하면서 밝게 연주되고 두 현악기가 제1주제를 제시한 후 피아노가 이를 되풀이하고 난 후 부드러운 제2주제가 나타나고 점차 화려하게 고조되어 간다.

제1주제가 전개된 다음 조용히 제1주제가 피아노에 의해 나타나며 제2주제도 재현된다. 현이 피치카토를 연주하면서 코다에 들어가면 두 대의 현악기 사이에서 피아노가 매끄럽게 갈라지는 선율로 가담한다. 절정에 이르러 풍요로운 종지부에 박진감을 더하며 곡을 마친다.

■들을 만한 음반
△수크 트리오(Supraphon, 1962, Denon, 1983)
△보자르 트리오(Philips, 1975)
△반더러 트리오(Harmonia mundi, 2010)
△정 트리오(EMI,  199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