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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과로사회 탈피' 더이상 미뤄선 안된다
`의사 과로사회 탈피' 더이상 미뤄선 안된다
  • 의사신문
  • 승인 2019.02.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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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의료계에 슬픈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고 임세원 교수의 비보가 채 잊혀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윤한덕 중앙의료응급센터장의 과로로 인한 별세 소식이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응급환자가 몰리는 설 연휴에도 응급센터를 지키다 순직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고인은 응급의료헬기 도입에 앞장서는 등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를 정립하는데 기여해왔으며, 응급의료 등 의료환경 개선에 꾸준히 노력해왔었기에 그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 느껴진다. 고인은 지난 12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증 응급환자 사망을 줄이기 위한 응급의료체계 리폼 토론회'에서 인구 고령화로 응급실 환자 증가, 진료과 세분화,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병원 운영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내 의료환경을 비판한 바 있다.

비단 응급의료뿐 아니라 한국 의사들이 처한 환경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회원 7885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국의사조사' 결과를 보면 진료의사의 주당 근무시간은 평균 50.0시간이고, 연간 근무시간은 평균 2,415.7시간에 달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노동시간이 가장 긴 편인 한국의 임상의사는 한국 근로자 평균보다 연간 346시간(약 14.4일) 더 일하고, OECD 회원국 평균보다 651시간(약 27일) 더 오래 일한다. 복지부 2018년 `국민보건의료 실태조사' 에서 평균임금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중소병원이나 병상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 의사는 500병상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와 비교할 때 근무시간이 훨씬 더 길다. 저수가와 의사 구인난 등의 영향으로 규모가 큰 대형병원에 비해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워라밸' 이 중요한 삶의 가치로 떠오른 지금에도 개원의사의 삶의 질 또한 몹시 열악하다. 개원 대출금도 갚고 직원 월급도 주려면 일주일 내내 밤낮없이 병원 문을 열고 환자를 봐야 한다.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병원을 유지할 수 있기에 `월화수목금금금' 일하고, 저녁과 주말이 없는 삶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지방 중소병원은 의사 구하기가 힘들고, 만성적인 의사인력 부족 상황이라 진료업무 부담이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월급을 주고 의사를 채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에서 최근 대한의사협회는 의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환자 안전을 침해하는 요인으로 지목하며,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겠다는 `준법진료'를 선언한 바 있다. 의사 개개인이 하루 10시간 이상의 진료를 함으로써 환자 안전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병원 의사들의 주당 근무시간을 준수하고 휴식시간을 보장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의료환경 개선을 위해 의료계 내부적 노력과 더불어 제도적 개선 또한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의료를 책임질 인재들이 잇달아 사지로 끌려들어가는데 대해 정부와 정치권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서울시의사회 박홍준 회장은 모든 국민이 건강한 환경에서 만족스러운 진료를 받고, 모든 의료인들도 안전한 환경에서 보람있게 진료할 수 있는 접점을 찾을 때까지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9년은 건강한 진료환경을 만드는 원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개선정책과 법안은 의료 현장의 갈등을 해결하고 규제와 의료 현장과의 괴리를 없애는 방향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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