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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과 간호사는 `비스듬한 계약관계' ?
원장님과 간호사는 `비스듬한 계약관계' ?
  • 의사신문
  • 승인 2019.02.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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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변호사의 친절한 법률 이야기' 〈27〉

전 성 훈 
서울시의사회 법제이사
법무법인(유한) 한별

 

원장님과 간호사(또는 간호조무사)의 관계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수직적이지만 전적인 신뢰관계'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수직적이지는 않은, 그리고 전적인 신뢰관계라고 하기는 애매한 관계인 것 같다. 거칠게 일반화하자면 `비스듬한 계약관계'라고나 할까.

의료법위반으로 고발된 원장님 A가 있었다. A 원장님을 경찰서에 고발한 사람은 그 의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조무사 C였는데, 이 사건이 발생한 경위는 사실 약간 어이가 없다. 그 의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들이 감정적으로 대립하게 되어 두 파벌이 생겼다. A 원장님은 이를 전혀 알지 못 하다가, 대립이 심각해져 문제가 불거지게 되자 그 경위를 듣고서 간호사 B의 손을 들어주었는데, 이에 간호조무사 C가 앙심을 품고 해당 의원을 퇴직한 후 그 의원의 의료법위반을 주장하면서 보건소에 고발한 것이다. 몇 년간 일하여 그 의원의 치부를 낱낱이 잘 알고 있는 간호조무사 C가 관련 자료를 몰래 준비하여 고발하였으니, A 원장님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원장님이 월급을 주고 있고 식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직원들이라 하더라도 사안에 따라서는 분명한 `남'이 될 수 있다. 의외지만, 근로관계를 원인으로 한 소송이나 고발을 제기하는 퇴직 직원의 상당수가 재직 중 아무런 문제없이 잘 근무했던 직원들이다. 아무 문제없이 해고예고를 하고 간호조무사를 퇴직시킨 후 한 달도 안 되어 `의료법위반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으니 한달치 월급(=해고예고수당)을 더 다오. 그렇지 않으니 고발하겠다'라고 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식구 사이의 일이라면 언성을 높이고 싸우더라도 결국은 말로 해결이 된다. 그러나 남과의 일이라면 대부분의 분쟁이 말로 해결이 되지 않을뿐더러 법원이나 수사기관의 힘을 빌어야 한다. 이번 글에서는 착한 직원이 `남'이 될 경우에 대비하여, 근로관계에서 흔히 문제되는 부분들에 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째 직원을 면접하고 채용을 결정하였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예외 없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직원에게 교부하는 것이다. 채용 후 얼마간(1주일이건, 3달이건) 일하는 것을 보고 채용 여부를 확정하려고 한다면? 아무 차이가 없다. 하루를 근무시키거나 1년을 근무시키거나 똑같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교부하여야 한다. 작성하여 교부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물론 수사기관이나 근로감독관이 계약서 미교부를 이유로 처벌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근로관계가 문제가 되어 직원과 분쟁이 생긴 경우 직원이 극렬하게 다투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실무상 처벌 사례가 흔하지 않다는 것만을 믿어서는 안 된다.

둘째 근로계약서의 내용으로 어떤 내용이 기재되어야 하는가? 근로기준법상 ① 임금, ② 소정근로시간, ③ 유급휴일, ④ 연차유급휴가, ⑤ 근무지 및 종사업무 등이 기재되어야 한다.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였다 하더라도 이 내용들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 역시 문제될 수 있다. 근로계약서 양식은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으니, 내용을 확인하여 사용하면 된다.

이 중 임금과 관련하여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법을 잘 기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당 44시간 근무, 급여 월 ○○○만 원'이라고 기재하여서는 안 되고, `주당 40시간 근무, 급여 월 ◇◇◇만 원 / 주당 4시간 연장근로, 연장근로수당 월 △△△만 원'이라고 분리하여 기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주당 40시간 근무에 대한 월급이 최저임금을 상회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또한 5인 이상이 근로하는 사업장의 경우 연장근로, 야간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하고, 4인 이하가 근무하는 사업장의 경우 50% 가산이 없다.

셋째 유급휴가는 얼마나 주어야 하는가? 유급휴가는 계속근로기간이 1년이 되면 연 15일, 3년이 되면 연 16일, 5년이 되면 연 17일과 같은 식으로 늘어나서, 21년이 되면 연 25일이 되고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또한 최근 법이 개정되어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직원에게도 1월 개근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넷째 퇴직한 직원에 대하여 경영난이나 정산 등을 이유로 잔여임금과 퇴직금을 늦게 지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전액 지급하여야 한다. 만약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도 있다. 다만 당사자 사이의 합의로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으므로,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반드시 `지급기일 연장합의서'를 작성하여 미리 퇴직 직원으로부터 서명·날인을 받아 놓도록 하자.

다섯째 간혹 퇴직하는 직원이 “실업급여를 받고 좀 쉬고 싶으니, 해고처리해 달라”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먼저 실업급여 수령을 위하여 호의로 직원을 해고처리하여 주었다가 경우에 따라 직원과 원장님이 사기죄로 처벌될 수도 있음에 유의하자.

또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30일 전의 `해고예고' 및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기재한 `서면해고'를 거쳐야 하는데, 직원의 요청에 따라 서면으로 해고해 주었다 하더라도 만약 나중에 직원이 태도를 바꾸어 `사용자가 30일 전에 해고예고를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면서 고발하는 경우 뜬금없이 원장님이 처벌될 수도 있다. 호의로 협조하여 준 것이므로 해고예고까지는 서면으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직원의 편의적 해고 요청은 반드시 거부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직원 채용시 직원이 근무하면서 알게 된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비밀유지서약서를 받아 놓되, 비밀유지의무 위반시의 손해배상조항을 포함하는 것이 좋다. 원장님과 무관하게 직원이 비밀을 누설하였다 하더라도 일정한 경우 원장님이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함으로써 이러한 의무가 있음을 직원에게 환기시키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사건' 발생 후에 치러야 할 비용과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치를 만한 것이다. 예방의 필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로서, 예방적 조치들을 미리 취해 놓도록 하자. 1년에 몇 백만 건씩 발생하고 있는 노무 사건들이 적어도 우리 병원에서는 일어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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